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5Lab] 벤투 감독의 고집? 짜잔, 사실 뚝심이었습니다!
(베스트 일레븐)
축구 경기를 보다 보면 주목할 만한 현상이 도드라지곤 한다. 빼어나게 빛나는 선수가 나타날 때도, 언더독 팀이 '파죽지세'가 될 때도 있다. <베스트 일레븐>은 축구 데이터 분석 업체 <팀트웰브>와 합작해 이 현상을 데이터로 분석해보고자 한다. 일레븐(11)과 트웰브(12)가 만난 '11.5Lab(Laboratory)'이다. 팀트웰브 김동현 팀장(kimdh@team12.co.kr)과 조영훈 기자가 함께 썼다. <편집자 주>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 예선이 어느덧 4차전까지 마무리됐다. 2승 2무, 홈에서 열린 1차 이라크전에서 아슬아슬한 무승부를 거뒀지만, 4차 이란전에서는 오히려 안정감을 찾는 무승부였다. 파울루 벤투 감독에 대한 팬들의 여론도 호의적으로 바뀌었다. 최종 예선 기간 동안 어느 변화가 있었는지 데이터를 통해 살펴보자.
고집에서 뚝심으로? 아자디 원정에서도 점유율을 가져간 벤투 감독
볼 점유를 통해 경기의 주도권을 가져오고 경기를 유리하게 끌어가는 게 벤투호의 기본적 방향이다. 홈에서 열리는 상대적 약체들과 경기보다 이란 원정에서 펼친 전술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란전 우리의 수비 지역 볼 점유 비율은 20.1%, 중앙 지역 54.7%, 공격 지역 25.1%로 이전 경기들과 동일하게 수비 라인을 끌어올린 것을 알 수 있다. 공격 지역 점유율이 평균에 비해 6%정도 낮다. 이는 이란이 강팀이고, 또 우리가 원정 경기를 치른 영향이 있었다.
이란의 데이터를 보면 수비 지역 32.3%, 중앙 지역 46.3%, 공격 지역 21.4%로 우리보다는 라인이 내려가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공격 지역만 비교해보면 우리가 이란보다 4% 정도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벤투호에서 포착된 변화, '공격 방향'
벤투호에 변화가 없던 것은 아니다. 그 중 가장 큰 점이 바로 공격 방향의 선택이다. 공격 방향은 1·2차전과 3·4차전을 비교해서 볼 필요가 있다. 같은 1승 1무지만 상대와 장소를 따져보면 그 가치는 다르다. 눈으로 보기에도 1·2차전에 비해 3·4차전서 보인 경기력이 더 좋았을 테다.
1·2차전 주 공격 루트는 왼쪽이었다. 3·4차전에는 오른쪽을 주 공격 루트로 삼았다. 단순히 좌우 방향만이 바뀐 게 아니었다. 내용도 바뀌었다.
반대편 측면 공격수의 슛 데이터를 살펴보자. 1차전 오른쪽 공격수로 출전한 송민규의 슛은 1개, 마찬가지로 2차전 오른쪽 공격수로 출전한 나상호의 슛은 아예 없다. 이것은 왼쪽에서 볼이 주로 돌 때 오른편 공격수의 활용이 부족했다는 의미다.
반대로 3·4차전을 살펴보자. 3차전 왼쪽 공격수로 출전한 황희찬은 5개의 슛을 시도했다. 4차전 왼쪽 공격수로 출전한 손흥민도 5개의 슛을 시도했다. 3·4차전의 우리의 주 공격 루트가 오른쪽이었는데, 반대편 공격수의 슛 수가 많은 것은 반대편 비어있는 곳으로 빠른 전환 패스를 했기 때문이다. 이는 농구에서 활용하는 '아이솔레이션'과 비슷한 공격 방법이다.
안다. 선수의 차이가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다. 그러나 1·2차전 손흥민과 황희찬의 슛 수는 3·4차전에 비해 적었다.(1차전 손흥민 슈팅 2개 , 1,2차전 황희찬 슈팅 모두 2개)
히트맵을 보면 1·2, 그리고 3·4차전 공격 방향 차이가 확연하게 보인다.
벤투호의 전방 압박은 어느 정도 수준일까?
수비 라인을 끌어올리고 높은 점유율을 가져가기 위해서는 우리의 배후 공간을 노리는 상대의 역습을 차단할 필요가 있다. PPDA는 팀의 전방 압박이 어느 정도인지 수치적으로 나타낸 데이터다. PPDA의 수치가 낮을수록 압박이 성공적이었다는 걸 의미한다.
1~3차전 우리의 PPDA 수치는 5~7점 대로 매우 좋은 수치를 기록했다. 상대팀들의 PPDA는 20~30으로 압박이 거의 없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역시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4차전 이란과 경기를 살펴봐야 한다. 이란전에서 우리의 PPDA는 11.03으로 이전 경기들에 비해 효율적으로 압박하지 못했다. 이란의 PPDA는 10.87로 우리보다 수치가 좋았다.
유럽 4대 리그 PPDA 수치와 비교해보자. 각 리그 중 챔스 진출 팀들의 평균 수치를 가져왔다. 챔스 진출 팀들의 데이터만 가져온 이유는 아무래도 강팀들이 라인을 끌어올리고 점유율을 많이 가져가기 때문이다.
4대 리그 팀들의 평균 수치를 보면 10~14 정도다. 비교군으로 우리의 평균 수치보다는 이란전의 데이터가 비교에 적절하다. 이란전 우리의 PPDA는 11.03, 4대 리그의 PPDA는 8점 대로 3점 정도 차이가 난다. 세계적 강팀들과의 비교는 가혹하지만, 우리의 압박은 더 발전할 가능성을 남겨뒀다.
글=조영훈 기자(younghcho@soccerbest11.co.kr)
사진=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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