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파운드리 기술로 승부수를 건 이유는

조미덥 기자 2021. 10. 18.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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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삼성전자 최신 반도체 생산기지인 경기도 평택캠퍼스 전경. 삼성전자 제공


내년 반도체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전망이 밝지 않다. 삼성전자의 대표 반도체인 D램의 수요가 줄면서 가격이 하락하리란 예상이 많다. 반도체가 각 국가의 전략산업으로 인식되면서 외국 반도체 기업을 인수하는 것도 어렵게 됐다. 삼성전자가 최근 파운드리(시스템 반도체 위탁생산) 부문에서 내년 상반기 3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반도체를 양산하겠다고 밝힌 것은, 향후 D램 의존도를 낮추고 파운드리 부문의 기술력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18일 반도체와 증권 업계에는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내년 실적이 부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다수 나와 있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내년 메모리 반도체인 D램의 평균판매가격이 올해보다 15~20%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12일 보고서에서 “내년 1분기부터 메모리 반도체 가격의 낙폭 확대로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실적이 둔화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기엔 지난해 코로나19가 터지고 올해 상반기까지 컴퓨터(PC)와 스마트폰 판매가 워낙 많이 돼서 이제 수요가 줄어들 것이란 분석이 뒤따랐다. D램 고객사들이 공급망 차질에 대비해 이미 재고를 확충했다는 진단도 있었다. D램은 삼성전자 반도체 매출의 절반을 차지하는 핵심 제품이다. 삼성전자는 세계 D램 시장의 43.6%(올해 2분기 기준 트렌드포스)를 차지하고 있다.

반론도 있다. 황민성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18일 보고서에서 “현재의 반도체 부족 사태가 완화되면 메모리 반도체 재고는 빠르게 소진될 수 있고, 내년 생산량이 15% 정도 늘어나는데 그친 것을 감안하면, 가격 협상력은 공급사(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에 넘어간다”고 분석했다.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D램 가격 하락 위험에 흔들리지 않으려면, 첨단 기술이 모인 파운드리 시장에서 성장을 보여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 2분기 기준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대만 TSMC가 52.9%로 1위다. 삼성전자는 17.3%로 2위에 머물러 있다.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인수합병(M&A)을 한다면 호재가 될 수 있지만, 미·중 갈등 이후 반도체 국가주의가 확산되면서 외국 반도체 기업 인수를 허가받기 어려워졌다. 무난하리라 예상됐던 SK하이닉스의 인텔 중국 공장 인수도 중국이 허가를 안하고 붙잡고 있는 상황이다. 삼성전자의 170억 달러(약 20조원)짜리 미국 파운드리 공장 신설도 장소 결정이 늦어지고 있다.

올해 3분기 삼성전자가 사상 최초로 분기 매출 70조원을 넘고, 반도체에서만 약 10조원에 육박한 이익을 냈다는 분석이 나와도 삼성전자 주가가 7만원 정도로 내려앉은 것은 주가가 이러한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는 지난 7일 ‘삼성 파운드리 포럼 2021’에서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기술을 적용한 3나노 반도체 양산 계획을 내년 하반기에서 상반기로 앞당기겠다고 발표하며 승부수를 띄웠다. 외신이 예상한 TSMC의 양산 시기(내년 7월)와 비슷하다.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선도 있지만 삼성전자의 발표대로 된다면 애플, 테슬라, 인텔 등에서 최첨단 반도체를 수주하며 점유율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도 돌이켜보면 미국 첨단 기업에서 파운드리를 수주했다는 보도에 삼성전자 주가가 가장 많이 뛰었다”며 “내년엔 파운드리에서 시장의 기대에 부응하는 점유율 확대를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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