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적 토기에 창의적 색감 더하니 가장 세계적"
도자기 공부 위해 英 유학 중 빗살무늬토기에 흠뻑 빠져
英비엔날레·獨박람회에 초청 받으며 '초신성'으로 부상
내년 뉴욕서 두번째 개인전 "상상과 휴식 주는 작품 목표"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말은 어디까지 통할까. 지난 6월 프랑스에서 자신의 첫 개인전 ‘Beyond the Blue’를 연 김호정(32)씨를 보면 알 수 있다. 2016년 홍익대에서 산업도자 전공으로 석사과정을 마친 김씨는 28살 나이로 영국 유학길에 올랐다. 18세기 산업혁명에 저항해 ‘미술공예운동(Arts and Crafts Movement)’이 일어났을 만큼 공예산업 전통을 고수해온 영국에 매력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랬던 그의 회귀점은 ‘한국 도자기’였다.
2017년 영국 왕립예술학교(RCA) 도예유리학과에 입학한 김씨는 사이프러스 지방의 토기 주전자를 연구하다 우연히 한반도 신석기시대의 대표 유물인 빗살무늬토기의 표면과 비슷한 문양을 발견했다. 먼 타국에서 우연히 찾아낸 ‘한국’이었다. 그는 “영국에서 공부하면서 신기하게도 한국의 토기에 관심을 두게 됐다”면서 “그때부터 빗살무늬토기나 조선백자를 닮은 한국적 도자기에 새로운 색을 불어넣는 작업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다양한 색상의 안료를 점토와 함께 반죽해 직접 도자기를 구워낸다. 이때 여러 점토가 어우러지며 겉면에 각양각색의 무늬가 만들어진다. 빗살무늬토기를 모티브로 삼은 길고 완만한 곡선은 비슷할지 모르나 문양은 그야말로 우연의 산물이기에 똑같은 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작품인 것이다.
세계 미술계는 동양적이면서도 세련된 도자기의 형태와 무늬에 주목했다. 김씨는 작년 2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개최된 세계 최대 소비재 전시회 ‘암비엔테(Ambiente)’에서 ‘주목할 만한 신예작가’로 선정됐다. 앞서 2019년 영국 ‘도자비엔날레’와 독일 뮌헨에서 열린 ‘2020 수공예·디자인박람회’에도 초청을 받으며 이른바 ‘초신성’으로 떠올랐다. 전문가들은 그의 도자기에 고유함과 다양성이 어우러졌다고 평가했다. 가장 한국적인 토기에 창의적인 색감이 더해져 가장 세계적인 것이 된 셈이다.
하지만 6월에 있었던 개인전은 도자기가 아닌, 손으로 그려낸 드로잉 작품을 처음 선보이는 자리였다. 도자가 아닌 회화였지만 생소하지 않았다. 판화지에 물감을 끼얹거나 마치 도자를 빚듯 손가락으로 문지르고 펴내며 색을 채워나가는 방식이었기 때문이다. 이 작업방식에 대해 그는 “흙을 반죽하고 색을 내는 도자기 제작과정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무엇보다 과슈, 유화, 수채화, 파스텔 등 여러 도구를 활용해 깊이 있는 푸른색을 구현해내고자 했다. “제 작품에 사용되는 색들은 서로 혼합되며 조화를 창조해내요. 그중에서도 파란색은 자연을 바라볼 때 가장 먼저 와 닿는 색이라 좋아합니다.”
김씨의 작품은 “푸른색과 하얀색 점토의 조화가 마치 파도치는 것 같다”는 반응부터 “자연을 추상적이면서도 아름답게 표현해냈다”는 등의 호평을 받고 있다. 무엇보다 드로잉과 도자기 사이의 예술적 경계를 무너뜨리는 실험적인 표현법으로 더욱 회자한다. 그의 작품을 마주하면 멀리서 보았을 때는 단순한 도자기지만, 가까이서 보면 한 폭의 추상화 같다는 느낌을 받는다는 평이다. “하늘과 바다의 푸른빛과 같이, 파란색은 인간이 인위적으로 만들어 쉽게 흉내낼 수 있는 색은 아니지요. 하지만 저는 흙과 그림을 통해 광대한 자연을 표현하고 싶어요.”
최근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와 경기세계도자비엔날레에서 특선 등으로 호평 받았던 김씨는 내년 뉴욕에서 두 번째 개인전을 개최할 예정이다. 특히 한국의 전통 재료를 활용한 작품 등을 대중에 선보이기로 했다. “사람들에게 편안한 상상과 휴식을 주는 작품을 만드는 게 목표”라는 그의 ‘소박한’ 꿈은 이미 세계에 닿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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