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대법원 전원합의체도 못믿겠다던 與, 尹 항소엔 "판결 부정"

심새롬 입력 2021. 10. 18.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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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최고위원들이 1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앞서 대장동 의혹과 관련, 부산저축은행 부실 수사를 지적하는 내용이 담긴 백드롭을 바라보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스1


18일 여권에서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징계불복 패소 여진이 닷새째 이어졌다. 이른바 ‘추·윤 갈등’ 당사자인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이 이날 김어준씨가 진행하는 TBS 라디오에 나와 “법무부장관의 정당한 지휘감독권을 재판부가 인정을 한 것”이라며 “검찰 사무의 부적법하고 불공정한 행위에 대한 장관으로서의 민주적 통제를 인정한 역사적 판결”이라고 법원을 추켜세웠다.

윤 전 총장이 지난해 12월 징계(정직 2개월)에 불복해 낸 취소 소송에서 지난 14일 1심 패소한 것을 부각하는 움직임이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전날 윤 전 총장의 항소를 두고 “대통령이 되겠다는 분이 법원 판결을 그렇게 함부로 부정해선 안 된다”며 “공식 사과와 책임지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유죄를 확정받을 받은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판결 불복 여론 조성에 앞장섰던 지난해 민주당과는 딴판이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국회에서 열린 '고발사주 국기문란 진상조사 TF 발대식'에서 일간지 1면에 '윤석열 징계' 관련 법원 판단 보도기사가 없다며 비판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지난해 5월 김태년 원내대표는 “법무부·검찰·법원은 명예를 걸고 스스로 진실을 밝히는 일에 즉시 착수하라”며 “한만호씨의 옥중 비망록을 보고 많은 국민들이 충격을 받고 있다. 모든 정황이 한 전 총리가 검찰 강압수사와 사법농단의 피해자라고 가리킨다”고 주장했다.

한 전 국무총리는 2007년 한신건영 대표였던 한씨에게 열린우리당(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비용 9억원을 받은 혐의로 2015년 대법원에서 징역 2년형을 확정받고 복역했다. 5년도 더 지난 판결에 새로운 정황(한만호 비망록)이 발견됐다는 게 민주당 지도부의 주장 근거였다. 그러나 당사자인 한 전 총리 본인은 검토 끝에 재심 청구 등 법적 구제 절차에 나서지 않았다.

그런데도 이해찬 당시 민주당 대표는 “의구심이 많다”며 재조사를 압박했다. “재심은 현재로선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라면서도 “다만 수사 과정에서 문제가 없었는지를 검찰과 법무부가 자세히 조사해보겠다는 것이라서 좀 더 지켜보겠다”는 게 이 전 대표의 입장이었다.

지난해 5월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가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검찰의 강압 수사 비리 의혹이 제기된 '한명숙 전 총리 뇌물수수 사건'에 대한 재조사를 촉구하고 있다. 오른쪽은 박광온 최고위원. 연합뉴스


당시 법사위에서도 한 전 국무총리의 최종심을 다시 들춰보자는 주장이 이어졌다. 민주당 법사위 간사였던 송기헌 의원은 “판사들의 인권 감수성이 미약하지 않았나 싶다”며 법원을 질책했다. 현 법무부장관인 박범계 의원은 “한 전 총리 사건의 2심 판단은 공판중심주의의 후퇴”라며 “1심에서 23번의 공판을 했는데 2심에서 그렇게 한 번만 불러달라고 하는 증인(한만호씨)을 부르지 않으면서까지 5번의 재판으로 끝났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에 “채널A 사건 및 한명숙 총리 사건의 감찰을 방해했다”며 징계를 청구한 추 전 장관이 물러나자, 박범계 장관은 취임 후 한명숙 수사팀 감찰에 돌입했다. 한 전 총리 모해위증 교사에 대한 법무부·대검의 합동감찰이 진행됐고 올 2월 해당 감찰팀에 있던 친정부 성향의 임은정 검사가 서울중앙지검에 겸임발령돼 수사권을 부여받기도 했다. 하지만 결론은 ‘무혐의·불문’이었다.

이제 와 판결 승복을 강조하는 민주당을 두고 윤 전 총장은 “대법원에서 확정된 한명숙 전 국무총리 사건을 보라”고 반응 중이다. 그는 17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들에게 “(송 대표의 주장은) 민주주의를 모르고 하는 말”이라며 “당사자는 그 판결이 맞지 않는다고 생각해서 항소하는 것이다. 정해진 사법 시스템에 따라 하는 건데 언급할 가치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징역 2년 실형이 확정된 한명숙 전 총리가 2015년 서울구치소 앞에서 지지자들을 만나 인사를 한 뒤 눈물을 흘리고 있다. 한 전 총리 왼쪽으로 박범계 현 법무부 장관. 연합뉴스


특수부 검사 출신인 윤 전 총장은 한 전 총리 사건을 두고 민주당 지도부와 지속 대립했다. 지난 7월 한 전 국무총리 모해위증 의혹에 대한 법무부·대검의 합동감찰을 두고 “한씨가 그렇게 억울하다면 재심을 신청하면 된다”고 비판의 날을 세웠다. 그러자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가 “검찰총장으로서 감찰 방해에 직접 나섰던 장본인이 할 수 있는 말이냐. 막걸리인지 말인지 잘 모르겠다”며 “입법청문회에 문제가 된 모해위증 교사 사건의 관련자를 증인으로 출석시켜 시시비비를 가려보자”고 반발했다.

민주당이 법원 판결에 과거와 정반대 잣대를 들이대는 배경에는‘윤 전 총장 패소 판결 파장이 기대보다 약하다’는 불만 기류가 있다. 법사위 소속 의원은 “지난해 12월 법원이 ‘가처분 결정문’으로 윤 전 총장의 직무정지 명령 효력을 중단했을 때 파장은 지금보다 훨씬 컸다”면서 “이번에는 법원이 아예 40쪽짜리 ‘판결문’로 윤석열이 잘못했다는 판단을 내렸는데도 그 의미가 충분히 전달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송영길 대표는 연일 “일부 보수언론 약속이나 한 듯이 간단히 사실 보도하고 법원판결 외면하고 있다”며 언론 탓에 열을 올리고 있다.

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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