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산취득세 전환 검토' 22년 만의 상속세 개편 가능할까
[경향신문]
정부가 현행 상속세(유산세)를 유산취득세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을 두고 우려가 나오고 있다. 유산취득세는 상속자 개인이 물려받은 재산에 매기는 세금으로, 상속총액에 일괄적으로 세금을 매기는 지금보다 세부담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자산 격차와 부의 대물림이 심화될 것이란 의견이 많은데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 동의를 구하기 어려워 실제 개편까지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18일 기획재정부 등 취재를 종합하면,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 1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 동행 취재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현행 유산세를) 유산취득세로 전환하는 문제를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홍 부총리는 앞서 지난 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감에서도 유산취득세 도입 검토를 언급한 바 있다. 기재부는 이달 말 조세재정연구원의 관련 연구 용역결과가 나오면 다음달 국회 기재위 조세소위원회에서 유산취득세 전환을 포함해 연부연납제도(세금을 장기간에 걸쳐 나누어 납부할 수 있는 제도) 등도 납세자 편의와 관련한 내용을 논의할 예정이다. 홍 부총리는 후속 조치에 대해 “실제로 빠르게 이뤄진다면 내년 세법 개정안에 포함될 것”이라고 말했다.
1999년 개정된 현행 상속세는 상속 재산 전체에 세금을 매기는 방식으로, 과세표준 30억원을 초과하는 상속 재산에 50%의 최고세율을 적용한다. 재계에서는 상속세율이 지나치게 높아 기업 경영에 부담이 크다며 세제 개편을 요구해왔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한국의 최고 상속세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일본(55%)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최근에는 부동산 가격 급등으로 상속세 부담이 일부 중산층에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개편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검토되는 대안이 상속자 개인의 유산 취득분에 매기는 유산취득세다. OECD 국가 중 상속세를 부과하는 22개국 중 17개 국가는 유산취득세 방식을 운용하고 있다.
하지만 현행 상속세 납부 대상이 극소수에 그치는데다, 과표 산정 시 적용하는 각종 공제를 고려하면 실제 부담하는 세율은 명목세율보다 훨씬 낮다는 지적이 많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2019년 기준 피상속인은 34만5290명인데, 상속세 과세 대상은 8357명(2.42%)에 그치는 등 매년 2~3% 수준에 불과하다. 납부 대상이 되더라도 일괄 공제(5억원)와 배우자 공제(최소 5억원), 자녀 1인당 5000만원의 인적공제 등 여러 공제 사항을 고려하면 최소 10억원 이상 공제를 받을 수 있다.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는 “부의 대물림, 양극화 해소 등을 위해 공제 수준을 축소해야 한다”며 상속세 강화를 주장하고 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부동산 등 자산소득이 불어난 일부 중산층이 상속세 대상에 포함될 수 있고, 피상속인에게 과세하는 증여세와 과세원칙이 동일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유산취득세가 합리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면서도 “다만 충분한 공론의 과정이 없는 상태이고,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이 세제 개편에 동의할 가능성은 매우 낮기 때문에 실제 개편은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안광호 기자 ahn7874@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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