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만 배불렸다” 장중 고점에서 25% 수직 낙하한 디피씨 [왕개미 연구소]

이경은 기자 2021. 10. 18.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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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피씨 주식회사의 스틱인베스트먼트 주식회사 흡수합병: 합병방법, 합병형태, 합병목적

지난 15일 장이 끝난 후 코스피에 ‘회사합병 결정’이란 공시가 떴다. 디피씨(전자부품 제조업체)가 100% 자회사인 스틱인베스트먼트를 흡수 합병한다는 내용이었다.

스틱인베스트먼트는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로, 운용 규모만 4조7000억원이 넘는다. 투자의 달인이라고 할 만큼, 대박이 날 만한 신생업체를 잘 골라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하이브(옛 빅히트)에 투자해 큰 수익을 거뒀고, 조만간 상장 예정인 ‘동남아의 우버’라는 카쉐어링 기업 ‘그랩’에 2억 달러(약 2200억원)를 투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합병 발표 이후 거래 첫날인 18일, 디피씨에는 개인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크게 몰렸다. 스틱인베스트먼트가 일종의 우회 상장을 하는 것이어서 호재라고 본 것이다. 이날 개장하자마자 디피씨 주가는 한때 2만1150원까지 오르면서 52주 신고가를 갈아 치웠고, 거래량은 1700만주 넘게 폭증했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개인 순매수 대금 순위 기준으로 디피씨는 삼성전자, 포스코에 이어 3위(365억원 순매수)를 기록했다. 디피씨는 시가총액이 6600억원대인 기업인데, 덩치가 큰 삼성전자나 포스코 급의 개인 순매수 금액을 기록했다니, 말그대로 매수세가 크게 붙었던 셈이다.

디피씨 주식회사 주가 그래프 /자료=네이버

하지만 개미들의 꿈에 부푼 기대에도 불구하고, 이날 디피씨 주가 그래프는 말그대로 ‘미끄럼틀’ 모양을 그렸다. 외국인들의 대량 매도에 고점 2만1150원에서 1만5900원까지 주가가 25% 수직 낙하한 것이다. 이날 디피씨는 전날보다 8.6% 하락한 1만5900원에 마감했다. 기관 매매 물량은 거의 없었고,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물이 356억원 넘게 쏟아져 나왔다.

합병 결정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급락 마감하자,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선 “합병 결정으로 외국인 투자자만 배불렸다”는 비판이 나왔다.

전업 투자자 A씨는 “14일 외국인이 디피씨 주식을 143만주 순매수했고 15일에 합병 결정 공시가 나왔고 18일엔 외국인이 196만주를 순매도했다”면서 “기관은 거의 사고 판 게 없으니 요며칠 개미 투자자들만 엄청 당한 것 같다”고 말했다.

A씨는 이어 “스틱은 디피씨의 100% 자회사로, 합병 비율 같은 이슈가 없어 회계법인이나 컨설팅 필요가 없는 논의 과정이 매우 심플한 케이스였다”면서 “이해 관계자가 적어 내부 정보가 새나갈 가능성이 비교적 적은 사안이었는데 외국인의 절묘한 매매 과정을 보면 그렇지도 않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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