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인권연구소 "심석희에 대한 2차 가해 중단하라" 성명서

김창금 2021. 10. 18.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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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무분별 받아쓰기, 추측성 기사도 2차 가해"
지난 12일 열린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대한체육회, 국민체육진흥공단 국정감사에서 심석희 선수 관련 질의와 답변이 이뤄지고 있다. 연합뉴스

스포츠인권연구소가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24·서울시청)에 대한 2차 가해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스포츠인권연구소는 18일 ‘성폭력 범죄자 조재범은 심 선수에 대한 더 이상의 2차 가해를 멈춰라!’라는 성명서를 통해, “성폭력 범죄자 조재범에 의한 심석희 선수의 광범위한 사적 정보 제공의 불법성과 2차 가해 행위에 대한 비판과 함께 중단을 요구한다” 밝혔다.

연구소는 “조재범이 재판에 계류된 성폭력 사건과 무관한 피해자의 광범위한 사적 정보를 적나라하게 언론매체에 제공한 행위는 불법이자 피해자 흠집 내기를 통한 의도적 보복이며 명백한 2차 가해”라며 심석희에 대한 일각의 의혹 제기 및 언론보도가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스포츠인권연구소 페이스북 성명서. 페이스북 갈무리

이번 사건은 심석희를 상대로 3년여간 성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재범 전 국가대표팀 코치 쪽이 검찰의 심석희 핸드폰 포렌식 자료를 입수한 뒤 불법 공개하면서 불거졌다.

앞서 정의당 장혜영 의원도 지난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심석희를 향한) 의혹이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비난과 흠집 내기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카톡은 카톡이고, 성폭력 피해는 성폭력 피해”라며 무분별한 2차 가해를 중단해 달라고 촉구한 바 있다.

김창금 선임기자 kimck@hani.co.kr

<스포츠인권연구소 성명서 전문>

성폭력 범죄자 조재범은 심 선수에 대한 더 이상의 2차 가해를 멈춰라!

온라인 매체 디스패치가 심석희 쇼트트랙 국가대표와 평창 올림픽 당시 코치 간의 사적인 문자를 보도한 이후 그 파장이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언론들은 다투어 고의 충돌 의혹 및 불법 녹음 의혹, 승부조작과 욕설 파문 등을 잇달아 보도했고, 급기야 조재범 전 국가대표 코치의 심 선수에 대한 성범죄 1심 재판 판결문까지 공개되는 사태로 이어졌다.

보도 직후 심 선수에 대한 비난이 이어지면서 심 선수는 진천선수촌에서 퇴촌 되고 수상자로 내정된 대한민국 체육상이 철회됐으며 월드컵 시리즈 출전 명단에서 제외됐다. 대한빙상경기연맹은 승부조작에 대한 조사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러는 사이 일각에서는 심 선수에 대한 성폭행 및 폭행 혐의로 항소심에서 징역 13년을 선고받은 피고인 조재범에 대한 동정론이 일고 성폭행 가해 사실마저 부정하려는 양태로 번지고 있다.

조재범은 심 선수가 미성년자이던 시절부터 3여 년에 걸쳐 상습적 성폭력과 폭행 등을 저질러 온 혐의로 제1심과 항소심에서 중형의 유죄판결을 받고 있다. 이번 사태는 대법원 최종 선고를 앞둔 피고인 조재범이 변호인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법원에 제출된 변호인 의견서 내용을 언론에 유출함으로써 촉발됐다. 조재범이 재판에 계류된 성폭력 사건과 무관한, 피해자의 광범위한 사적 정보를 적나라하게 언론매체에 제공함으로써 자신에게 유리한 여론을 선동하고 가해 사실에 대한 물타기를 시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는 피해자에 대한 명백한 2차 가해이자 심각한 명예훼손을 추가적으로 자행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한 걸음 더 나아가 고의 충돌 의혹 등을 통해 심 선수를 공격하는 양상으로 이슈 전환을 꾀하려 했다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심지어 조재범은 자신도 지도교수의 강압에 못 이겨 어쩔 수 없이 승부조작에 동원되고 다른 선수를 회유해 피해자에게 금메달을 따게 해주었다는 주장을 하며 피해자 코스프레를 시도하고 있다.

여기서 분명한 것은 어떤 이유에서도 가해자가 피해자 선수에게 행한 중대한 범죄사실이 희석되거나 왜곡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이번 사태는 피해자 흠집 내기를 통한 의도적 보복이자 명백한 2차 가해다. 피고인의 의도적 보복행위에 편승하여 마구 전파하고 사회적 관심이 오히려 위법한 유출을 통한 이슈 전환으로 옮겨갈 때, 이는 피해자에 대한 명백한 명예훼손을 증가시키고, 또 다른 스포츠 성폭력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막고 스포츠인권 문제를 은폐시킬 위험이 크다는 점에서 결코 용인되어서는 안 될 또 다른 중대 폭력이다.

이번 사태는 동시에 여러 위법 행위를 노출하고 있다. 사건과 관계없는 내밀한 사적 정보까지 광범위하게 포렌식의 대상이 되고, 이러한 내용이 피고인에게 전달되며, 나아가 이것이 피고인에 의해 일방적으로 공개되고, 그 과정에서 노출된 의혹이 조사 또는 수사 대상이 되는 것이 과연 적법한지 따져봐야 한다. 이 사안에서 추가적인 조사와 조치가 필요하다면, 이는 성폭력·폭력의 피해자에 대한 흠집 내기 차원이 아니라, 이번에 또 한 번 드러난, 과거 빙상계에 존재했던 뿌리 깊은 파벌, 반인권적 훈련 관행, 그리고 스포츠의 근간을 흔든 승부조작에 대한 엄정한 조사와 징계의 방향으로 향해져야 할 것이다.

이에 스포츠인권연구소는 금번 사건을 범죄자의 피해자에 대한 보복성 2차 가해로 규정하고 다음과 같은 사항을 강력히 요구한다.

하나, 범죄자 조재범은 즉시 자신이 저지른 중죄를 인정하고 피해자에게 진지하게 사과하고, 더 이상의 가해를 멈춰라!

하나, 언론은 무분별한 받아쓰기와 추측성 기사의 확산을 통해 범죄자의 저의에 편승하는 기사가 심각한 2차 가해이자 명예훼손임을 직시하고, 더 이상의 2차 가해를 멈춰라!

하나, 대한체육회와 빙상연맹은 가해자의 불법 유출에 동조하거나 보복성 2차 가해에 편승하지 말라. 빙상계 비리를 척결하기 위한 조사와 재발 방지를 위한 방안을 추구하는 방향의 중립적 추가조사가 이루어져야 한다.

스포츠인권연구소를 포함한 시민사회는 이 사태의 추이를 면밀히 지켜보며 만약 계속해서 범죄자의 가해가 지속될 경우,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엄정 대응할 것이다.

2021년 10월 18일

스포츠인권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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