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최종안..산업계·기후단체 모두 반발

김민제 2021. 10. 18.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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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계 "탄소중립 비용은 공개 안 해..경제 악영향 우려"
기후단체 "탈석탄 시점 없고 미래기술에 기댄 감축안
..정부 계획으로는 지구 온도 상승 못 막아"
기후위기비상행동 활동가들이 18일 오후 탄소중립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린 서울 용산구 노들섬에서 정부의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와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비판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기후위기비상행동 제공

2050 탄소중립위원회가 18일 의결한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와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두고 산업계와 시민사회에서는 엇갈린 평가가 나온다. 탄중위는 탄소중립을 위한 전환 과정에 드는 비용으로 국내총생산(GDP)가 0.07% 감소될 수 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이에 산업계는 과도한 감축 정책에 따른 경제적 파급효과를 우려한 반면, 기후·환경단체는 기후위기를 막을 최소한의 마지노선에도 못 미치는 소극적 감축 계획이라고 비판했다.

탄중위는 이날 엔디시 상향에 따른 경제적 파급 효과를 일부 제시했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에서 분석한 잠정치에 따르면, 국내총생산(GDP)의 경우 0.07% 감소하지만 세수가 늘어날 것을 가정했을 때 고용은 0∼0.02%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탄중위는 “탄소중립 정책 실현에 드는 비용을 공개하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주요 경제단체는 2030년 엔디시 상향안과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논의 과정에서 산업계의 입장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탄중위 출범 이후 5개월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충분한 사회적 합의와 경제·사회적 영향 분석 없이 정부와 탄중위가 일방적으로 결정한 부분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탄소중립 목표 실현을 위해 기업이 중·장기적으로 져야 하는 경제적 부담에 대한 비용 추계는 공개되지 않은 탓에 정책의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가 크다고 언급했다. 또 온실가스 감축 목표의 급격한 변화가 기업의 생산설비 신·증설 중단, 해외이전, 고용감소 등 국가 경제의 악영향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이제라도 산업계의 의견을 전면 재검토해 엔디시 목표치와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합리적으로 설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도 “엔디시 초안 공개 이후 경제계와 산업계는 우리 산업의 에너지 효율이 세계 최고 수준이며 획기적인 탄소 감축 기술 도입이 어려운 점 등을 제시하며 목표치 조정을 요청해 왔지만,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며 유감을 표했다. 이어 “향후 국무회의에서 엔디시가 우리 경제 여건에 맞게 합리적으로 수립될수 있도록 면밀한 검토를 요청한다”고 촉구했다.

우태희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은 “제조업 비중이 높고 상품 수출이 경제를 뒷받침하고 있는 국내 현실을 고려할 때 탄소감축과 넷제로 달성을 위한 향후 여정은 기업뿐만 아니라 일자리와 국민 삶에 큰 도전 과제이자 부담”이라며 “향후 혁신기술 개발과 상용화에 필요한 막대한 비용에 대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책이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탄소중립위원회 해체와 기후정의 실현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활동가들이 18일 오후 탄중위의 2050 탄소중립시나리오와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의결을 규탄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탄중위해체공대위 제공

반면 기후·환경단체는 시나리오와 엔디시를 통해 정한 온실가스 감축안이 기후위기를 막기엔 미흡한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환경운동연합은 성명을 내어 “최종안에 제시된 산업 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은 5110만톤으로 초안과 크게 다르지 않다. 비(B)안에서는 화석연료인 액화천연가스(LNG)를 계속 사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상훈 그린피스 캠페이너는 “2030년 감축 목표치인 40%는 과학계가 제시한 최소한의 권고에도 맞지 않다”며 “이 감축안을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6)에서 제시한다면 세계 시민들의 차가운 반응을 직면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탈석탄 시점을 명시하지 않고 상용화되지 않은 미래기술에 온실가스 흡수를 맡기는 등 감축 경로가 불분명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환경운동연합은 “1.5도 목표를 위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은 2030년 이전 탈석탄을 이뤄야 하지만 한국은 2030년에도 석탄 비중을 21.8%나 남긴다. 이번 엔디시에는 국내 신규 석탄발전소의 건설 중단 계획이 제시되었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또 “국외 감축, 탄소포집·저장·활용(CCUS)을 활용한다는 계획도 제시됐는데, 상용화 시점이 불분명한 CCUS와 국제적 인정 기준이 불확실한 국외감축 등으로 온실가스를 제거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기후위기비상행동과 탄소중립위원회 해체와 기후정의 실현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이날 탄중위 전체회의가 열린 노들섬에서 시위를 열고 시나리오 전면 재수립을 요구했다. 비상행동은 “정부의 목표대로면 지구 온도는 2도 이상 오르게 된다”며 “평균 온도 상승이 야기할 재앙은 가늠할 수 조차 없다. 탄중위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본령을 저버렸다”고 비판했다.

김민제 기자, 김정수 선임기자 summ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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