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 속도도, 비용도 부담"..높아진 NDC에 기업 신음 커졌다

경계영 입력 2021. 10. 18. 16:32 수정 2021. 10. 18.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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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40년 수소환원 개발 목표인데
철강업계, 2030년까지 탄소 저감 '막막'
전기요금 상승도 기업엔 부담 작용

[이데일리 경계영 박순엽 김호준 송승현 기자] 산업계가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상향안을 우려하는 가장 큰 원인은 속도다. 방향성은 맞지만 너무 빠르게, 공격적으로 목표치가 설정됐다는 얘기다. 당장 탄소 배출을 획기적으로 감축할 기술이 개발되지 않은 상황에서 감산 외엔 뾰족한 수가 없다고 산업계는 토로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서울 용산구 노들섬다목적홀에서 열린 2050 탄소중립위원회 제2차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포스코도 수소환원제철 개발 완료 2040년…NDC 부담 커

산업계는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는 기술 등을 개발하는 데 시간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산업부문 온실가스 배출량 30%(산업통상자원부 집계)를 차지하는 철강업계에서 수소환원제철 방식을 도입해 탄소 배출을 줄이겠다고 했지만 수소환원제철이 2030년 안에 개발될 수 있을진 아직 미지수다. 세계 선두 철강사인 포스코(005490)가 수소환원제철 개발을 완료하겠다고 목표로 잡아둔 시점만 봐도 2040년이다.

비용도 문제다. 포스코가 수소환원제철로의 전환에 투입하겠다고 발표한 비용만 최대 40조원에 달할 정도다. 다른 철강사가 수소환원제철 기술 개발과 전환에 투자할 비용을 감당하긴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국 철강협회 관계자는 “철강업계 에너지 효율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이어서 단기적으로 탄소 배출을 감축할 수 있는 수단이 거의 없다”면서도 “혁신 감축 기술의 조기 상용화에 도전해 2030년까지 감축하고자 최대한 노력하고 2050년까지 수소환원제철 기술을 개발·활용해 탄소 배출을 감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석유, 석탄 등 화석 연료·원료를 사용하던 시멘트·석유·화학·정유 업종 역시 재생 연·원료로 바꿔야 한다는 데서 어려움이 커졌다.

시멘트업계 관계자는 “석회석을 주 원료로 사용하는 시멘트 업계가 탄소배출량을 줄이려면 생산량 자체를 줄여야 하는 태생적 한계를 안고 있다”며 “유연탄을 대체할 수 있는 폐합성수지 사용 확대를 위한 콘크리트 염화물 관련 규제 완화와 수소열원 대체 등 관련 기술개발에 대한 적극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도 “재생 연·원료로 바꾸고자 연구원에서 연구개발(R&D)을 진행하곤 있지만 아직 기술적으로 뒷받침이 필요하다”며 “개발하는 데까지 시간이 필요할 뿐더러 생산하는 과정에서도 테스트가 필요할 수도 있어 안정적으로 제품을 생산하기까진 시간이 걸린다”고 우려했다.

정부가 신재생에너지 발전을 확대한 데 따라 기업의 전기요금 인상 부담도 커질 가능성이 커졌다. 국내 여건상 재생에너지 공급이 산업계의 전력 수요를 충족할 만큼 단기간에 확대되긴 쉽지 않아서다.

산업계 관계자는 “전기요금이 오를 가능성을 예의주시하면서 그 파급력을 가늠해보고 있다”며 “기존에 수립했던 탄소중립 로드맵을 뜯어고쳐야 하는 수준인 만큼 기업 입장에서도 곤혹스럽다”고 했다.

경제단체도 “목표치 조정 안돼 유감”

결국 산업계 경제단체도 NDC 상향이 기업 부담과 직결될 수밖에 없는 데 주목하며 우려 섞인 입장을 내놨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우태희 상근부회장 명의로 “‘지난 8월 발표한 초안 중 가장 높은 수준인 순배출량 ‘0’안이며 특히 산업부문 배출량은 초안보다 더욱 강화된 수준으로 설정됐다”며 “2030 NDC 상향안의 산업부문 감축목표 역시 당초 알려진 수준보다 높게 설정돼 기업들은 앞으로 매우 어려운 과제를 안게 됐다”고 우려했다. 이어 “제조업 비중이 높고 상품 수출이 경제를 뒷받침하고 있는 국내 현실을 고려할 때 탄소감축 및 넷제로 달성을 위한 향후 여정은 기업뿐만 아니라 일자리와 국민 삶에 큰 도전과제이자 부담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논평에서 “초안 공개 이후 경제·산업계가 2030년까지 우리나라 산업생산의 지속적 증가가 예상되고, 우리 산업의 에너지 효율이 세계 최고 수준이며 획기적 탄소감축 기술 도입이 어려운 점 등을 제시하며 목표치 조정을 요청했지만 전혀 반영되지 않아 유감”이라며 “향후 국무회의에서 우리 경제 여건에 맞게 합리적으로 수립될 수 있도록 면밀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도 “탄소중립 정책은 국가의 중장기 비전이라는 측면에서 매우 신중하게 결정되어야 하는 사안임에도 충분한 사회적 합의와 경제·사회적 영향분석 없이 일방적으로 결정한 부분에 대해서 유감”이라며 “목표 실현을 위해 필요한 비용추계는 전혀 공개되지 않아 기업들이 중장기적으로 어느 정도의 경제적 부담을 지어야 하는지 알 수 없어 정책의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밝혔다.

中企 “준비됐다” 15%뿐…“경쟁력 약화 우려”

중소기업계도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상향에 우려를 나타냈다. 실제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조사를 보면 중소기업 대다수(80.6%)가 ‘탄소중립에 대한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고 응답했지만 탄소중립 대응 여부에는 절반 이상(56.2%)이 ‘준비계획 없음’이라고 답했다. 준비가 됐다고 답한 비율은 15.1%에 그쳤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NDC의 급격한 상향은 제조업 중심의 산업 구조상 큰 비용을 수반할 것”이라며 “전기요금 인상은 원자재 가격과 제조원가 상승으로 이어져 중소제조업의 경쟁력이 약화할 수밖에 없다”고 걱정했다.

이어 “우리경제의 99%를 차지하는 중소기업 참여가 있어야 완전한 탄소중립이 완성될 수 있다”며 “탄소중립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준비할 수 있도록 중소기업 업종·규모별 맞춤형 지원정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경계영 (kyu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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