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관 재정립의 시대.. '스승 찾기'보다 스스로 '생각의 어른'되길"

오남석 기자 2021. 10. 18. 10:2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믿는 인간에 대하여’의 저자 한동일 작가가 지난 12일 문화일보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모든 가치관이 재정립되는 이 시대에 필요한 마음가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호웅 기자

■ 문화일보·예스24 - 국민서평프로젝트 ‘읽고쓰는 기쁨’

- 5차 공모 도서 ‘믿는 인간에 대하여’ 한동일 작가

신앙·종교의 의미 담은 작품

교회의 쇠퇴·침체 이어지는데

이름값에 충실하면 ‘종교개혁’

‘어떻게 해결할까’라는 훈련이

사회적 확산되면 희망 생길것

“역사를 보면 인간은 내가 살고 있는 지금이 가장 고통스러운 시대이고, 내가 가장 힘들다고 생각하는 습성을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나 힘들어. 누가 문제 좀 해결해줘’가 아니라 ‘왜 힘들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는 뭘 할 수 있지?’라고 생각할 수는 없을까요. 이런 훈련이 개인에서부터 이뤄지고 사회적으로 확산하면 한 사회가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품고 있습니다.”

2017년 ‘라틴어 수업’ 열풍을 불러일으켰던 한동일 작가. 새 책 ‘믿는 인간에 대하여’(흐름출판)를 내놓은 한 작가는 지난 12일 문화일보 인터뷰에서 “가치관의 재정립을 요구하는 코로나19 시대, 우리 모두가 문제를 해결해 줄 스승을 찾을 게 아니라 스스로 ‘생각의 어른’이 되길 바란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번 책은 저자가 2019년에서 2020년으로 넘어가던 한 달 동안 ‘종교의 도시’인 이스라엘 예루살렘에서 머물며 가다듬은 생각을 담았다. 이제 가톨릭 사제직을 내려놓고 순수 연구자이자 저술가의 길을 걷는 그는 “교회가 과연 이름값을 하고 있는지 되돌아볼 때”라며 종교계와 종교 지도자들을 향한 쓴소리도 내놨다. ‘믿는 인간에 대하여’는 문화일보·예스24 공동 기획 ‘국민 서평 프로젝트 - 읽고 쓰는 기쁨’ 5차 서평 도서다.

―‘믿음’을 새 화두로 내건 이유는.

“많은 사람이 ‘믿음’이라는 것에 피로도를 느끼고 있다. ‘믿음’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에 의해 오히려 교회를 떠나는 시대다. 역사상 교회의 쇠퇴와 침체는 정치적 압박이나 박해에 의해서가 아니라 교회 구성원에 의해 이뤄졌다. 교회가 사람들로 하여금 교회를 멀리하게 하는 건 아닌지 돌아봐야 할 때라고 생각했다. 또 종교에 관한 어두운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 이 시대에 한 명의 신앙인으로서, 신앙과 종교의 의미를 같이 생각해 보고 싶었다.”

―다시 종교개혁이 필요하다는 얘긴가.

“종교개혁이라고 하면 너무나 큰 헤게모니 변화를 요구하는 건데, 그런 거창한 이야기보다 이름, 우리의 정체성을 묻는 것에서 시작하면 좋겠다. 유럽에서는 교회를 ‘로만 가톨릭 처치(Roman Catholic Church)’와 ‘프로테스탄트 처치(Protestant Church)’라고 하는데, 나는 ‘천주교’ ‘개신교’라는 우리 표현에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천주교란 ‘하늘·하느님(天)이 주인(主)인 교회’, 개신교란 ‘개혁(改)하고 새롭게 하는(新) 교회’다. 여기에만 충실해도 종교개혁이 따로 필요 없다고 본다. 이름값을 못하니 ‘믿는 사람’도, ‘믿지 않는 사람’도 교회에 거리감을 느끼는 것 아닌가 싶다.”

―코로나19 시대에 대면 예배 논란이 이어졌다.

“유럽에서 헌법학 공부는 종교의 자유에서 출발한다. 종교의 자유에서 ‘개인’과 ‘자유’라는 근대 헌법의 기본권 개념이 파생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신앙을 갖거나 안 가질 자유, 즉 ‘신앙의 자유’는 절대적인 자유라고 본다. 그런데 예배처럼 신앙을 표현하는 자유, 즉 ‘신앙 활동의 자유’는 상대적인 자유로 본다. 신앙 표현이 타인과 공동체에 해가 된다면 규제할 수 있다는 얘기다. 모든 복음서와 예언서의 기본은 ‘너희는 남에게서 바라는 대로 남에게 해줘라’라는 것이다. 유럽에서 예배 논란이 없었던 것은 이 때문이다.”

―종교가 아니더라도 사람들 간의 갈등은 점점 격해지고 있는데.

“마태오 복음 18장 10절에 ‘너희는 이 보잘것없는 사람들 가운데 누구 하나라도 업신여기지 않도록 조심하라’고 돼 있다. 지금은 모두가 거칠어져, 조금만 건드리면 바로 싸울 태세가 돼 있다. 이러니 대화가 될 가능성이 없다. 신앙이 있고 없고 상관없이, 우리가 ‘작은 것’을 어떻게 대해 왔는지 돌아보자고 얘기하고 싶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초현대 시대’로 넘어가게 될 거라고 썼다. 어떤 점에서 다를까.

“코로나19 이후 시대는 우리에게 새로운 설명을 요구하는 시대, 가치 재정립을 요구하는 시대가 될 것이다. 가치의 문제를 고민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한국에서는 인공지능(AI)이다 뭐다 해서 기술의 변화를 많이 이야기한다. 그런데 더 고민해야 할 것은 기술 진보의 시대에 인간의 존재를 어디에 둘 것인가, 인간의 가치를 어떻게 정립할 것인가의 문제다.”

---------------------------------------------------

○ ‘국민 서평 프로젝트 - 읽고 쓰는 기쁨’ 5차 서평 공모 도서는 ‘믿는 인간에 대하여’와 ‘완전한 행복’(은행나무), ‘인생은 왜 50부터 반등하는가’(부키), ‘방관자 효과’(쌤앤파커스)다. 1600∼2000자 분량으로 서평을 작성해 11월 4일까지 제출하면 된다. 자세한 내용은 QR코드가 안내하는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오남석 기자 greentea@munhwa.com

[ 문화닷컴 | 네이버 뉴스 채널 구독 | 모바일 웹 | 슬기로운 문화생활 ]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구독신청:02)3701-5555 / 모바일 웹:m.munhwa.com)]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