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기의 과유불급] 제3차 선거인단, 이재명 패배를 암시하다

전영기 편집인 2021. 10. 18.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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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전영기 편집인)

민주당 당무회의가 이재명 경기지사를 대선후보로 확인했지만 별 감흥이 일지 않는다. 자기들끼리 흘리는 어색한 미소와 건성건성 치는 박수 소리만 허공을 맴돌다 사라졌다. 이재명을 몰아붙였던 이낙연 전 대표가 승복 선언을 했다고 해도 사정은 달라지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은 이재명 지사가 대장동 게이트의 몸통이 아닌가 의심하고 있다. 의심은 여야, 좌우 진영을 불문하고 동심원처럼 퍼져 갔다.

ⓒ국회사친기자단

쌍십절 반란 사건은 민주당의 신선한 경험

10월10일, 24만 명이 참여한 민주당 제3차 선거인단 투표 결과가 아무도 예상치 못한 62%(15만 명)대 28%(7만 명)의 '이낙연 승리'로 끝난 것은 진영 너머 진실이 우선함을 증명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그 드라마의 주제는 이낙연 지지자가 갑자기 뒤늦게 무더기로 등장했다는 것이 아니다. 이재명의 대장동 관여 의혹이 말끔하게 씻기지 않으면 결코 그에게 지지표를 던질 수 없겠다는 대중의 양심과 상식이 작동하기 시작했다는 점이 중요하다.

민주당 제3차 선거인단은 일반당원과 일반국민으로 구성됐다. 그들은 당에 대한 충성도는 좀 떨어지지만 참과 거짓의 차이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사건의 진실에 바탕해 행동하는 성향이 상대적으로 강하다. 반면 민주당 권리당원들은 대체로 대장동 사건을 짐짓 외면하고 '닥치고 집권'이라는 맹목적 목표에 과몰입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들이 그 전까지 민주당 경선을 주도하면서 소위 이재명 대세론을 만들어낸 주체들이었다.

따라서 2021년 쌍십절(10월10일) 제3차 선거인단 반전 사건은 한국에서 건강한 민주주의 회복 가능성을 보여준 희망의 메아리로 기록될 만하다. 제3차 선거인단의 드라마는 민주당 저변에 아직도 상식과 사실을 존중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음을 보여줬다. 진영으로 진실이 가려지지 않는 사례를 발견한 기쁨은 크다. 민주당 지지자들이 오직 적과 싸워 이길 사람, 즉 승리의 선거공학 한 가지만을 기준으로 후보를 선정하리라는 선입견도 일부 깨졌다. 선거에서 승패 말고 참과 거짓, 즉 진실의 판별이라는 잣대가 작용했다. 제3차 선거인단의 존재감은 민주당 정치의 신선한 경험이다. 승리가 모든 것을 정당화하는 대선 가도에서 소중하게 싹튼 네잎클로버가 짓밟히지 않길 바란다.

제3차 선거인단(일반당원+일반국민)의 반란에 대해 권리당원과 정반대의 투표 성향을 보였다거나 이전 여론조사들과 다른 결과를 나타냈다는 이유로 신뢰할 수 없다는 주장을 펴는 평론들이 있는데 어불성설이다. 2015년 문재인 당 대표를 성립시킨 권리당원들은 해를 거듭해 당 내외 선거 경험을 더할수록 정치공학과 승리지상주의에 빠져들었다. 현재의 민주당은 과거 어느 때보다 독선적이고 폐쇄적인 데다 당파성이 강한 정당으로 변질됐다. 대신 국민 통합, 국익 중시, 포용적 태도는 소멸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민주당 정권을 교체해야 한다는 국민적 열망이 상승하고 있는 건 주지의 사실. 제3차 선거인단은 소수의 고립된 권리당원들에 의해 과잉 대표되고 있는 민주당을 구출해 낼 귀중한 세력으로 존중받아 마땅하다.

민주당 일부 지지층, 투표장에 안 나갈 가능성

제3차 선거인단과 여론조사의 관계는 코끼리의 전체와 부분의 관계와 같다. 기껏 꼬리나 다리, 귀를 만져본 여론조사로 현실에서 만난 코끼리가 왜 다른 모습이냐고 항변하는 것은 어리석다. 1000여 명 정도를 뽑아 실시한 예측 여론조사는 24만 명 모집단 전체가 드러난 현실 앞에 겸손해야 한다. 다른 수치가 나타났으면 스스로 부끄러워하고 무엇이 잘못됐는지 살펴 고칠 일이다. 표본 여론조사가 전모를 드러낸 현실을 부정하다니 우스꽝스럽다.

제3차 선거인단 사건은 민주당원이나 민주당을 지지하는 중도층의 일부가 내년 3월9일 대선 때 이재명 후보를 찍지 않을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들은 다른 당의 후보를 선택하기보다 아예 투표장에 안 나가는 방식을 취할 수 있다. 이 대목을 가벼이 여기면 민주당은 정권유지가 어려울 것이다.

전영기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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