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세율 세계 최고 일본도 이 정도는 아니다..전세자금 도와줬다간 증여세 폭탄 맞을 판
일본 매년 1140만원 기본 공제
주택·교육·결혼..별도로 혜택
美·日은 증여로 부의 이전 유도
투자·기부 등 경제활력 촉매로
한국, 증여세율 완화 어렵다면
공제한도 확대가 대안 될수도
"1억원으로 인상 검토해볼만"
◆ 현실과 동떨어진 증여·상속세 (上) ◆
부모 등 가족의 도움을 받아 집을 마련하는 젊은 층 가운데 증여세를 얻어맞는 사례가 심심찮게 목격되고 있다. 단기간 집값이 치솟으면서 증여 공제 한도와 집값 사이의 괴리가 커진 만큼 '부모 찬스'를 이용하지 않고는 집을 구입하거나 전세를 마련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워진 탓이다.
증여가 부의 대물림을 조장하고 자산 불평등을 심화한다는 부정적 인식이 큰 탓에 세제 개편 논의는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아파트 등 자산가격 급등에 따라 증여세는 더 이상 소수 부유층만의 세금이 아닌 상황이 됐다. 이제는 '부(富)의 이전' 규모를 좀 더 확대해주는 방안에 대해 충분한 사회적 논의를 할 때가 됐다는 주장이 나온다. 당장 상속·증여세율을 낮추는 게 국민 정서상 어렵다면, 상속·증여 공제 한도를 넓히는 게 합리적인 대안으로 거론된다.
미국은 연방정부에 납부하는 자녀 상속·증여세의 통합 공제 한도가 부모 1인당 총 1170만달러(138억원)에 달한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각각의 최대치를 자녀에게 상속·증여했을 때 총 2340만달러(276억원)를 세금 한 푼 안 내고 넘겨줄 수 있는 것이다.
이는 초고액 부자들에 대해서는 증여세(40%)를 내도록 하되, 웬만한 국민은 다음 세대로 부의 이전을 자유롭게 허용한 셈이다.
미국은 자유로운 부의 이전이 가져다주는 긍정적 경제 효과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베이비부머와 고령층이 보유한 천문학적 자산이 후손들에게 활발히 이전되고 있으며 젊은 세대들이 이전된 부를 활용해 창업, 자선단체 지원, 주택 구입 등 경제적 활동을 촉발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반면 한국은 공제 규모 자체가 작다 보니 국민 사이에서 자녀가 30세가 될 때까지 1억4000만원을 증여세 없이 증여하는 방법이 '절세팁'으로 통하는 슬픈 현실이다. 태어나자마자 2000만원, 열 살에 2000만원, 성인이 된 후 스무 살에 5000만원, 서른 살에 5000만원을 증여하면 1억4000만원을 증여세 없이 절세할 수 있다는 얘기다.
상속세율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일본도 주택 취득과 교육 등 여러 항목에서 폭넓은 공제 혜택을 부여하고 있다. 일본은 한국처럼 10년 합산이 아닌 매년 110만엔(1140만원)의 증여 공제를 허용하고 있다. 한국과 가장 큰 차이점은 기본공제 외에 증여 목적별로 별도의 공제 혜택을 준다는 것이다. 2012년 처음 도입한 주택취득자금 공제는 최대 1200만엔(1억2400만원)까지 허용하고 있으며 교육자금은 1500만엔(1억5500만원), 결혼·육아자금은 1000만엔(1억원)을 각각 공제해준다.
김영룡 전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은 "고령층 비율이 높아짐에 따라 세대 간 부의 이동 수요가 점점 확대될 것"이라며 "세제 혜택으로 부의 이전을 가속화해 경제 활력을 키운 미국과 같이 한국도 세제 개편 논의를 본격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 세정당국 관계자는 "현재 5000만원에 머물러 있는 증여세 공제 한도를 1억원 수준으로 올리는 게 현실적인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정부 관계자는 "집값이 많이 올랐으니 증여 공제 한도를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있고 양도소득세 회피를 위해 증여를 이용하는 사례가 늘어났으니 편법 증여 대응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공존한다"며 "세율, 과세표준, 공제액 등 전체적인 틀에서 다른 나라 사례를 모니터링해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전경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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