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언의 '더 모닝'] "민간 특혜 막았다"는 주장, 효과가 계속될까요?

이상언 입력 2021. 10. 18.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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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은 대장동 의혹 방어 논리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경기도청에 마련된 국회 행정안위원회 국정감사장. 18일 국정감사가 시작된다. [연합뉴스]


“대중은 이성보다 감성에 취약하다. 대중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감정에 호소해야 한다. (중략) 가장 아둔한 사람도 이해할 수 있을 정도의 단순한 내용을 반복적으로 말해야 한다. 그것의 결과만이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근거이다.”

아돌프 히틀러가 옥중에서 구술한 것을 루돌프 헤스가 받아 써 만든 책 『나의 투쟁』에 있는 문장들입니다. 그는 “선전은 진리를 객관적으로 탐구하는 것이 아니라 대중의 자기 정당화에 도움이 되는 것이어야만 한다”라고도 했습니다.

감정을 자극하는 단순한 내용을 반복해 말하고, 대중들이 자기 생각을 정당화하는 데 도움이 될 말(즉, 그들이 듣고 싶어하는 말)을 해야 한다는 것은 성공적 선전(홍보) 기법이라는 평가를 받아왔습니다.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이 됐던 것도 이런 방법을 썼기 때문이라고 보는 사람이 많습니다.

과연 이런 선전 기술이 권력을 쟁취하고, 유지하는 데 정말 효과적일까요? 프랑스의 인지 과학자 위고 메르시에는 『대중은 멍청한가』라는 책에서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고 주장합니다.

‘역사학자 이언 커쇼(Ian Kershaw)는 일기부터 나치 정보기관의 보고서까지 광범위한 자료를 바탕으로 나치 시대의 독일 국민 여론을 정확히 알아냈다. (중략) 커쇼의 진단에 따르면, 히틀러가 1933년의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결정적 요인은 “이미 광범위하게 확립된 이데올로기적 합의를 연설에서 구체적으로 표현한 것”이었다. (중략) 요컨대 히틀러는 독일 여론을 만들어간 것이 아니라 독일 국민의 바람에 부응한 것이었다.’

‘커쇼는 “나치 프로파간다의 효과는 기존의 여론에 기초해, 기존의 여론 가치를 재확인하고, 기존의 편견을 부추기는 정도에 따라 크게 달라졌다”고 결론지었다. 프로파간다는 여론과 충돌하면 어김없이 실패했다. 전체적으로 보면, 대중 설득은 ’전혀‘까지는 아니어도 거의 일어나지 않았다.’

커쇼는 나치 친위대(SS) 산하 보안방첩대로 올라온 정보들을 추적했는데, “우리 프로파간다가 허위이고 거짓이란 이유로 어디에서나 국민의 저항에 부닥치고 있습니다”라는 취지의 보고들이 있었다고 합니다. 독일 국민이 나치의 유대인 추방 주장에 그다지 호응하지 않은 것, 장애인 강제 안락사 조치에 대중의 반대가 널리 퍼진 것, 전쟁에 노동자를 징발하자 다수의 노동자가 결근으로 저항한 것, 선전부의 메시지보다 몰래 전해진 BBC의 보도를 신뢰했던 것 등이 나치의 선전이 그다지 효과가 없었다는 위고 메르시에 주장의 근거가 됩니다.

메르시에는 나치의 대중 동원력은 프로파간다가 아니라 ‘공포 조장과 법적 차별’에서 나왔다고 주장합니다. 그가 제시한 결론은 이렇습니다. ‘우리의 기존 믿음과 충돌하는 메시지, 우리에게 별로 달갑지 않은 짓을 하라는 명령은 쇠귀에 경 읽기에 가까울 수 있다. 가톨릭 교회는 최고의 권위를 행사할 때도 농민들에게 금식하고 고해성사하며, 자발적으로 십일조를 헌납하고, 이교도적 풍습을 버리도록 유도하지 못했다. (중략) 대중 설득은 저항에 부딪히면 실패한다. 어떤 메시지가 효과를 가지려면, 그 메시지를 믿을 만한 긍정적인 이유가 있어야 한다.’

