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69명 관중과 펠레스코어, 2021 최고의 명승부를 보다[SS현장]

정다워 2021. 10. 18.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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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심의 여지 없이 2021년 최고의 명승부였다.

17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전북 현대와 울산 현대의 2021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8강전은 말 그대로 명승부였다.

모처럼 많은 관중 앞에서 전북과 울산, 라이벌 팀들이 격돌했다.

전북과 울산은 어느 때보다 치열하게 충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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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두기 수칙에 맞게 관중석을 가득 채운 전주성.제공 | 프로축구연맹
[스포츠서울 | 전주=정다워기자] 의심의 여지 없이 2021년 최고의 명승부였다.

17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전북 현대와 울산 현대의 2021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8강전은 말 그대로 명승부였다. 연장 접전 끝에 원정팀 울산의 3-2로 끝난 결과와 관계 없이 경기 내용과 분위기 자체가 명품이었다.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 위축된 축구가 기지개를 켜는 상징적인 의미도 있었다.

프로축구연맹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원정팬의 출입을 막고 있다. 이 규정은 ACL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아시아축구연맹은 원정석을 수용 인원의 최소 8% 배분하도록 요구한다. 이에 따라 울산 팬도 오랜만에 당당하게 파란색 유니폼을 입고 전주성에 입성했다.

전북 홈 팬도 많이 입장했다. 응원석은 물론이고 동편과 서편의 일반석에도 관중이 가득 찼다. 이날 입장 관중수는 6869명. 모처럼 많은 관중 앞에서 전북과 울산, 라이벌 팀들이 격돌했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떡은 많았다. 전북과 울산은 어느 때보다 치열하게 충돌했다. 120분간 두 팀이 시도한 슛은 총 33회였다. 전북이 17회, 울산이 16회로 소나기슛을 쏟아부었다. 올시즌 K리그1에서 나온 세 차례 맞대결을 생각하면 이날 경기는 훨씬 치열했다.

경기 흐름 자체가 박진감 넘쳤다. 울산이 넣으면 전북이 쫓아가는 패턴이 90분간 이어졌다. 득점의 수준도 높았다. 한교원이 시도한 빠른 템포의 슛은 전주성을 열광시켰다. 쿠니모토의 발리슛도 예측 불가한 타이밍에 터졌다. K리그 최고의 골키퍼인 조현우를 ‘얼음’으로 만드는 골이었다. 원맨쇼 끝에 터진 바코의 환상적인 골은 전주성을 침묵에 빠뜨렸다. 여기에 연장후반 나온 이동경의 중거리슛도 아름다웠다.

코로나19 시국이라 육성 응원은 금지되어 있지만 이런 골들을 보고 침착하게 반응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전북 팬이든, 울산 팬이든 본능적으로 소리를 칠 수밖에 없는 장면이었다.

마지막까지 손에 땀을 쥐게 했다. 경기 종료 직전 구스타보의 슛이 골대 옆으로 살짝 빗나가며 전주성은 침통에 빠졌다. 조현우는 동료들에게 집중력을 요구하며 소리치는 동안 불투이스는 주먹을 쥐며 환호했다. 울산 원정석은 승리를 직감한 듯 기쁨을 만끽했다.

무엇보다 전북이 모처럼 전북다운 경기를 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었다. 패하기는 했지만 전북은 올시즌 울산전 중에서는 가장 뛰어난 경기력을 보여줬다. 먼저 실점하고 끌려다니는 어려운 상황에서 끝까지 물고 늘어지며 울산을 괴롭혔다. 특히 후반으로 갈수록 울산과의 힘싸움에서 우위를 점하는 모습이 경기를 더 흥미롭게 만들었다. 내용만 보면 전북이 승리해도 이상하지 않은 경기였다.

반대로 울산은 전북 트라우마를 극복했음을 알리는 의미가 큰 승리를 챙겼다. K리그1 1위인 울산은 ACL, FA컵에서 모두 준결승에 올라 있다. 홍명보 감독 부임 1년 차에 트레블에 도전할 수 있게 됐다.

승패가 갈리고 양팀의 희비가 엇갈렸다. 전북은 데미지를 입었다. 고개 숙인 선수들은 위로를 받으며 터널로 향했다. 반면 울산 선수들은 전주성을 안방 삼아 신나게 뛰어다녔다. 중립적인 입장에서 보면 양팀의 슬픔과 기쁨 모두 흥미롭게 다가왔다. 축구의 묘미를 오랜만에 느끼게 한, 어쩌면 2021년 처음으로 회복하게 만든 명품 경기였다.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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