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류첸코, 팔로세비치, 송민규 없어도..포항에는 김기동이 남아있습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인터풋볼=전주] 김대식 기자 = 포항스틸러스에는 김기동이라는 마지막 한 수가 남아있었다.

포항은 17일 오후 2시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나고야와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8강 경기에서 3-0 승리를 거뒀다. 이번 승리로 포항은 2009년 이후로 처음으로 ACL 4강 무대에 진입했고, 전북현대와 울산현대 승자와 대결한다.

이번 시즌 포항은 참으로 어렵게 시즌을 출발했다. 지난 시즌 주축 공격진인 일류첸코와 팔로세비치가 팀을 떠났지만 그에 걸맞은 보강을 이뤄지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새로 데려온 타쉬와 크베시치마저 팀에 녹아들지 못했다. 그나마 팀을 이끌어가던 송민규가 여름 이적시장을 통해 전북현대로 둥지를 옮기면서 김기동 감독의 고민은 깊어졌다.

그래도 김기동 감독은 신진호, 임상협, 강상우, 권완규를 중심으로 팀을 끌어갔다. 리그에서 지난 시즌만큼 성적은 나오지 않아 파이널 라운드 A그룹 진출이 쉽지 않지만 ACL에서는 순풍을 이어갔다. ACL 16강 진출도 부상자가 속출한 와중에 얻어낸 성과였다.

포항이 전력이 약해졌음에도 일정 이상의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기반에는 김기동 감독이 있었다. 김기동 감독의 지도하에 임상협은 부활의 신호탄을 쏘았고, 매 경기 맞춤 전술로 승점을 쌓아갔다.

그래도 나고야를 상대로는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지만 김기동 감독은 철저한 분석으로 나고야의 장점을 막아냈다. 나고야는 측면 플레이를 통해 전방에 있는 스비에르초크를 활용하는 공격이 자주 나오는 팀이다. 이를 막아내고자 포항은 측면 수비에 집중했다. 위기도 있었지만 포항은 전반전을 무실점으로 마쳤다.

후반전 들어서는 중원의 신진호와 신광훈을 전진 배치한 것이 주요했다. 포항은 전체적인 라인을 끌어올린 뒤 전반전보다 앞선 라인에서 압박을 펼쳤고, 나고야는 당황한 나머지 포항에 주도권을 내줬다. 그 과정에서 임상협의 선제골이 터지면서 포항이 먼저 승기를 잡았다.

김기동 감독은 선제골이 터지자 이수빈을 투입하면서 신진호를 2선에 배치시켰다. 후반 24분 신진호가 이승모의 추가골을 만들어내면서 김기동 감독의 교체술이 적중했다. 김기동 감독이 준비한 전술적 포인트들이 딱딱 맞아 떨어지자 후반전 나고야는 생각보다 무기력했고, 임상협한테 추가골을 내주면서 자멸했다.

경기 후 김기동 감독은 "선수들이 자랑스럽고 대단하다. 축하한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 선수들이 최선을 다해 승리할 수 있었다"며 소감을 전했지만 김기동 감독의 전술적인 탁월함도 포항의 승리에 크게 기여한 경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