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어머니회'..교통지도는 엄마만 하나요?

한겨레 2021. 10. 18. 15:36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일상 속 무심하게 사용하는 차별·혐오 표현에 대해 알아보고 대안 언어를 제시함으로써 각종 미디어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혐오 표현에 일상적으로 노출된 청소년들에게 언어감수성을 높여주는 기획기사를 마련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공공영역의 차별 표현 및 대체어 목록> 을 통해 성별을 나타내는 접사를 떼고 교사, 의사, 작가, 대학생 등 직업·소속만 제시하는 대체어를 제안하기도 한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함께하는 교육 : 차별 표현 이제 그만!]연재ㅣ차별 표현은 이제 그만!
일상 속 무심하게 사용하는 차별·혐오 표현에 대해 알아보고 대안 언어를 제시함으로써 각종 미디어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혐오 표현에 일상적으로 노출된 청소년들에게 언어감수성을 높여주는 기획기사를 마련했습니다. 8월17일 기준으로 4주에 한 번 연재합니다.
등하굣길 안전지도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인데도 ‘녹색어머니회’라고 이름 짓는 것은 차별적인 표현이라는 지적이다. ‘녹색어머니회’ 대신 ‘등굣길 안전지킴이’, 유모차(乳母車)가 아닌 ‘유아차’(乳兒車)를 쓰면 어떨까. <한겨레> 자료사진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를 지휘한 첫 여성 지휘자 안토니아 브리코의 삶과 예술을 다룬 <더 컨덕터>는 청소년들과 함께 보면 좋은 영화다. 클래식계 여성 지휘자들은 오랜 시간 동안 “여자가 어떻게 지휘를 하느냐”라는 편견과 성차별에 맞서야 했다. 이 영화는 그 속에서 자신만의 열정과 노력으로 지휘봉을 들게 된 안토니아 브리코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성별에 따른 갖가지 차별 문제를 끄집어내고, 왜 이에 왜 대항해야 하는지 등을 생각해보게 하는 영화다.

꿈은 누구나 꿀 수 있다고 하지만 사실 꿈에도 차별은 있다. 사회는 오랫동안 ‘여자니까’ ‘남자니까’라는 식으로 성별 고정관념을 사람들에게 주입해왔다. 이는 일상 속 사소한 일부터 시작해 사람들의 진로 선택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다. ‘여성’ 또는 ‘남성’이 해야 할 일을 구분하거나 특정 성별을 차별하는 표현 또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유모차(乳母車)는 ‘어린아이를 태워서 밀고 다니는 수레’를 뜻한다. 어머니, 아버지부터 다른 가족 구성원에 이르기까지 누구나 끌 수 있는 이 도구의 이름엔 ‘어머니’를 뜻하는 한자 ‘모’(母)가 붙어 있다. 아이를 돌보는 건 어머니, 즉 여성만의 역할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일까? 이 생각이 옳지 않다고 본다면 이제라도 고치면 된다. 요즘 여러 곳에서 대체 표현으로 ‘유아차’(乳兒車)를 쓰는 이유다.

“오늘 안전지도 하러 학교 앞 신호등에 나갔는데 교통 깃발에 적힌 표현이 저만 어색한 건가요? ‘녹색어머니회’라는 말이요.”

한 블로그에 올라온 글이다. 녹색어머니회는 아이들 등하굣길 안전을 위해 통학로에서 교통안전 봉사 활동을 하는 경찰청 소속 단체다. 한데 이는 교통지도 활동을 하는 사람을 어머니로만 한정 짓고 있다. 아버지 또는 할머니, 할아버지 등 다른 가족 구성원도 참여할 수 있는 일일 텐데 말이다. 이와 관련해 경기도가 진행한 ‘성차별 언어 개선’ 공모에 선정된 대체어들이 흥미롭다. ‘등굣길 안전지킴이’ ‘등굣길 안전도우미’ 등이다. 이렇게 각종 차별적 표현에 대해 사회 구성원들이 함께 대체어를 고민해보는 것도 의미가 깊다.

누군가의 직업·소속 앞에 굳이 성별을 밝힐 필요가 없는데도 이를 표기해 성별 고정관념을 강화하는 사례도 많다. ‘남자 간호사’ ‘남자 승무원’ 등 굳이 남성임을 명시해 특정 직업군에 대한 성차별적 선입견을 드러내는 경우도 있지만, 직업 관련 성차별적 표현에는 사실 남성보단 여성에 대한 것이 훨씬 더 많다. 여교사, 여의사, 여교수, 여류작가, 여경, 여군, 여배우, 여종업원, 여대생 등이 그 예다. ‘남성 교수보다 여성 교수가 더 많았다’ 등 부득이하게 성별을 표기해야 할 경우를 제외하면, 굳이 누군가의 직업과 소속 앞에 성별까지 꼭 적어야 할 이유는 없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공공영역의 차별 표현 및 대체어 목록>을 통해 성별을 나타내는 접사를 떼고 교사, 의사, 작가, 대학생 등 직업·소속만 제시하는 대체어를 제안하기도 한다.

“남자는 태어나 세번만 운다.” “여자가 조신하지 못하게 무슨 태도야!” 이런 성차별·성별 고정관념으로 이루어진 발언이 아무렇지 않게 나오던 시대도 있었다. 성별에 따른 역할을 강요받고, 차별을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했던 문화는 무지했던 시대의 지나간 역사로 남겨둬야 하지 않을까?

김청연 기자 carax3@hani.co.kr

Copyright © 한겨레.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크롤링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