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선교단체 회원 17명 납치된 아이티 현실..90여개 갱단 활개, 수도 절반 통제

이윤정 기자 입력 2021. 10. 18.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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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아이티 경찰이 17일(현지시간) 수도 포르토프랭스 거리에서 순찰을 돌고 있다. 포르토프랭스| 로이터연합뉴스


아이티에서 미국과 캐나다인 선교사 17명이 납치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갱단이 도시를 장악한 아이티 현실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뉴욕타임스, 가디언 등 외신들은 17일(현지시간) 아이티에서 전날 미 선교단체 크리스찬 에이드 미니스트리스 회원 17명을 납치한 범죄조직은 ‘400명의 마와조’라고 보도했다. 아이티 경찰 당국은 ‘400명의 경험 없는 남자들’이란 뜻의 이름을 가진 이 조직은 크루아 데 부케 지역을 무대로 납치와 차량 강도, 상인 갈취 등을 범죄를 저질러 왔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400명의 마와조’는 아이티에서 가장 먼저 납치 범죄에 나선 조직 중 하나라고 전했다. 이 갱단은 수도 포르토프랭스 교외에서 선교단체 회원들이 납치된 지역을 통제하고 있다. 몇 달 동안 경쟁 폭력조직과 무장 투쟁을 벌이고 사업가들과 경찰관들을 납치하면서 테러를 자행해 왔다. 올해 초 사제 5명과 수녀 2명을 납치해 비난을 받았다. 버스에 총격을 가해 어린이를 숨지게 하고, 교회를 습격한 전력도 있다. 지역 빈곤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활동한 유명 조각가 앤더슨 벨로니를 살해한 배후로도 지목됐다.

가디언은 현재 아이티 내에 ‘400명의 마와조’와 같은 강력 폭력조직 90여개에 달한다며 포르토프랭스의 절반에 달하는 영토를 통제하고 있다고 전했다. 갱단의 활동은 아이티에 연간 40억 달러 이상의 경제적 손실을 입히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아이티 갱단은 1990년대 빈민가를 중심으로 활개를 치기 시작했다. 갱단은 마약, 밀매 등 불법적 사업으로 몸집을 불렸지만, 정치인들은 이들을 제거하기는커녕 자신의 영향력 확대를 위해 활용했다. 지역 정치인들은 반대파 암살과 시위 동원 등을 위해 범죄조직과 손을 잡았고, 갱단은 사회 곳곳에 더욱 깊이 뿌리내렸다. 가디언은 현재 아이티 갱단의 무장 능력이 아이티 경찰보다 더 좋은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후 아이티에서 강력범죄와 테러, 자연재해가 잇달아 일어나면서 범죄조직의 수도 급속히 늘어났다. 갱단 수가 늘자 서로 경쟁하거나 세력을 합쳐 몸집을 불리는 경우도 잦아지고 있다. 더이상 밀수, 마약 사업 등으로 수익 확대가 어렵자 최근에는 납치 범죄로 손을 뻗는 범죄조직이 크게 늘었다고 가디언은 지적했다.

뉴욕타임스는 폭력조직에 의해 통제되고 있는 지역 중 하나인 크로이데스부케츠는 많은 주민들이 갱단을 피해 도망치면서 유령도시처럼 변해갔다고 전했다. 인도에 즐비했던 노점상들은 갱단의 협박에 모두 문을 닫았다. 한때 안전지대로 여겨진 교회도 갱단의 표적이 되고 있다. 성직자들도 납치범죄에 희생되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

지역 주민들은 생계를 유지하고 자녀들이 학교에 다니지 못하게 하는 갱단의 폭력에 신물이 나 탄원서를 냈다. 주민들은 탄원서에서 “무장한 갱단들은 납치 몸값을 요구하는 것을 넘어 한밤중에 마을에 침입해 가족들을 공격하고 여성을 강간하는 범죄까지 저지르고 있다”고 했다. 운송업자들 또한 납치의 표적이 되자 파업을 예고했다. 운송업체 파업으로 가뜩이나 불안정한 경제가 더 휘청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 주 미국 고위 관리들이 아이티를 방문해 치안 강화를 위한 지원을 약속했지만 큰 효과는 없었다. 불과 며칠 만에 미국 선교단체 회원 17명이 납치되는 사건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포르토프랭스에 본부를 둔 인권분석연구센터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올 1월부터 9월까지 외국인 29명을 포함해 628명이 납치됐다. 뉴욕타임스는 과거 아이티 갱단은 미국 정부의 보복이 두려워 미국 시민들을 납치하는 것을 꺼려했지만, 날이 갈수록 갱단의 범죄는 대담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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