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영 "국민 공감대 있고 여력확보하는 단계..對北 백신지원 가능성"

국감 출석해 "美도 이견없다" 했지만..北 백신 지원 안받는 상황서 섣부르다는 지적도

18일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통일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사무처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선서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연합뉴스.

이인영 통일부 장관(사진)은 18일 대북 백신 지원과 관련해 "우리 국민들의 공감대가 있고 여력을 확보하는 단계에 도달하고 있어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시점과 여건이 조성되면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북 백신 지원을 통해 문재인 정부 임기말 북한과 대화의 장을 열겠다는 구상을 밝힌 것이지만, 부스터 샷 추가 접종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고 북한이 백신을 받겠다는 입장을 표명하지 않는 상황에서 섣부르게 북한부터 챙기려 하는 행보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 장관은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용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의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단계에 맞춰 코로나 백신 대북지원 문제를 논의할 필요성을 묻는 질문에 "미국의 입장도 원칙적으로 백신 협력은 모든 나라에 열려 있다는 것이어서 큰 이견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장관은 북한이 관계개선 선결 조건으로 언급한 이른바 '이중기준' 철회와 관련해 "이미 정의용 장관이 정부의 입장과 다르다고 분명히 말했고 저도 다르다고 생각한다"며 "북한에서는 자위력이라고 얘기하지만, 우리는 자주국방과 관련된 발전 과정들이 있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군사회담 등에서 좀 더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들이 있으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장관의 발언은 대북 백신 지원을 계기로 문재인 정부 임기 말 북한과 대화의 장을 열겠다는 구상을 밝힌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앞서 유엔 총회 기조연설에서 남·북·미 또는 남·북·미·중 4자 종전선언을 제안했으나, 북한은 이에 대해 사실상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실제 이 장관은 종전선언과 관련해 " "북·미 간 이해도가 높아졌다고 본다"면서 "유엔 대북제재가 작동하는 것은 존중하지만 대화 재개 과정에서 제재완화가 상응 조치로서 검토되고 그런 과정이 비핵화를 촉진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북한은 코로나19 백신을 지원받겠다는 의사를 공개 표명한 적이 없는 상황이다. 국제적으로 백신 공동구매·배분하는 프로젝트인 코백스 퍼실리티가 지원하기로 밝힌 백신조차 받지 않고 있다.

때문에 조태용 국민의힘 의원은 "북한의 주장은 그들이 가진 핵·미사일은 인정하되 우리는 무장해제 하라는 것이 아니냐"고 물었고, 같은 당 김태호 의원도 "핵 위협을 그대로 두고 종전선언을 받아들일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임재섭기자 yjs@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