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사상 최고치 쓰려는 미국 증시

방현철 기자 2021. 10. 18.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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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현철 박사의 월스트리트] '어닝 서프라이즈' 기대에 3만5000 다시 넘은 다우지수

지난 주 월가 증시에서 대형주 중심의 다우지수는 한 주간 1.58% 올라 15일 3만5294.76에 마감했습니다. 다우지수가 3만5000 선을 넘은 것은 9월 8일 이후 한 달 여만입니다. S&P500도 한 주간 1.82% 올라 15일 4471.37을 기록했습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은 한 주간 2.18% 상승해 1만4897.7로 지난 주를 마감했습니다. 미 상무부는 9월 미국의 소매 판매가 전달보다 0.7% 늘었다고 발표했습니다. 월가는 0.2% 줄어든다고 전망했는데 ‘깜짝 증가’한 것입니다.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한 주간 0.02% 포인트 떨어져 15일 연 1.59%를 기록했습니다.

오전 8시 유튜브를 통해 생방송 된 ‘방현철 박사의 월스트리트’는 오늘의 월스트리트 세 가지 포인트로 ‘출렁임 속 강한 주가’ ‘어닝 서프라이즈 장세 올까’ ‘비트코인 선물 ETF 영향은’을 꼽았습니다.

조선일보가 마련한 ‘방현철 박사의 월스트리트’는 경제부 차장이자 경제학 박사인 방현철 기자가 글로벌 경제의 신호등이자 알람 시계 역할을 하는 월스트리트의 시황을 증시 전문가들과 함께 매일 오전 8시 세 가지 포인트로 정리해서 전해 드리는 유튜브 방송입니다. 함께 즐겨 주시고 ‘좋아요’ ‘구독’ 부탁드립니다.

◇ 출렁임 속 강한 주가

9월에 하락했던 월가 주가가 10월 들어서는 위아래로 출렁임이 강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출렁임이 강한 와중에도 주가는 강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 15일 뉴욕증권거래소의 객장 모습. 이날 다우지수가 3만5000선을 다시 넘었다. /AFP 연합뉴스

9월에 4.3% 하락했던 다우 지수는 이달 들어 4.3% 올랐습니다. 9월 초 이후 3만5000선 아래로 떨어졌던 다우지수는 3만5000선도 회복했습니다. 지난 8월16일 기록했던 사상 최고치인 3만5625.4까지는 채 1%도 안 남았습니다. 하루만 1%대 상승세를 보이면 사상 최고치를 갱신하게 됩니다. 올 들어 월별 상승률을 따지만, 지난 3월 6.6% 이후 가장 강한 장이 될 수 있습니다.

S&P500은 올해 9월2일 기록했던 사상 최고치인 4536.95까지 1.45% 낮은 수준이고, 나스닥은 9월7일 기록했던 사상 최고치 1만5374.33에 3.1% 낮습니다.

10월 들어 각종 악재가 쏟아졌습니다. ‘걱정의 벽(wall of worry)’이 높아진 것입니다. 우선 뒤늦은 테이퍼링 발작이 나타났습니다. 9월 21~22일 열린 미 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이르면 11월 테이퍼링, 즉 자산 매입 축소를 시작할 수 있다는 신호를 줬습니다. 처음엔 예상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며 증시가 안도했지만, 채권 시장에서는 돈줄 흐름이 줄어들 것을 예상하고 금리가 뛰기 시작했습니다. 이에 빅테크주를 중심으로 투자 심리가 타격을 받았습니다.

다음으로는 공급망 병목 현상이 부각되면서 인플레 우려가 다시 월가를 사로잡았습니다. 여기에 원유, 천연가스, 석탄 등 원자재 가격도 급등세를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1970년대 식의 경기 침체와 물가 급등이 결합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오는 게 아니냐는 걱정이 월가에 퍼졌습니다.

미국의 부채 한도를 두고 민주당과 공화당이 공방을 벌이면서 미국의 디폴트(채무 불이행) 우려까지 제기됐습니다.

하지만 이런 악재들을 월가가 어느 정도 소화하면서 다시 주가가 상승 추세를 보이는 것입니다. 우선 금리는 연 1.6% 대까지 상승했다가, 최근 연 1.5%대에서 움직이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둘째, 인플레 우려는 여전하지만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는 너무 과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 되고 있습니다. 셋째, 미 의회는 12월 초까지 미국의 부채 한도 문제가 불거지지 않도록 대응 법안을 만들었습니다.

미국의 경기 둔화 우려에 대해선 9월 소매 판매가 전망보다 좋게 나오면서 잠잠해지는 듯 합니다. 9월 소매 판매는 전달보다 0.7% 늘었습니다. 전년과 대비하면 13.95% 늘어났습니다. 8월도 전달 대비 0.9%, 전년 대비 13.45% 늘었습니다. 델타 변이 확산으로 소비가 충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었지만, 그와 달리 소비가 늘어난 것입니다. 미국의 코로나 확진자는 최근 일주일 평균으로 하루 8만5000명 수준입니다. 9월 초 16만명에서 절반 수준으로 확 줄었습니다.

