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스마트홈 관련 국감 질문·답변 유감

입력 2021. 10. 18.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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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국민 대다수는 아파트에 산다. 아파트에 설치된 정보통신 네트워크 시스템을 '지능형 홈네트워크'라고 한다. 아파트 현관문 옆에 붙어 있는 세대단말기(월패드)를 통해 차량출입 확인, 방문자 확인, 관리비 확인 등 각종 공용 서비스를 제공하고 원격지에서 세대방문자 확인 및 현관 개폐, 세대내 난방 조명 가스 등 각종 사물인터넷(IoT) 설비 제어 등으로 '스마트홈'을 만들어주는 시스템이다.

이렇게 편리한 생활을 제공하는 스마트홈이지만 네트워크의 보안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심각한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현관 도어락을 열고 세대로 침입하는 범죄로 이어질 수 있고, 월패드의 카메라와 마이크로 세대내 개인생활을 도촬하거나 도청할 수 있으며, 관리비 내역을 조작해 다른 세대로 비용을 전가시킬 수도 있다. 이런 시스템의 악용은 입주자에게 재앙이 될 수 있으며, 이미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

아파트 홈네트워크는 하나의 네트워크(통신망)를 전체 세대가 공유하면서, 모든 세대는 동일한 스마트홈 기기들로 구성되어 있는 구조이다. 해커가 외부로부터 또는 아파트 내부에서 한 세대의 월패드를 해킹하게 되면 모든 세대를 해킹할 수 있는 '매우 위험한 방식'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필자는 수 년 전부터 지능형 홈네트워크 보안 강화를 위해 '세대별 네트워크의 분리(망 분리)'를 주장해왔다. 세대 간의 상호침해를 방지하기 위해 홈네트워크를 각 세대별로 '정보의 경로를 분리'하는 '개별 네트워크로 분리' 방식으로 구성하자는 것이다. 만에 하나 어느 한 세대가 해킹되더라도 다른 세대로 위험이 전파되지 않도록 네트워크 보안성을 강화하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지난 주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에 대한 국회의원들의 질문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망 분리 비용이나 유지관리 책임이 과다하다는 산업체(월패드 제조사) 이견이 있어 산학연 전문가 자문 등을 통해서 연말까지 개정안을 확정하겠다"고 답변했다.

이같은 답변은 최근 수 년간 정책 기조와는 차이가 있다. '망 분리' 보안 강화는 2018년 1월 윤후덕 의원이 최초 주택법 개정안으로 추진한 이후 각종 전문가 토론회, 과기정통부 주도의 정책연구과제 수행, 산학연 의견수렴 등을 거쳐 기술기준으로 채택하고 고시에 반영하여 2020년 개정하기로 결정했던 사안이기 때문이다.

지능형 홈네트워크가 직면한 문제가 또 있다. 지어진 지 10년이 넘은 아파트에 가보면 대부분 일부 세대의 월패드 고장으로 홈네트워크 기능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한 채 그대로 방치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모든 세대와 공용설비를 한꺼번에 교체하지 않고서는 고장이 난 일부 장비만 따로 교체할 수 없도록 구조화된 시스템 문제 때문이다. 거주자들의 편리한 삶을 위해 추진해온 홈네트워크가 오히려 삶을 불편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이는 홈네트워크 설비가 제품간 또는 기기간 운영에서 상호호환성이 없기 때문이고, 제품간 또는 기기간 호환성을 갖추도록 정한 KS 표준을 따르지 않은 상태로 설치되어 있기 때문이다. 지능형 홈네트워크 설치 및 기술기준 고시에는 KS표준을 따르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KS표준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과거에 아마 규제 완화 차원에서 불합리하게 규제 완화가 되면서 발생한 사각지대"라고 답변했다. 현재도 의무사항인 KS표준을 산업체들이 지키도록 할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러운 답변이다.

스마트홈을 구성하는 지능형 홈 네트워크는 제품간 표준화와 네트워크의 보안성 확보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일부 홈네트워크 설비 제조사들의 반대로 문제가 해결될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국민들은 영문도 모르고 내집에서 불편함을 감수하고 있는 셈이다.

건설사가 일괄 공급하는 지능형 홈네트워크 시장은 전 세계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시장 환경이다. 대한민국이 명실상부한 '퍼스트 무버(First Mover)'이며, 이를 바탕으로 세계의 표준을 선도할 수 있는 국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분야다.

그러나 표준화와 보안성의 확보 없이는 스마트홈은 산업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 보안성 확보를 위한 '세대간 네트워크 분리(망 분리)'와 '기기간 표준화' 비용이 과다하다는 산업계의 근시안적인 이견으로 인해 스마트홈이 본래의 기능을 하지 못한다면 관련 산업의 발전을 가로막고 공멸로 갈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정부는 하루 속히 '세대간 망 분리' 의무화 개정안을 고시하고 '표준화'를 의무화하는 KS인증 시스템을 정비해야 한다. 국민의 안전과 재산권 보호를 위한 정부의 철저한 관리 감독을 기대해 본다.

[남우기 한국정보통신기술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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