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스타트업 성장을 위한 세심한 규제 필요성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기술법정책센터장 2021. 10. 18. 0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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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O 칼럼]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

올해 국정감사의 최대 이슈는 플랫폼 규제다. 이달 1일 시작된 국정감사에 네이버, 카카오, 쿠팡, 우아한형제들, 야놀자, 당근마켓 등 그야말로 주요 플랫폼기업 대표는 대부분 정무위원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등 여러 상임위원회에서 증인으로 채택됐다. 주요 이슈는 골목상권 침해, 과다수수료 등 플랫폼 갑질이다.

유럽연합(EU), 중국에 이어 미국까지 플랫폼 규제 움직임이 가시화한다. 한국도 이에 뒤질세라 세계 최초로 인앱결제 강제 방지법을 제정해 구글, 애플을 규제하기 시작했고 이어 공정거래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 금융위원회 등 여러 부처가 플랫폼 규제 입법을 서두른다. 그러나 EU, 미국의 플랫폼 규제는 주로 소위 빅테크로 불리는 거대 플랫폼을 대상으로 한다. EU 디지털시장법은 소위 게이트키퍼(Gate keeper)로 불리는 대규모 온라인 플랫폼을, 미국의 반독점패키지 법안도 GAFA(Google, Amazon, Facebook, Apple)가 대상이다. 한국의 현행 법안은 이들 국가보다 훨씬 많은 플랫폼을 규제 대상으로 한다.

그런데 이들 거대 플랫폼에 대한 규제의 불똥이 스타트업, 영세 자영업자로 옮겨붙을 가능성이 있다. 먼저 스타트업을 비롯한 자영업자의 사업진입 기회가 없어질 가능성이다. 플랫폼의 가격, 비교추천 서비스를 통해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들은 홍보, 판매의 기회를 얻을 수 있었는데 이제 이런 기회마저 잃어버릴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기존 대형 사업자의 경우 자체 유통채널을 확보해 플랫폼 의존도가 낮으나 미용실, 꽃집 등 중소 자영업자의 경우 플랫폼이 유일한 판매채널인 경우가 많다. 이 점에서 보면 플랫폼 규제도입으로 인한 비용과 편익을 냉정히 평가한 후 세심한 규제를 시행해야 한다.

다음은 기업결합 심사강화로 스타트업의 M&A(인수·합병)을 통한 출구전략(Exit strategy)이 어려워질 가능성이다. 스타트업 창업 생태계가 활발해지기 위해서는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출구가 필요한데 그 전략으로는 통상 M&A와 IPO(기업공개)가 있다. 창업자와 투자자는 이를 통해 투자금을 회수하고 이중 상당수가 다시 창업 혹은 투자로 순환되는 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 까다로운 요건으로 인해 IPO가 매우 어렵기 때문에 M&A는 스타트업에 중요한 투자회수 전략이 된다.

그런데 공정거래위원회가 기존 자산·매출 등 회사규모만을 기준으로 할 경우 규모는 아직 작지만 이용자가 많아 성장 잠재력이 큰 스타트업을 거대 플랫폼이 인수할 때 기업결합 심사를 회피할 수 있는 문제점을 개선하겠다고 한다. 즉 공정위는 공정거래법 시행령을 고쳐 기업규모뿐 아니라 거래금액도 기업결합 신고기준에 포함키로 했다. 이런 기업결합 심사강화가 오히려 스타트업의 출구전략을 막는 불합리가 없도록 제도설계에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이밖에 신설, 강화규제 도입 시 스타트업의 규제준수능력을 고려하지 않는 것도 문제다. 물론 법이란 원칙적으로 만인에게 동동하게 적용돼야 하지만 경제규제법의 접근방식은 달라야 한다. 스타트업은 소규모 인원으로 각종 경제규제법상 요건을 모두 준수할 능력이 없고 이 요건을 모두 준수하고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기술을 비즈니스로 발전시키는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미국이 사후규제 시스템을 통해 자유로운 벤처실험을 허용함으로써 세계적 창업국가로 성공한 점을 배울 필요가 있다. 미국처럼 가급적 사전규제를 도입하지 않는 것이 제일 좋지만 불가피하다면 새로운 규제도입 시 기업의 규모, 인원, 매출에 따라 차등적인 규제를 설계할 필요가 있다. 거대 플랫폼 규제가 의도하지 않게 스타트업을 고사시키는 부작용이 없도록 세심한 주의를 해주기 바란다. 스타트업은 청년의 희망이자 창업국가와 혁신경제의 기초이기 때문이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기술법정책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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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기술법정책센터장 기술법정책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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