이재명 지사는 대장동 의혹에 대해 “5503억원을 시민 이익으로 환수한 모범적 공익사업”이라는 말을 반복합니다. 그러면서 민간 개발업자들에게 1조원에 가까운 이득을 주게 된 개발사업의 구체적 진행 과정에 관련된 질문에는 답변을 피하고 있습니다.

‘이번 국감은 국민이 생방송으로 지켜보는 가운데 의혹에 대해 소상히 설명할 기회이기도 하다. 야당 의원들의 질문에 역공만 할 게 아니라 진솔한 자세를 보여야 한다. 국민을 설득하고자 한다면 최대한 성실하게 입장을 밝히는 게 우선이다.’ 오늘 자 신문에 실린 중앙일보 사설의 한 대목입니다.

■ [사설] 이재명, 국감서 대장동 의혹 소상히 설명하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인 이재명 경기도지사. 우상조 기자

‘네 탓 공방’ 말고 납득할 만한 해명을
여야 의원들도 진실 규명 주력해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경기지사 자격으로 참석하는 국정감사가 오늘 열린다. 국회 행정안전위의 경기도 국감에서는 대장동 의혹이 주로 다뤄질 예정이다. 사실상 ‘이재명 청문회’나 마찬가지인 국감을 앞두고 여야 대치는 한층 격해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본인 입으로 대장동 토건비리 사업을 설계했다는 자백까지 했고, 핵심 측근인 유동규마저 비리로 구속됐는데 남 탓이 통하겠느냐”며 이 후보가 ‘몸통’임을 밝히겠다고 벼른다. 반면에 ‘국힘 게이트’라고 맞받아치는 이 후보와 민주당 지도부는 “오히려 이 지사의 행정 능력이나 청렴성을 확인하는 계기로 만들겠다”고 호언한다.

양측이 전의를 불태우면서 자칫 이번 국감이 ‘네 탓 공방’으로 고성만 오가다 끝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기존 국감을 보면 여야 정치권은 한쪽이 의혹을 제기하면 다른 한쪽이 엄호하면서 이전투구만 노출한 경우가 허다하다. 하지만 대장동 의혹은 국민적 관심사인 부동산 비리인 데다 특혜 금액의 규모가 상상을 초월하며, 여당 대선후보의 연루 의혹이 제기된 사안이다. 또한 야권 국회의원 자녀를 통한 뇌물 의혹과 거물급 법조인들에 대한 특혜 및 수십억원 제공설까지 불거졌다. 의혹이 중대한 만큼 진행 중인 검찰 수사와 별개로 국회 차원의 진실 규명 역시 긴요하다.

무엇보다 스스로 국감을 받겠다고 밝힌 이 지사의 자세가 중요하다. 여당 대선후보로 선출된 만큼 국민에게 관련 의혹에 대해 책임 있는 입장을 밝혀야 한다. 대장동과 관련해선 구속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및 화천대유 대주주인 김만배씨와 이 지사의 정확한 관계, 인허가나 시행 과정에서의 특혜 여부 등 의혹이 산적해 있다. 김만배씨의 ‘그분’과 이 지사의 관련 여부도 밝혀져야 할 대목이다. 성남시장 시절 이 지사가 대장동 개발계획 관련 공문에 10차례 서명도 했다고 하니 “모범적인 이익 환수” 정도로 넘길 상황이 아니다.

이 지사 스스로가 기대한 대로 이번 국감은 국민이 생방송으로 지켜보는 가운데 의혹에 대해 소상히 설명할 기회이기도 하다. 야당 의원들의 질문에 역공만 할 게 아니라 진솔한 자세를 보여야 한다. 국민을 설득하고자 한다면 최대한 성실하게 입장을 밝히는 게 우선이다. 특혜 의혹의 핵심 인물로 지목되는 남욱 변호사가 오늘 입국하면 검찰이 조사할 예정인데, 대장동 비리 의혹은 여야 정치권과 법조계를 막론하고 실체가 반드시 밝혀져야 한다. 여야 의원들도 오늘과 20일 잇따라 열리는 경기도 국감에서 편을 갈라 싸울 게 아니라 진실 규명에 초점을 맞추기 바란다. 비리 의혹은 특검을 통해서라도 언젠가 실체가 드러난다는 것을 과거 사례에 비춰 정치권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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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언 기자 lee.sangeon@joongang.c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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