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베토벤 연주했지만 항상 새로워요"
5세에 빈음대 입학한 천재
자석에 끌리듯 베토벤에 빠져
소나타 전곡 연주 50회 넘어도
"절대 질리지 않고 즐거워"
서울·대전·대구 순회 공연
디아벨리 변주곡 등 선보여
최고의 '베토벤 전문가'로 꼽히는 오스트리아 피아니스트 루돌프 부흐빈더(74)가 2년 만에 내한 공연에 나선다. 32곡의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중 '월광' '비창' '발트슈타인' 등 한국인에게 가장 사랑받는 작품 5곡과 그가 지난해 베토벤 탄생 250주년을 맞아 기획한 '디아벨리 프로젝트' 연주를 펼친다.
그는 연주회에 앞서 18일 서울 서초동 코스모스아트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베토벤 음악은 연주자들에게 자유를 선물한다"며 베토벤에 대한 무한애정을 드러냈다.
"많은 사람이 저의 베토벤 연주에 대해 '전보다 자유로워졌다'고 말합니다. 저도 동의해요. 나이가 들수록, 베토벤에 대해서 더 알아갈수록 제가 자유로워지는 걸 느껴요. 바로 그 감정이 (베토벤 작품에 대한) 제 해석에 변화를 주는 것이죠."
부흐빈더는 60년 넘는 세월 동안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32곡 전곡 녹음을 수차례하고, 전 세계적으로 베토벤 소나타 전곡 연주회를 50회 이상 소화해 냈다. 이번 연주회는 19일과 20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는 21일 대전예술의전당, 오는 24일 대구콘서트하우스에서 예정됐다.
"저는 2차 세계대전 후 매우 가난한 환경에서 자랐지만, 저희 집에는 다행히 작은 피아노와 라디오, 그리고 베토벤 악보집이 있었어요. 어린 나이였지만 자석에 끌리듯 베토벤 음악에 빠져들었고, 그의 음악이 제 세계의 중심이 될 것이라고 느꼈어요. 덕분에 5살 나이에 빈 국립음대에 입학할 수 있었죠. 이건 빈 국립음대 최연소 합격 기록이에요(웃음). 지금도 베토벤은 제 (연주) 레퍼토리와 인생의 중심이에요."
부흐빈더는 4차례 공연 중 19일과 21일엔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5곡을 연주하고, 20일과 24일엔 디아벨리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19세기 음악 출판업자였던 안톤 디아벨리는 베토벤, 슈베르트, 리스트, 훔멜 등 당대 작곡가 50명에게 자신이 작곡한 왈츠를 나눠준 뒤 각자 변주곡을 작곡하도록 했다. 변주곡이란 주제가 되는 원곡의 리듬, 조성, 음형, 박자 등에 변화를 가해 새로운 음악으로 탈바꿈시키는 방식이다. 부흐빈더는 여기에 착안해 현대 작곡가 11명에게 디아벨리 주제에 의한 변주곡 작곡을 의뢰했다.
부흐빈더는 안톤 디아벨리의 왈츠 C장조로 연주회를 시작해 현대 작곡가 11명이 쓴 디아벨리 변주곡과 1824년 디아벨리가 출판한 옛 디아벨리 변주곡을 모두 연주한다. 모든 디아벨리 변주곡을 통틀어 가장 위대한 걸작으로 꼽히는 베토벤의 '디아벨리 주제에 의한 33개의 변주곡'으로 연주회가 마무리된다. "이번 프로젝트에는 베토벤 탄생 250주년을 맞은 현시점에 그의 음악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앞으로 우린 베토벤을 어떻게 연주해야 할지에 대한 오랜 고민과 성찰이 담겨 있어요."
[오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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