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폭연루설' 이재명 12번 웃었지만, 이 말은 안했다 [박은주의 돌발]

박은주 에디터 2021. 10. 18.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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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판 의원, 국감장서 "이재명에 돈줬다" 조폭 진술서 공개
이재명 지사, 11분 질의-답변 동안 12번 '웃음' 소리
조폭 박철민은 얼굴 공개하며 "거짓이면 처벌받겠다"

18일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장. 오전 국감은 사실상 ‘이재명 국감’이었다. 김용판 국민의힘 의원이 조폭 행동대장이었다는 재소자 박철민의 진술서, 사실확인서 여러장을 들고 나왔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18일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기도에 대한 국정감사장에 들어와 의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공동취재단

그는 재소자 박씨의 진술서를 읽어 내려갔다. “당시 국제마피아파 측근들에게 용역 등 시에서 나오는 사업의 특혜를 지원해주는 조건으로 불법 사이트 자금을 이 지사에게 수십차례에 걸쳐 20억원 가까이 지원했고 현금으로 돈을 맞춰 줄 때도 있었다” , “조직에서는 이시장을 ‘이재명 보스’라고 불렀다” 같은 폭탄 발언을 했다. 그리고는 각각 1억원, 5000만원 돈다발과 렌트카 업체의 명함이 함께 놓인 사진을 공개했다. (민주당은 김의원이 내놓은 사진 두 장 중 한장이 2018년 11월 ‘박정우’라는 인물이 올린 것과 동일하다며 사진 진위에 의문을 제기했다.)

7분 15초 가량의 질문이 끝나고 약 4분간의 이재명 지사의 답이 이어졌다. “제가 그렇게 했으면 이 자리에 나와 있겠느냐”고 시작했다. “어디서 찍었는지 모르겠지만, 노력 많이 하셨습니다”라고도 했다. “일방적으로 주장한다고 진실이 입증되지 않는다” “현금으로도 주었다니, 수표로 준 것도 있겠다”...이런 말 끝에 이어진 말이 핵심이다. “이래서 저는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을 제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차라리 기자회견을 하시죠” 참고로 국감장 바깥의 기자회견에서는 ‘면책특권’ 카드를 쓸 수 없다.

수감 중인 박철민은 “내 말 거짓이면 처벌받겠다”

‘편견덩어리’인 기자는 전과자, 재소자의 말을 들을 땐 의심부터 한다. 채널A기자가 검사와 짜고, 유시민 혐의 제보를 강요했다는 이른바 ‘제보강요’ 사건을 설계한 사람도 처음에는 ‘제보자’로 포장됐다. 이른바 ‘제보자 X’는 전과자 출신이다. 뉴스공장 같은 프로그램에서 지씨를 ‘의인’ 대접하는 걸 역겹게 봤다. 조폭 보스를 ‘준석이 형님’ ‘태호 형님’이라 부르는 조폭의 주장을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판단이 어렵다. 박철민 측 장영하 변호사는 18일 오후 박철민의 사진까지 공개했다. 박씨는 “거짓이면 처벌받겠다”고 말했다 한다.

국제마피아 행동대장이었다고 주장하는 박철민씨. 현재 수감 중이다. /장영하 변호사 제공

그의 웃음소리 12번

기자에게 잊을 수 없는 기억으로 남는 건, 이재명 지사의 ‘12번의 웃음소리’다.

이재명 지사가 이런 ‘폭로’를 예상했는지, 못했는지 알 수 없다. 다만 화면으로 드러나는 그의 모습은 비교적 차분했다.

김용판 의원이 박철민의 진술서 “저희의 호칭은 이재명 보스”라는 대목을 읽은 후 ‘돈다발’ 사진을 붙인 패널을 들어 보일 때였다. 화면은 김용판 의원을 비추고 있었는데, ‘흐흐흐’ ‘하하하’ ‘호호호’ 무엇으로 표현해도 좋을 웃음소리가 나왔다. ‘수괴급’이란 말이 나왔을 때도 이 지사 웃음 소리가 방송을 타고 나왔다. 서영교 행안위원장(민주당)이 김용판 의원에게 “(자료공개관련) 사전 협의를 하지 않았다”며 제지하려고 하자, 이재명 지사가 “네, 한번 보시죠”라며 또 웃었다. 서 위원장은 피감대상의 ‘지시’인지, ‘건의’인지를 바로 따랐다.

김용판 의원의 7분 여 질의 도중 이 지사의 웃음소리가 흘러 나온 건, 8번이었다. 답변 시간 4분간 4번 또 웃었다. 주로 야당의원들이 이 지사 발언에 항의할 때였다.

12번의 하하하 혹은 허허허, 무슨 의미일까. 어이없다, 기가 차다, 짜증 난다, 화가 난다, 여러가지 의미가 있을 수 있겠다. 그러나 ‘경악’ 놀람’은 없었던 것 처럼 보인다. 대단한 내공이다. 김용판 의원이 ‘폭탄성’ 발언을 했는데도, 그는 “그렇게 했으면”이라고 뭉뚱그려 답했다. 김 의원이 질의하는 동안, 단 한번도 ‘국제마피아’ ‘이준석’ ‘코마트레이드’ ‘이태호’ ‘박철민’ ‘1억원’ ‘돈’ ‘조폭’이라는 단어를 되묻거나, 구체적으로 반박하지 않았다. 4분 간의 답변 과정에서도 그랬다. “뭐? 국제마피아?” 되물은 건, 국민들 뿐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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