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 해석의 대가 '디아벨리 프로젝트'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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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서울 서초동 코스모스아트홀.
20일 같은 공연장에서 베토벤의 디아벨리 변주곡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디아벨리 프로젝트'를 선보인다.
이어 대전 예술의전당(21일)에서 베토벤 피아노소나타 다섯 곡을 연주하고, 대구 콘서트하우스(24일)에선 디아벨리 프로젝트를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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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피아노 소나타 5곡 공연
20일 '디아벨리 변주곡' 연주
18일 서울 서초동 코스모스아트홀. 거장의 손가락이 건반을 누르자 중후한 선율이 흘러나왔다. 선율이 겹겹이 쌓여 깊은 화음을 이뤘다. 피아노 소리가 건조한 공기를 채우기 시작했다. 오스트리아 피아니스트 루돌프 부흐빈더(74·사진)가 국내 투어를 앞두고 기자간담회에서 미리 선보인 베토벤 피아노소나타 8번(비창) 3악장이다.
베토벤 해석의 대가 부흐빈더가 한국 투어를 시작한다. 19일 오후 7시30분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베토벤의 피아노소나타 다섯 곡(14번, 20번, 8번, 10번, 21번)을 들려준다. 20일 같은 공연장에서 베토벤의 디아벨리 변주곡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디아벨리 프로젝트’를 선보인다.
이어 대전 예술의전당(21일)에서 베토벤 피아노소나타 다섯 곡을 연주하고, 대구 콘서트하우스(24일)에선 디아벨리 프로젝트를 이어간다. 부흐빈더는 “2년 만에 한국을 다시 찾게 돼 뜻깊다”며 “다른 나라와 달리 한국은 문화가 발전했다. 한국처럼 특별한 관객을 만나는 건 세계적으로 드물다”고 했다.
부흐빈더가 가장 심혈을 기울인 연주회는 디아벨리 프로젝트다. 지난해부터 클래식 레이블 도이체그라모폰과 손잡고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현대 작곡가 11명이 디아벨리 변주곡을 편곡했고, 부흐빈더가 세계를 돌며 연주했다. 한국이 유일한 아시아 투어 국가다.
베토벤에 몰두한 부흐빈더는 2019년까지 공식 음악회에서 99회나 디아벨리 변주곡 전곡을 완주한 대가다. 동료 음악가들이 그를 ‘무슈 디아벨리(디아벨리 선생님)’라고 부를 정도다. 그는 “1973년 처음 디아벨리 변주곡을 녹음한 뒤로 50여 개의 다른 버전을 모두 연주했다”며 “지난 10년 동안 연주하지 않다가 지난해 베토벤 탄생 250주년을 맞아 다시 악보를 꺼냈다. 오늘날에 걸맞은 해석을 하려고 계속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부흐빈더의 도전을 위해 현대 작곡가들이 한데 모였다. ‘최고의 미니멀리스트’로 불리는 영국 작곡가 막스 리히터, 영화 ‘와호장룡’의 음악감독을 맡았던 중국 작곡가 탄둔, 윤이상의 제자인 호소카와 도시오 등이 편곡해 2020년판 디아벨리 변주곡을 썼다.
디아벨리 변주곡은 19세기 대표 작곡가들이 공동 창작을 시도했던 레퍼토리다. 1819년 오스트리아 출판업자 안톤 디아벨리가 작곡가들을 위촉했다. 디아벨리가 쓴 5분 길이 왈츠 악보를 베토벤을 비롯해 체르니, 리스트, 슈베르트 등에게 보내 변주곡을 써달라고 부탁했다. 베토벤은 다른 작곡가와 엮지 않는 걸 조건으로 변주곡 33개를 완성했다.
부흐빈더는 이번 공연에서 2020년판 외에 19세기에 쓰여진 두 곡도 함께 연주한다. 리스트, 체르니, 슈베르트 등 19세기 작곡가들이 1824년에 쓴 디아벨리 변주곡과 베토벤이 독자적으로 써낸 디아벨리 변주곡을 연달아 들려준다. 부흐빈더는 “베토벤은 항상 피아니스트에게 자유를 선사한다”고 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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