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의원 늘리려는 대전 정치권..유권자는 냉담 "차라리 없애야"

최일 기자 2021. 10. 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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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개구에 총 63석으로 인구 적은 광주(68석)보다 적어..구의회 의장들 "정수 확대해야"
내년 지방선거 대비 선거구 획정 작업 돌입..시민들은 "줄이든지 없애야" 불신 팽배
대전시 자치구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 제1차 회의가 지난 13일 시청 중회의실에서 열리고 있다. (대전시 제공) ©뉴스1

(대전=뉴스1) 최일 기자 = “늘린다니요? 확 줄이든지, 아예 없애야 하는 것 아닌가요.”

대전지역 정치권에서 5개 자치구의회 의원 정수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이에 공감을 표하기보다는 지방의회에 깊은 불신을 드러내며 ‘기초의회 무용론’, ‘기초의회 폐지론’을 펴는 유권자들을 흔히 볼 수 있다.

내년 6월 1일 실시될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220여일 앞으로 다가오며 대전시는 ‘자치구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를 구성해 본격적인 획정 작업에 돌입했다. 11명의 위원으로 구성된 선거구획정위는 인구수와 동수(洞數, 행정동 기준) 변화에 맞춰 선거일 전 6개월(12월 3일)까지 획정안을 시장에게 제출해야 한다.

이와 맞물려 최근 대전 5개 자치구의회 의장들은 “현행 63명으로 돼 있는 대전 구의원 정수를 광주 수준(68명)으로 확대해야 한다”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현재 대전의 기초의원 정수는 지역구의원 54명, 비례대표 9명을 합친 63명으로, 5개 구별로는 Δ동구 11명(지역구 9명, 비례 2명) Δ중구 12명(지역구 10명, 비례 2명) Δ서구 20명(지역구 18명, 비례 2명) Δ유성구 12명(지역구 10명, 비례 2명) Δ대덕구 8명(지역구 7명, 비례 1명) 등인데, 대전보다 인구가 적은 광주의 기초의원 정수가 68명으로 오히려 5명이 많은 불균형을 조속히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뉴스1 최일 기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통계에 따르면 올 9월 말 기준 대전 인구는 145만 5058명이고, 광주 인구는 144만 2827명으로 광주가 대전보다 1만 2231명 적은데, 공직선거법에 규정된 기초의원 정수는 대전이 63명, 광주가 68명이다. 대전은 2만 3096명당 1명, 광주는 2만 1218명당 1명꼴로 기초의원이 배정돼 있어 형평성에 맞지 않다. 다만 행정동은 대전이 79개, 광주가 96개로 광주가 17개나 많다.

이에 구의회 의장들은 “법정 한도인 63명 내에서 신도심 의원수를 늘리고 원도심 의원수를 줄이면서 파생되는 자치구간 갈등을 더 이상 조장하지 말고 실질적 지방분권을 위해선 법 개정을 통해 대전 기초의원 정수를 광주 수준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정부와 국회에 촉구했다.

©뉴스1 최일 기자

이미 유성구 인구 증가에 비례해 2014년 동구에서 1석, 2018년 대덕구에서 1석이 줄었던 대전에선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행정동 2개(학하동, 상대동)가 늘어난 유성구의원 증원을 위해 또다시 타 자치구의 희생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 민선 7기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이던 2017년 9월과 올 9월 대전 인구를 비교하면 150만 6741명에서 145만 5058명으로 4년새 5만 1683명, 3.43% 줄었다.

©뉴스1 최일 기자

5개 자치구 가운데 유성구(34만 8681→35만 337명)만 0.47%(+1656명) 늘었을 뿐 4개 구는 감소를 면치 못했는데, 중구(25만 108→23만 2077명)의 감소폭이 7.21%(-1만 8031명)로 가장 컸고, 대덕구(18만 7704→17만 4791명)가 6.88%(-1만 2913명)로 뒤를 이었다.

이는 선거구 획정을 통해 유성구의 의원 정수가 늘면 중구나 대덕구에선 그만큼 의원 정수가 줄어야 함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러한 저간의 사정과 무관하게 기초의회에 대해 강한 불신을 표출하며 의원 감축 내지 의회 폐지를 언급하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는 시민들이 적지 않다.

원 구성 때마다 벌어지는 볼썽사나운 감투싸움과 심각한 파행, 집행부를 견제·감시하는 본연의 역할에 소홀하고 주민 대표로서의 자질을 갖추지 못한 일부 의원들의 각종 일탈행위가 풀뿌리 민주주의를 훼손시키고 유권자들의 정치 혐오를 가중시키고 있는 것이다.

40대 자영업자 이모씨(대전 중구 태평동)는 “코로나 사태 장기화로 먹고사는 문제가 시급한데 맨날 싸움질만 하고 혈세만 축내는 구의회가 왜 있어야 하는지 모르겠다”라며 “의회를 없애든지, 의원들을 무보수 명예직으로 바꿔 순수하게 주민들을 위해 봉사를 하도록 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대전의 한 시민단체 임원인 김모씨는 “의무와 책임은 도외시한 채 특권의식으로 주민 위에 군림하려 하고 외유성 국외연수 논란 등으로 구의원에 대한 시민들의 부정적 인식이 팽배한 게 현실”이라고 개탄했다.

선거구획정위에 참여하는 한 인사는 “일반시민들은 선거구 획정에 관심이 없고 의원수를 늘려야 한다는 데 동의하는 주민들도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의원수가 줄어드는 것을 더 좋아할 수 있다. 그만큼 예산을 절감할 수 있으니”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이에 대해 최호택 획정위원장(배재대 교수)은 “기초의회가 존재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기보다는 정당공천제로 인한 폐해가 크다. 자질이 훌륭하고 주민들을 위해 봉사하려는 인물을 제대로 선별해 공천하기보다 공천권을 쥔 국회의원의 말을 잘 듣는, 충성도가 높은 사람을 공천하는 행태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기초의회 무용론, 폐지론이 나오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선거구 획정과 관련, 최 위원장은 “11월 말까지는 획정안을 마련해야 해 물리적으로 공직선거법 개정은 어려워졌고 현재 정수(63명) 내에서 선거구가 획정될 것”이라며 “대전은 기존 인구수와 동수를 6대 4(광주는 5대 5) 비율로 해 선거구를 획정했는데 이번엔 7대 3으로 조정하자는 의견이 많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최 위원장은 “4년 후를 대비해 대전의 기초의원 정수를 늘려야 할 타당한 이유를 정리해 국회에 법 개정을 건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choi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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