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 예약도 광클 전쟁.. 코로나가 가져온 美 '골프 르네상스'
10년간 1600곳 문 닫던 미 골프장, 티박스 앞 수십명 대기행렬
금요일인 지난 15일(현지시각) 뉴욕시 인근의 한 퍼블릭 골프장. 평일 이른 아침인데도 티박스 앞에서 샌드위치·커피를 먹으며 차례를 기다리는 골퍼 수십명에 쉼없이 오가는 카트들 때문에 마치 북적이는 할인매장 같았다. 이 곳에서 15년 근무했다는 직원 제이크씨는 “모든 티타임이 정원을 꽉 채운 포섬(foursome)이다. 비가 와도 예약 취소를 안한다. 이런 건 정말 처음 본다”며 혀를 내둘렀다.
요즘 미국에서 골프 티타임 예약이 전쟁 수준이다. 넓은 땅에 값싼 골프장이 흔해 ‘아무 때나 산책하듯 골프 칠 수 있다’던 말은 옛말이다. 공립 골프장의 평일 티타임조차 일주일 전 가능한 예약 시간에서 단 30초만 지나도 자리가 동나고, 드물게 취소분이 생겨도 20~30분 안에 누군가 채간다. “주말 예약은 신의 가호가 있어야 한다”는 농담까지 나온다.
미 골프업계와 언론들은 이를 ‘20여년만에 돌아온 골프 르네상스’라고 표현한다. 1990년대 말~2000년대 초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의 등장에 고무된 미 골프 인구가 급증한 것과 비슷하게, 코로나 팬데믹이 골프 붐에 불을 댕겼다는 것이다.
‘타이거 우즈 붐’ 이후 미국 골프는 20여년간 고루한 장년층 취미란 인식 속에 사양화됐다. 2010년부터 10년간 전국 골프장 1600여곳이 문을 닫았다. 그러나 지난해 코로나로 인해 여행·모임 등 중산층 여가의 선택지가 줄고, 이들의 재택·원격 근무와 조기 은퇴 급증으로 시간과 금전 여유가 많아지면서 골프에 눈을 돌리는 경우가 많아졌다. 뉴욕에 사는 40대 남성 데이비드씨는 “팬데믹 때문에 운영하던 사업체도 잠시 접고 봉사활동도 못 했다”며 “마음 편히 사람 만나고 시간 보낼 수 있는 게 골프 뿐이었다”고 말했다. 50대 여성 조이스씨는 “10년간 골프채를 놨다가, 이거라도 하자 싶어 올봄부터 나왔다”고 했다.
전미골프협회에 따르면 2019년 6~10월 시즌에 비해 2020년 같은 시기에 미 전역의 라운딩 건수는 5000만건 증가한 5억건으로 14% 증가, 17년만에 최대 증가폭을 보였다. 대도시 인근 골프장들은 라운딩 건수가 30~60% 늘어났다. 2020년 신규 골퍼도 620만명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골프용품 판매량은 지난해 3분기에 10억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달성했다. ESPN의 골프 시청률은 40% 늘고, 티칭 프로들은 레슨 급증에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신사의 스포츠’ ‘백인 남성의 전유물’로 불리던 골프 인구 구성도 변하고 있다. CNN은 지난해부터 신규 골퍼의 40%가 여성이고, ‘골프 소외 계층’이었던 젊은 흑인 여성 전용 리그가 전국에서 새로 조직되고 있다고 전했다. 6~17세 주니어 신규 골퍼 역시 65만명으로 ‘타이거 우즈 붐’ 이후 최대다. 유소년 스포츠 중 단체 종목들이 코로나로 와해되면서 대안으로 골프를 택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뉴욕타임스는 이런 트렌드에 맞춰 게임·파티도 즐길 수 있는 골프연습장, 6홀·12홀짜리 비정규 골프장 등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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