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에서 미국 선교단체 회원 17명 갱단에 납치돼

박은하 기자 입력 2021. 10. 18. 0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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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지난 8월 14일 지진 발생 이후 거리에서 뜬 눈으로 밤을 보낸 아이티인들. 포르토프랭스 | AP연합뉴스


아이티에서 미국과 캐나다인 선교사 17명이 납치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아이티 경찰은 납치 범죄로 악명 높은 폭력단을 배후로 지목하고 수사에 나섰다.

AP통신, CNN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 오하이오에 본부를 둔 선교단체 크리스찬 에이드 미니스트리스 회원 17명이 아이티의 수도 포르토프랭스 인근 크루아 데 부케 지역의 고아원을 방문하고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길에 납치됐다. 단체에 따르면 이들은 인근 고아원을 방문하려던 길로 미국인 16명, 캐나다인 1명으로 구성됐으며 5명은 미성년자였다. 납치 피해자 1명이 “우리를 위해 기도해달라. 우리는 인질이 됐다. 차에 태워져 납치되고 있다. 제발 제발 제발 기도해달라. 어디로 가는지 모르겠다”는 메시지를 왓츠앱에 올렸다고 워싱턴포스트가 보도했다.

아이티 경찰 당국은 ‘400명의 마와조’라는 현지 범죄조직이 납치 사건을 벌인 것으로 보고 이들을 기소했다고 밝혔다. ‘400명의 경험 없는 남자들’이란 뜻의 이름을 가진 이 조직은 크루아 데 부케 지역을 무대로 납치와 차량 강도, 상인 갈취 등을 범죄를 저질러 왔다고 당국은 전했다. 올해 초 사제 5명과 수녀 2명을 납치해 비난을 받았다. 버스에 총격을 가해 어린이를 숨지게 하고, 교회를 습격한 전력도 있다.

클로드 조셉 아이티 외무장관은 “납치사건 해결을 위해 미국 국무부와 연락을 주고받고 있다”고 CNN에 전했다. 크리스찬 에이드 미니스트리는 성명을 내고 “이 모든 상황을 신에게 맡긴다. 신께서 우리를 끝까지 지켜줄 것이라 믿는다”며 “인질과 납치범, 피해자들의 가족, 친구, 교회를 위해 기도해 달라”고 밝혔다.

아이티에서는 강력범죄와 테러, 자연재해가 잇달아 일어나면서 치안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 7월 조브넬 모이즈 대통령이 사저에서 총격으로 사망했으며 8월에는 2200명 이상의 사망자를 낸 규모 7.2 지진이 이어지면서 납치 범죄가 일시적으로 감소해왔다. 지난 주에는 미국 고위 관리들이 아이티를 방문해 치안 강화를 위한 지원을 약속했다. 이후 불과 며칠 만에 납치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불안정한 치안은 세계 최빈국인 아이티 국민들의 경제사정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범죄가 두려워 밖에 나가서 일하는 대신 집에 머무는 사람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포르토프랭스의 택시기사 샤를 피에르는 “사람들이 거리에 돌아다니지 않고 승객들을 찾을 수 없다”고 AP통신에 말했다

시민들은 18일 국가의 치안 유지 능력 부족을 규탄하는 시위를 벌일 예정이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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