미국 소매판매 증가율(전달 대비) 추이. /자료=미 연준

하지만, 악재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예컨대 소매 판매가 늘어난 것은 성장 둔화 우려를 줄이는 호재이기는 하지만, 수요가 강하다는 뜻이기 때문에 공급망 병목과 결합되면 물가 상승세계 계속될 것이라고도 해석될 수 있습니다. 월가에선 15% 가까운 주가 조정에 대비하라는 모건스탠리와 ‘저가 매수’ 전략을 펴라는 JP모건과 골드만삭스로 나뉘어 향후 전략에 대한 논쟁이 팽팽합니다.

◇ 어닝 서프라이즈 장세 올까

지난 주에 시장을 막판에 끌어 올린 주요 원인 중 하나는 기업들의 실제 실적이 전망보다 좋게 나오는 ‘어닝 서프라이즈’였습니다. 금융정보업체 레피니티브에 따르면, 15일까지 41개 S&P500 기업들이 실적을 발표했는데, 그 중 82.9%가 실제 실적이 애널리스트들의 전망보다 좋은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습니다. 이 비율은 장기 평균인 65.8%보다 높은 것입니다. 다만, 직전 4분기 평균인 84.7%보다는 다소 낮은 수준입니다.

시장조사업체 팩트세트는 ‘어닝 서프라이즈’가 나오는 것을 감안해서 3분기 기업 실적은 전년보다 30% 늘어날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기업 실적 증가율의 5년 평균은 11.8%였습니다. 이보다 2배 이상 높은 것입니다. 다만 2분기의 실적 증가율 89%보다는 낮은 것입니다. 올해 1분기와 2분기가 코로나 회복 때문에 상당히 높았다는 것을 감안해서, 이 둘을 빼면 3분기 실적 증가율은 2010년 3분기(34%) 이후 가장 높은 것입니다.

또 3분기 기업들의 순이익률은 12.3%를 기록할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순이익률은 순이익을 비용과 세금을 뺀 순매출액으로 나눈 것으로, 기업들이 주주들에게 얼마나 돌려 줄 수 있는지 측정하는 지표입니다. 이는 지난 1분기 12.8%, 2분기 13.1%보다는 낮지만, 팩트세트가 2008년 이후 집계한 분기별 순이익률의 ‘톱3′ 안에 들어가는 좋은 실적입니다. 6월말에 추정했을 때만 해도 12%였는데, 기업들의 순이익이 더 좋아질 것으로 추정치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번 주에도 주요 기업들의 실적 발표가 이어집니다. 레피니티브에 따르면 18~22일에 78개의 S&P500 기업들이 실적을 발표합니다. 특히 빅테크를 대표하는 FAANG(페이스북, 애플,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 중에서는 넷플릭스가 19일 가장 먼저 실적을 발표합니다. 한국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넷플릭스를 통해 글로벌 히트를 쳤는데, 넷플릭스의 글로벌 전략이 이에 앞선 3분기 실적에서도 효과가 있었는지 주목됩니다. 20일에는 전기차업체 테슬라의 실적 발표가 예정돼 있습니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다룬 영화 ‘빅쇼트’의 실제 모델로 유명한 투자자 마이클 버리는 최근 CNBC에 보낸 이메일에서 자신은 더 이상 테슬라의 가격 하락에 대해 베팅하고 있지 않다고 밝혀서 화제가 됐습니다. 마이클 버리의 사이언자산운용은 지난 1분기 테슬라 풋옵션 80만 계약(약 5억3400만 달러어치)이 있다고 공시했었습니다. 마이클 버리는 풋옵션은 헤지 차원이지, 수억 달러를 공매도 한 것은 아니라는 해명입니다.

영화 '빅쇼트'의 실제 모델인 마이클 버리 사이언 자산 운용 대표. /조선일보DB

20일 유나이티드 항공, 21일 아메리칸항공, 사우스웨스트항공 등 항공주들의 실적 발표도 예정돼 있습니다. 21일에는 인텔과 멕시코 음식 프랜차이즈는 치폴레의 실적이 나옵니다.

지난주에는 뱅크오브아메리카, 골드만삭스 등 대형 금융 회사들의 실적 발표가 있었습니다. 때문에 공급망 병목이 실적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 지 점검하기가 어려웠을 수 있습니다. 이번 주에는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공급망 병목이 실적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 지 주의해서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숫자 뿐만이 아니라 실적 발표 기업에서 나오는 코멘트도 주의 깊게 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 비트코인 선물 ETF 영향은

CNBC, 마켓워치 등 미국 주요 언론이 이번 주에 프로쉐어즈의 비트코인 선물 ETF(상장지수펀드)의 거래가 시작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비트코인 관련 거래를 ETF를 통해 할 수 있게 된다는 소식에 비트코인 가격이 6만 달러대로 올랐습니다.

