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복지센터 사람 더 뽑으라더니..서울시, 민간위탁 철회 검토

김양진 2021. 10. 18. 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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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시민단체 배제' 방침 뒤
SH통해 직접 운영 방안 검토해
시도 인정..16곳 센터는 날벼락
오 시장 공약사업 위해 뽑은 32명
3개월 만에 직장 잃게 되는 셈
센터 등 "절차 무시" "악덕기업"
지난 2018년 10월 금천주거복지센터가 주거위기 가구를 위해 운영하는 임시주거시설에서 지역 파랑새봉사단원들과 임숙자(가운데) 도배사가 벽지를 바르고 있다.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서울시가 지난 8년간 민간 위탁해 운영했던 16개 주거복지센터를 서울주택도시공사(SH·에스에이치)를 통해 직접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위탁업체들이 반발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지난 7월 각 센터에 2명씩 인원 추가 채용 지침을 내렸던 서울시가 입장을 바꾸면서 논란은 커질 듯하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시민단체 배제’를 뼈대로 한 ‘서울시 바로 세우기’ 방침을 밝힌 뒤 정책 방향이 급선회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서울시와 주거복지센터 얘기를 들어보면, ‘주거 취약계층에 주거복지 상담 및 서비스를 제공’하는 주거복지센터는 2013년 민간 위탁으로 10개 자치구에 설치됐으며, 2018년 25개 자치구(9곳 에스에이치, 16곳 민간 위탁)에 설치돼 2년마다 재계약하는 형태로 운영해왔다. 연말 재위탁 결정을 앞두고 지난 7월 시가 선임한 외부평가단은 16개 센터에 80~100점의 높은 점수를 줬다. 올 4월 회계감사에서는 한건의 위반도 확인되지 않았다.

오세훈 지난 13일 “주거 취약계층 지원을 위해 SH 같은 공공기관 존재”

하지만 지난 13일 오 시장이 페이스북에 “주거 취약계층에 안정적인 주거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에스에이치 공사와 같은 공공기관이 존재하는 것”이라고 밝히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민간 위탁 센터에서 서울시에 문의하자, 팀장·담당자는 에스에이치로의 위탁 이전 검토를 인정하면서 ‘구조조정이라고 생각하라’는 식으로 답했다고 한다.

하지만 오 시장과 담당 부서가 객관적인 데이터조차 외면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지난해부터 실시된 ‘주거 취약계층 주거 상향 지원사업’의 경우, 올 1∼8월 상담 건수 실적을 보면 민간 위탁 센터가 에스에이치보다 2배 이상 높다. 민간 위탁 지역의 상담 건수(관악 4425건, 금천 2815건, 동작 2458건, 강남 1769건)는 에스에이치 담당(중구 1339건, 양천 1030건, 용산 782건)보다 훨씬 많다.

실적 2배, 올 상반기 후원금만 3억원가량…“후원 네트워크 어쩌나”

민간 위탁 센터들은 서울시로부터의 사업비 외에 후원금도 확보했다. 올 1∼6월 16개 민간 센터에 서울시가 준 사업비는 1억3787만원이다. 같은 기간 센터들이 받은 후원금은 2억9369만원으로 사업비의 2.1배다. 더군다나 에스에이치 같은 공기업은 ‘기부금품법’에 의해 후원을 받을 수 없다. 이 때문에 시는 에스에이치에 별도 재단을 만들어 후원금을 이어가는 방안도 검토한다. 하지만 위탁 철회가 결정되면 ‘후원 네트워크’ 붕괴가 우려된다는 목소리도 많다.

서울시에서 ‘주거복지’라는 개념은 민간에서 먼저 썼다. 2007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지원으로 서울·대구·경기·전북 등에 처음으로 6개 주거복지센터가 설치됐다. 그만큼 에스에이치보다 긴 노하우와 넓은 네트워크가 형성돼 있다. 당장 시가 위탁을 철회하면 80명의 직원이 실업자가 된다는 것도 문제다. 특히 올 7월 시 지침에 따라 오 시장 공약 사업인 ‘1인가구 주거대책’을 위해 9월 말 계약 기간 3년으로 32명을 뽑았다. 이들은 3개월 만에 직장을 잃게 되는 셈이다.

“정책 바뀌었다고 해고? 서울시장, 악덕 사장보다 못해”

지난달 20일 ㄱ주거복지센터에 새로 합류한 한 사회복지사는 “1인가구에 간단한 집수리, 집 청소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공약이라고 사람을 뽑았다가 정책이 바뀌었다고 해고를 한다는데, 악덕 기업보다 서울시장이 못한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방침이 객관적 평가보다 정치적인 판단에 의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시 한 간부는 “어느 조직이든 문제는 있다. 그럼에도 감사, 연구용역, 제도개선 과제 도출 등 통상적인 절차라면 2년 이상 걸리는 일을 오 시장이 단기간에 하려 한다”고 꼬집었다. 사회단체 한 관계자도 “지금 주거복지센터에는 10년 전 오세훈 시장이 무상급식 반대 문제로 물러날 때 오 시장을 반대했던 사람이 많다. 오 시장이 그런 개인감정으로 이런 일을 벌이는 건 아닌지 의심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담당팀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조만간 방향을 정리해 발표하려 한다. 민간 위탁이 최선일지 고민되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새로 뽑은 인원에 대해선 고용승계를 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김양진 기자 ky029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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