쎄쎄쎄, 가위바위보 한판..'놀이' 경험한 아이, 왜 건강할까요?

한겨레 2021. 10. 18. 15:36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웹드라마 <오징어 게임> 이 인기다.

놀이를 통해 즐거움, 신남, 화, 신경전, 좌절을 경험한다.

이런 놀이를 경험한 아이들은 건강하다.

아이가 성장하면서 할 수 있는 놀이는 점차 다양해진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최이선의 '부모 연습장'

웹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인기다. 어린 시절 오징어 게임과 비슷한 십자가 게임을 즐겨 했다. 밀고 당기면서 십자가의 한 지점에 도착하면 승리하는 놀이다.

서로 힘센 친구와 편먹으려고 가위바위보를 신나게 했던 기억이 난다. 물론 마지막에는 약한 아이가 남지만 결국 모두 편을 먹게 된다. 열심히 싸우다가도 게임이 끝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친해진다. 이런 것이 게임의 묘미다.

놀이를 통해 누구나 리더가 되어보고, 상대방의 입장에 설 수도 있고, 조절력을 배우며 약자를 배려하고 다양한 감정을 나누게 된다. 사진은 2019년 10월12일 ‘제6회 놀이의 날’에 상자로 기차를 만들어서 노는 아이들의 모습. 김지윤 기자 kimjy13@hani.co.kr

<오징어 게임>에서는 안 나왔지만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에서 진 사람은 술래와 새끼손가락을 건 뒤 다른 주자가 와서 자신을 다시 살려주기를 학수고대한다. 패자부활전인 셈이다. 곤경에 처했다가도 드라마틱하게 이기고 나면 더 신이 났다.

놀이가 이처럼 신나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놀이에는 다양한 정서가 있기 때문이다. 놀이를 통해 즐거움, 신남, 화, 신경전, 좌절을 경험한다. 전략을 세우고 경쟁하며 문제 해결 방법도 익힌다. 게임에 져도 비참함보다는 적절한 좌절이기에 그 또한 즐겁다. 놀이는 도돌이표라 새롭게 도전할 수 있다. 이런 놀이를 경험한 아이들은 건강하다.

아이가 성장하면서 할 수 있는 놀이는 점차 다양해진다. 영유아 시기의 대표적인 놀이가 ‘까꿍 놀이’이다. 없어졌다 생겼다 하는 대상 영속성의 의미를 지닌다. 특별한 규칙이 없는 개입 놀이이고 연결됨을 경험한다.

그다음에는 마주 앉아 다리를 서로 엇갈려 놓았다가 “한 놈 두식이 석 삼 너구리 오징어 육개장 칠면조 팔다리 구두쇠 십자가 땡” 하면서 다리 하나씩을 빼는 놀이로 자연스럽게 규칙을 배운다. 나아가 가위바위보를 익히면서 이기고 지는 것을 알게 되고 ‘깍두기’ 제도가 도입된다. 모두 편먹고 남은 사람은 양쪽의 편이 될 수 있다. 점점 규칙이 많아지고 그 규칙을 어기면 점수를 뺏기고 이길 기회를 놓친다. ‘선을 밟았네, 안 밟았네’ 옥신각신하기도 하고 조금 봐주기도 한다. 규칙을 지키려고 몸과 마음을 조절한다.

이렇게 놀이를 통해 누구나 리더가 되어보고, 상대방의 입장에 설 수도 있고, 다감각적인 경험을 할 수 있으며, 높고 낮음의 각성을 자연스럽게 경험할 수 있다. 조절력을 배우고 약자를 배려하고 다양한 감정을 나누게 된다. 즐겁게 조율되는 경험을 하게 되는 특별하고 본능적인 순간이다. 즉 아이들에게는 놀이가 곧 밥이다.

그럼 놀이를 경험하지 못한 사람들의 정서는 어떨까. 상담을 하다 보면 어린 시절부터 부모에게 솔직한 마음을 한번도 표현해보지 못했다는 성인들을 만난다. 마음 표현은커녕 아마도 놀이의 즐거움조차 나누지 못했을 것이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놀이의 즐거움은 힘든 마음들을 감쌀 수 있는 치료적인 쿠션 역할을 한다. 부모와 했던 즐겁고 익숙한 놀이를 기억하는 아이는 헤쳐 나아가야 할 세상에서 한발 디딜 수 있는 힘이 하나 더 있는 셈이다.

아이가 훌쩍 자라기 전에 신나는 놀이를 함께 해보자. 접촉과 마주 봄이 있는 ‘쎄쎄쎄’도 좋다. 신문지로 공을 만들어 서로 던지고 맞히는 놀이도 재미있다. 신문지를 말아 칼싸움을 해도 좋다. 상대가 졌을 때는 때리는 벌칙을 주기보다는 이긴 사람에게 귤 하나 까서 입에 넣어주는 규칙을 만들어서 놀아보자. 놀이에서 즐거움을 표현하고 공유해보는 것이 서로의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첫걸음이라고 생각한다.

최이선 닥터맘힐링연구소 소장·교육학(상담 및 교육심리) 박사

최이선ㅣ닥터맘힐링연구소 소장·교육학(상담 및 교육심리) 박사

최이선 소장에게 묻고 싶은 얘기가 있으면 mamhealing@naver.com으로 보내주세요.

Copyright © 한겨레.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크롤링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