비트코인 업계는 2004년 금에 투자하는 ETF가 상장된 이후에 금값이 크게 올랐던 사례를 들어, 비트코인 ETF가 허용되면 비트코인 가격이 크게 오를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금 ETF를 만들기 위해서는 금 현물을 보유해야 하는데, 금ETF 투자금이 몰리면서 금 현물을 사기 위해 금값이 올랐기 때문입니다. ETF는 증시에 상장돼 누구나 쉽게 적은 돈으로 거래를 할 수 있습니다. ETF 상장으로 소액 투자금이 몰리고 이는 다시 현물 가격을 끌어 올리는 매커니즘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번에 선보이는 비트코인 선물 ETF는 비트코인을 직접 사는 게 아니라 비트코인 선물에 투자하는 ETF입니다. 이미 2017년 비트코인 선물은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 상장돼 있습니다.

2017년 비트코인 선물을 상장한 시카고 상품 거래소(CME).

앞서 지난 8월 게리 겐슬러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이 “뮤추얼펀드에 관한 SEC의 엄격한 규정을 준수하는 비트코인 ETF라면 필수적인 투자자 보호 장치를 마련한 뒤 투자자들에게 제공할 수 있다”며 “시카고상품거래소에 상장돼 거래되는 비트코인 선물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그런 ETF 상품에 대해 SEC 직원들이 검토해 보기를 원한다”고 했습니다. 이에 따라 SEC가 비트코인 선물 ETF 거래에는 제동을 걸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일각에서는 비트코인 선물 ETF 거래가 허용되는 게 비트코인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비트코인과 비트코인 선물은 엄연히 다르기 때문입니다. 선물 거래는 계약으로 현물 거래를 반드시 수반하는 것은 아닙니다. 증거금만 내고 계약 만료일이 되면 이익이 난 투자자와 손실이 난 투자자의 차액만 정산하는 방식으로 거래되는 게 대부분입니다. 이론적으로는 비트코인 선물은 현물 시장의 가격 변동을 줄이는 역할을 하지만, 현실에서는 변동성을 크게 할 수 있습니다. 또 이 과정에서 상당히 많은 거래 비용이 발생합니다. 프로쉐어즈 비트코인 선물 ETF의 보수로는 0.95%가 책정됐습니다. 통상 미국에서 ETF 보수율이 0.25%인데 훨씬 높은 것입니다.

게다가 선물은 만기가 있기 때문에 ETF의 경우 만기가 되면 다음 만기가 오는 상품으로 대체하는 롤오버를 해야 합니다. 롤오버를 둘러싼 리스크 요인도 있습니다.

과거 사례를 들어 ‘루머에 사고, 뉴스에 팔아라’라는 격언을 말하기도 합니다. 과거에 2017년 비트코인 선물이 상장된 후 비트코인 가격이 급락한 사례도 있습니다. 또 올해 4월 미국 최대 코인거래소인 코인베이스가 직상장한 이후에 비트코인 가격이 급락하기도 했습니다.

캐시 우드 아크인베스트 최고경영자(CEO) . /조선일보DB

하지만 코인 업계에서는 비트코인 선물 ETF가 비트코인 현물 ETF로 가는 징검다리 역할을 할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 비트코인 가격이 계속 상승할 것이라고 보기도 합니다. ETF 등으로 기존 금융권이 인정하게 되면 기관 투자자들이 투자 비중도 늘릴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혁신 기술주 투자를 선도하는 아크 인베스트먼트의 캐시 우드 최고경영자(CEO)는 9월 한 컨퍼런스에서 “회사들이 보유한 현금을 가상화폐로 계속 다양화하고 기관 투자자가 자금의 5%를 할당한다면 비트코인이 5년 이내에 50만 달러까지 급등할 수 있다”고 하기도 했습니다. 비트코인 가격이 상승하면 비트코인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테슬라, 코인 거래소 코인베이스 등의 주가도 오를 수 있습니다.

이제 월스트리트의 세 가지 포인트를 한줄평으로 요약해 보겠습니다. 첫째, 출렁임이 강한 10월 증시지만, 주가는 최근 강하게 오르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달 초 증시를 옥죄었던 금리 상승세가 다소 누그러지고, 인플레 우려에도 내성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증시는 식물과 같이 가만히 있지 않고 동물과 같이 항상 움직입니다. 리스크가 있다는 걸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둘째, 3분기 기업 실적이 좋게 나오는 게 주가 상승의 한 요인입니다. 그러나 공급망 병목 이슈가 기업 실적의 발목을 잡을 우려가 큽니다. 연말 미국의 쇼핑 시즌을 앞두고 공급 병목 현상에 어떻게 기업들이 대응하는지 잘 점검해 봐야 하겠습니다. 셋째, 비트코인 선물 ETF 허용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비트코인 가격이 오르고 있습니다. 비트코인 가격은 테크주 가격에도 많은 영향을 줍니다. 미국 테크주 투자를 많이 하는 한국 투자자들은 비트코인 ETF 허용 동향에 대해서도 촉각을 세워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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