[탄소중립 과속하는 정부] "용광로 대신 전기로? 현실과 동 떨어져" 철강업계 거센 반발

장우진 2021. 10. 18.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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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철값·전기료 올라 원가압박에
車강판 고품질 수요대응 어려워
수익성 모호 비용·시간 여력없어
재계 "영향분석 없이 일방 결정"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서울 용산구 노들섬다목적홀에서 열린 2050 탄소중립위원회 제2차 전체회의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2030년까지 상향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제시하면서 산업계에서는 고용 위축, 감산, 생산시설 해외 이전 등의 부작용이 크게 우려된다는 입장이다. 특히 탄소 배출 비중이 높은 철강업계 등은 정부의 탄소중립 방향성에 대해 현실과 동 떨어진 안이라며 거센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탄소중립위원회는 18일 발표한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상향안'에서 철강업종에 대해 신·증설하는 설비 300만t(톤)을 고로(용광로) 대신 전기로로 대체하는 안을 제시했다.

전기로는 고로에 비해 탄소 배출량이 25% 수준에 불과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고로에 비해 제품의 질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고로는 원재료인 철광석을 녹여 제품을 생산하는 데 반해 전기로는 이미 제품화된 고철을 전기로 녹인다는 점에서 공법 차이가 있다. 이 때문에 고강도·고품질 제품이 요구되는 자동차 등에는 적용이 어렵고 주로 형강 등 건설자재로 사용된다.

여기에 전 세계적으로 전기로의 원재료 격인 고철 가격이 높아지고 있고, 국내 에너지 시장 상황상 전기료도 오르고 있어 원가 압박도 커질 수 있다.

철강업계 한 관계자는 "전기로 제품의 질은 고로에 비해 상대적으로 떨어져 자동차 강판 등 고품질 수요에는 대응하기 어렵다"며 "수익성에 대한 실증도 이뤄지지 않은 상황인 데다 이를 위한 비용·시간 등도 여력이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철강업계는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현재 수소환원제철공법을 개발 중이다. 이는 철광석에서 산소를 떼어낼 떼 석탄 대신 수소를 이용하는 것으로, 업계에서는 2040년 기술 개발을 예상하고 있다.

그나마 포스코의 경우 2050년 탄소제로를 목표로 한 내부 전략을 세웠지만 그 외 철강사들은 아직 탄소감축 방안을 마련하지 못한 상황이어서 단순히 설비 투자만 늘리기도 어려운 현실이다.

철강협회 관계자는 "철강업계의 에너지효율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으로 단기적으로 감축할 수 있는 수단이 거의 없다"면서도 "혁신 감축기술의 조기 상용화에 도전해 2030년까지 감축을 위해 최대한 노력하고, 2050년까지는 수소환원제철 기술 개발 및 활용을 통해 2018년도 대비 95% 감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석유·화학업종의 경우 이산화탄소 포집 및 활용·저장(CCUS)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지만 아직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 SK이노베이션이 지난달 한국석유공사와 협업을 맺고 2025년부터 동해가스전에 탄소지중 저장을 개시한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이를 제외한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미미한 상황이다.

이날 탄소중립위는 2018년 대비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기존 26.3%에서 40%로 상향 조절하는 안을 심의·의결했다. 연평균 감축률은 4.17%로, 산업계에서는 탄소중립 정책에 대한 과속 우려가 나온다. 이는 유럽연합(EU) 1.98%, 캐나다 2.19%, 미국·영국 각 2.81%, 일본 3.56% 등에 비해 높은 수준으로, 정부 역시 이날 주요국 대비 도전적인 목표라고 언급했다.

경제계에서는 이번 정부 안에 대해 충분한 사회적 합의와 경제·사회적 영향분석 없이 일방적으로 결정됐다며 유감을 표했다. 특히 2030년 NDC와 2050년 탄소중립 목표 실현을 위해 필요한 비용추계가 공개되지 않아 기업들이 중장기적으로 어느 정도의 경제적 부담을 안아야 하는지 알 수 없다며 정책의 불확실성에 대해 우려를 내비쳤다.

경총 관계자는 "과도한 NDC 상향과 실현 여부가 불투명한 탄소중립 시나리오는 결국 기업의 생산설비 신·증설 중단, 감산, 해외 이전으로 인한 연계 산업 위축, 고용감소 등 국가 경제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정부와 탄소중립위는 산업계 의견을 전면 재검토해 NDC 목표치와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합리적으로 설정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장우진기자 jwj1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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