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가도 시험대 오른 이재명.. 국감 출석 득일까 실일까

이현미 입력 2021. 10. 18. 06:01 수정 2021. 10. 18.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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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행안위 국감 핵심 쟁점은
野, '유, 측근 아냐' 선 그은 李 추궁
천화동인 실소유주 등 캐물을 듯
민주는 '국민의힘 게이트'로 규정
곽상도 아들 사례 고리로 맞설 듯
"불리한 여론 만회할 절호의 기회
與 다수의석.. 피해 최소화 판단"
李 "떳떳하고 당당히 진실 밝힐 것"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기도 국정감사를 하루 앞둔 17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청에서 직원들이 국감준비를 하며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참석하는 18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의 핵심 쟁점은 ‘대장동 개발 특혜 비리’ 의혹 관련 이 후보의 개입·인지 여부가 될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이 후보와 대장동 사업의 핵심 인물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관계, 천화동인 1호 실소유주인 ‘그분’의 정체, 성남시의 인허가 특혜 여부 등을 추궁하며 민간이 천문학적 수익을 얻게 된 과정과 이 후보의 연결고리를 파고들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화천대유자산관리로부터 50억원의 퇴직·상여금을 받은 곽상도 의원 아들 사례를 고리로 ‘국민의힘 게이트’라고 맞설 예정이다.

국민의힘은 “(대장동 사업) 설계는 제가 했다”는 이 후보의 발언을 근거로 대장동 사업의 ‘몸통’을 이 후보로 지목해왔다. 이 후보는 지난 9월 본인이 사업을 설계했다고 밝히며 “유동규 사장이 실무자로 당시 성남도시개발공사 담당 임원이었다”고도 했다. 18일 행안위에선 두 사람의 관계를 둘러싼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유 전 본부장은 화천대유 소유주인 김만배씨와 짜고 협약서에서 초과이익 환수 조항을 빼는 방식으로 민간업자에게 수천억원대의 초과 수익을 안긴 혐의를 받고 있다. 성남시에 손해를 입힌 배임 및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현재 구속 수감 중이다.

그는 2010년 이 후보가 성남시장에 당선된 뒤 경기도 관련 주요 요직에서 활동하며 이 후보 측근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후보 측은 “측근이 아니다”고 일축했다. 유 전 본부장도 이 후보와 연결고리를 부인했다.

화천대유 자회사 천화동인 1호의 실소유주로 녹취론에 거론된 것으로 알려진 ‘그분’의 실체도 주요 쟁점이 될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이 후보가 그분이 아니냐”고 공세를 펴고 있다. 대장동 사업 설계자 중 한 명인 정영학 회계사가 검찰에 제출한 녹취록에는 김만배씨가 천화동인 1호에 대해 “내 것이 아닌 걸 다들 알고 있지 않느냐. 그 절반은 그분 것”이라고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은 “이 사람들 입장에서는 이재명 시장을 나쁘게 이야기하거나, 그냥 ‘이재명’이라고 불러버리고 말지, 그분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상하다”며 이 후보가 아니라고 반박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 뉴시스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이 후보가 대장동 사업의 최종 책임자인 만큼 인허가 과정에서의 특혜와 이 후보의 개입 여부를 놓고도 격론이 예상된다.

이 후보는 특혜는커녕 대장동 사업을 통해 공공이 환수한 금액이 5503억원에 달한다며 지지부진한 사업을 성공시킨 치적으로 내세우고 있다. 민간이 큰 수익을 가져간 것에 대해선 “제가 성남시장을 사퇴한 후에 집값 폭등으로 민간 몫이 늘어난 게 제 탓일 수는 없다”고 말했다. 또 박근혜정부야말로 공공개발을 막아온 주범이라며 역공을 폈다. 이 후보는 김만배씨 누나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부친 집을 매입한 사실을 거론하며 야권 비리로도 규정했다. 이 후보는 17일 페이스북에서 “공공개발을 죽어라 막는 국민의힘 도움으로 간신히 개발이익을 일부 취한 업자들이 살아남았고, 윤 후보님 부친 집을 사는 데 쓰였다. 윤 후보는 대장동 대출비리를 수사에서 제외한 이유를 밝히라”며 2011년 부산저축은행 수사 주임검사였던 윤 후보가 대장동 사업 대출을 수사선상에서 제외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지분이 7%인 화천대유 등 민간 사업자가 51% 지분을 가진 성남도시개발공사의 2배에 달하는 이익을 얻은 것에 주목하며 특혜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李 국감 출석, 지지층 결집에 유리… 지사직 사퇴·불출석 땐 독 됐을 것”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현직 경기지사 신분으로 국정감사에 출석하기로 결정한 배경에 정치권 관심이 쏠린다. 전문가들은 지사직 사퇴, 또는 국감 출석이라는 두 가지 선택지에서 이 후보가 성남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이란 위기를 정면 돌파하기 위한 무대로 국감장을 택했을 것이란 진단을 내놨다. 대선 후보로서 자신의 지지층을 결집하고, ‘정치적 피해’ 규모를 최소화하기 위한 유일한 방안은 국감 출석이었다는 얘기다.

17일 정치권에 따르면, 18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와 20일 국토교통위원회의 경기도 국감은 이 후보가 성남시장 시절 대장동 개발에 참여한 화천대유자산관리에 이익을 몰아주기 위해 특혜를 베풀었는지를 따져 묻는 야당과, 이를 방어하려는 여당 간 난타전이 될 전망이다. 이 후보는 ‘가급적 빨리 지사직을 사퇴하고 대선 준비에 집중해 달라’는 민주당 송영길 대표의 권유를 물리치고 경기지사 신분으로 국감장에 직접 출석키로 했다.

전문가들은 대장동 의혹이라는 위기를 넘어서고, 지지층 결집 및 중도층 확보를 위해 국감을 활용하는 것으로 봤다. 연세대 양승함 명예교수(정치외교학)는 “경기도 국감에선 모든 것이 대장동과 연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양 교수는 “여론은 이 후보가 위기라고 보고 있다”며 “이 후보 본인이 국감을 피한다면 불리한 여론을 만회할 기회가 많지 않다”고 분석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 뉴시스
검찰 수사가 미진한 점도 이 후보에게 유리한 대목이라는 게 양 교수 생각이다. 그는 “검찰은 그간 (의혹 관련자인 정영학 회계사의) 녹취록에 의존해 수사해온 거로 보인다”며 “(이 후보가 연루됐다는) 객관적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자기 입장을 충분히 밝히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했다. 더군다나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가 이 후보와 연관성을 철저히 부인하고 있다. 이 후보 입장에선 자신을 의혹의 ‘몸통’으로 지목한 국민의힘에 반박할 타이밍으로 더할 나위 없이 적절하다는 것이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이 후보가 지사직을 던지고 국감을 회피했더라면 얻은 것은 없고, 비난만 쇄도했을 것”이라고 짚었다. 또 “의혹이 일정 부분 사실 아니냐는 말을 낳았을 것”이라며 “차라리 국감에 나가서 부딪치는 것이 지지층 결집에 유리하다고 판단했다고 본다”고 했다.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채진원 교수는 “민주당이 각 상임위에서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어 자신에게 불리한 건 여당 의원들이 막아주고, 답변 기회는 많이 줄 테니 유리하다고 봤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도 페이스북에 “떳떳하고 당당하게 진실을 밝히겠다”며 “대장동 개발사업의 성과와, 중앙정부와 (시)의회의 집요한 반대를 뚫고 공익환수를 해낸 저의 역량을 국민께 보여드리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현미, 배민영 기자 engin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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