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캠핑 요리] 가을처럼 익어가는 황금빛 단호박

글 한형석 요리·사진 푸드스타일리스트 진주 (유튜브 “해피키토테레비”) 2021. 10. 18. 07:59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단호박 소금구이
충북 제천의 어느 한적한 캠핑장에 다다를 무렵 시골 마을 담벼락 아래에 있는 단호박을 보았다. 겉보기엔 투박하고 볼품없어 보이지만 깨끗이 씻어 반으로 가르면 정말 보고만 있어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황금빛 속살에 군침을 흘리게 된다. 우리나라보다는 서양요리에서 그 값을 제대로 인정받고 있는 단호박은 가을을 상징하는 요리재료이고, 캠핑장에서 해 먹으면 더 맛있는 매력 덩어리다.
예전에 할머니들은 단호박을 반으로 갈라 씨를 빼고 얇게 깎아 말려서 잔치 떡에 호박고지로 사용했다. 이것이 들어간 백설기나 버무리떡은 그 향기만 맡아도 돌아가신 할머니 생각이 난다. 이번 달 캠핑장에서는 단호박을 가지고 어른 아이 모두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캠핑요리를 해 보자. 시골집이 없다면 가까운 마트에 가면 된다. 어린아이 머리통만 한 단호박을 한 개에 1,000원 남짓이면 구할 수 있다. 이렇게 가성비가 뛰어난 채소는 없는 것 같다.
단호박 소금구이
단호박을 가장 손쉽게 먹을 수 있는 요리다. 뭐 어쩌면 요리라고 할 것도 없다. 적당히 달군 프라이팬에 기름을 아주 살짝 두른 뒤 도톰하게 자른 단호박을 약불로 구워 꽃소금을 뿌려 먹으면 맛있다. 소금의 아작한 식감과 단호박의 부드럽고 달달한 식감이 아주 잘 어울린다. 크림치즈나 리코타 치즈를 곁들이면 더욱 풍부한 맛을 즐길 수 있다. 아이들이 매우 좋아하며, 이른 아침 캠핑장에서 원두커피를 내려 함께 먹으면 가슴이 따뜻해진다. 식은 단호박은 약불에 다시 살짝 구우면 그 맛과 식감이 되살아난다.
치즈 단호박찜
치즈 단호박찜
보기보다 간단한 요리다. 단호박을 반으로 갈라 씨를 제거한 다음 그 안에 다진 돼지고기를 볶아 넣는다. 이것은 일반적인 방법인데, 사실 그 속에 캠핑장에서 먹고 남은 고기, 소시지, 밥, 볶음밥 등등을 넣으면 된다. 간만 살짝 하면 된다. 그런 다음 이것을 스테인리스 그릇에 담아 그 위에 모차렐라 치즈를 뿌린 뒤 물을 한 컵 정도 넣은 코펠에 올리고 10분 정도 쪄내기만 하면 된다. 호박 안에 무엇이 들었는지 궁금해하면서 부숴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채소를 잘 먹지 않는 아이들이 있다면 호박 속에 잘게 자른 파프리카를 가득 채워도 좋고, 전날 밤에 먹다 남은 바비큐 고기를 잘게 잘라 넣어도 좋다. 단호박은 다른 재료의 맛을 해치지 않고 맛의 균형을 잘 잡아 주기 때문에 더 매력적인 재료다.
단호박 돼지갈비탕
단호박 돼지갈비탕
찜용 돼지갈비와 단호박, 약간의 푸성귀, 그리고 새우젓만 있으면 환상의 갈비탕을 만들 수 있다. 돼지갈비는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은 뒤 핏물을 빼서 준비하고, 단호박은 잘 씻어 씨와 꼭지를 제거한 후 한입 크기로 썰어 둔다. 배추나 시금치 등 준비된 채소도 잘 씻어 준비한다. 큰 코펠에 물을 붓고 모든 재료를 넣은 다음 팔팔 끓이다가 10분 정도 지나면 중간불로 줄이고 30분 정도 뚜껑을 덮어 끓인 뒤 새우젓으로 간을 하면 아주 훌륭한 맛의 맑은 돼지 갈비탕이 된다. 돼지의 잡내를 잡아 주는 채소는 여럿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단호박이 제일이다. 육향의 깊은 맛도 살려주고 고기와 호박을 함께 먹으면 담백함과 부드러운 맛을 함께 느낄 수 있다. 국물이 있는 최고의 술안주도 되고, 밥을 말아 먹으면 든든한 갈비탕국밥이 된다.
TIP 단호박 손질 주의할 점
1 단호박을 키울 때는 농약을 쓰지 않는다. 겉보기엔 깨끗하게 보이지 않겠지만 잘 씻어 껍질째 먹으면 된다.
2 깨끗이 씻은 단호박은 일단 숟가락을 이용해 씨를 제거해야 한다. 씨도 잘 씻어 말리면 훌륭한 간식이 되지만, 바로 버릴 경우에는 음식물 쓰레기가 아닌 일반 쓰레기봉투에 버려야 한다.
3 금방 익는다. 따라서 불 위에 올려놓고 잠시라도 자리를 비우면 안 된다.
4 숯불에 구우면 겉이 검게 타는 경우가 있는데 이 부분만 털어내고 먹으면 된다.
5 단호박을 자를 때는 휘지 않는 칼을 사용하는 게 좋다. 매우 딱딱해 과도를 이용하기에는 좀 무리다. (개인적으로 무쇠칼이 제일 적당하다고 생각한다.)
6 요리하고 남은 단호박은 냉동보관하면 오래 두고 먹을 수 있다.
7 칼을 대지 않은 단호박은 냉장고에 넣지 말고 망주머니에 넣어 실온에 매달아 두면 된다.

본 기사는 월간산 10월호에 수록된 기사입니다.

- Copyright ⓒ 조선일보 & Chosun.com -

Copyright © 월간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