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전세는 악이 아니다

강기택 금융부장 2021. 10. 18. 0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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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인과 결과를 뒤집으면 문제를 풀 수 없다. 결과에 손을 대도 원인은 그대로다.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총량규제에서 전세대출을 제외했다. 돈줄을 막아 주택수요를 억제하고자 전세대출까지 죄려 했지만 '대출난민'의 피해와 불만을 감당할 수 없었다.

전세대출 규제 시도는 '전세대출이 가계부채 증가율을 3배 이상 웃돌고 전세보증금을 레버리지 삼아 갭투자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의 의견을 반영했다. 그러나 전세와 전세대출을 '악'으로 보는 시각은 본질을 가린다. 전세제도가 없는 미국과 중국, 캐나다, 독일 등의 집값이 뛴 이유를 설명하지 못한다. "한국의 집값 상승률은 평균적으로 다른 나라들보다 낮은 편"이라는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주장 앞에 스탠스가 꼬인다. 이들은 '공급부족-→집값·전세값 급등-→전세대출 증가'를 말하는 대신 '공급부족'이란 실책을 감추고 '전세대출 증가-→집값 급등'만 부각한다.

'전세대출 받아 갭투자한다'는 것도 과거 얘기다. 정부는 지난해 6월 전세대출을 받은 뒤 시가 3억원 초과 아파트를 사면 전세대출을 회수하도록 했다. 필요한 금액보다 전세대출을 더 받아 주식과 비트코인 등을 살 수 있어도 서울과 수도권 주요도시에서 갭투자는 불가능하다. 수도권 외곽의 비투기지역 주택을 구입할 수 있겠지만 이것이 핵심지역의 집값을 견인한 요인은 아니다. 전세대출 증가율이 전셋값 상승률보다 훨씬 가파른 것은 갭투자 탓이 아니라 비싸진 전셋값을 대느라 기존에 대출을 쓰지 않던 사람들까지 대출을 받게 된 탓이다.

공급부족과 함께 전셋값을 솟구치게 한 건 이른바 '임대차 3법'(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제·전월세신고제)이다. KB서울아파트전세가격지수는 지난해 상반기 100.5~101.4에서 움직였다. 7월에 임대차 3법이 시행되면서 102.4로 튀었고, 지난달에 123.4로 치솟았다. 집주인은 미리 4년치 전셋값을 올리거나 전세를 월세나 반전세로 돌렸다. 계약갱신청구를 피하려 실거주를 택하기도 했다. 세원 노출을 꺼려 매물도 거뒀다. 백지화하기로 했지만 갭투자를 차단하겠다며 재건축 실거주 2년 의무화를 했던 것도 악수였다. 전세매물 감소와 전셋값 폭등을 야기했다.

지난해 5만호였던 서울 아파트 입주물량은 내년에 2만호에 그친다. 역대 최저다. 내년 7월 이후 계약청구갱신이 끝나는 전세매물은 더 높은 가격에 거래될 것이다. 매도자 우위 시장에서 공시지가와 종부세율 등을 끌어올려 집주인에게 세금을 더 매기니 그 부담은 세입자에 전가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높아진 전셋값은 집값을 다시 밀어 올릴 것이다.

전세보증금을 이용해 집 사는 것을 비난해도 '집이 없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집값이 오를 것이라고 판단하면 어떻게든 집을 산다. 반면 집값이 떨어질 것이라고 여긴다면 전세를 끼거나 대출을 끌어와 집을 사지 않는다. 거듭 말하지만 '마녀'는 전세제도나 전세대출이 아니라 '공급부족'이다. 한국은행은 저금리를 유지하며 돈을 더 찍었고 정부는 슈퍼예산을 짜며 재정지출을 늘렸다. 유동성을 푼 만큼 공급도 확대해야 했지만 오히려 틀어막았다. 집을 희소재로 만들었으니 집값이 내릴 수가 없다. 전세만 귀한 게 아니라 반전세나 월세도 수요를 충당하지 못할 정도가 됐다.

'전세의 월세화'가 확산되면서 전세를 사라지게 하거나 전세대출을 안 해 주면 집값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던 이들은 이제 '월세앙등'이라는 현실과 마주한다. 지난달 월세 오름폭은 0.9%로 7년2개월 만에 최대였다. 주식담보대출, 개인사업자 대출, 신용대출 등 온갖 대출을 조여도 집값이 우상향했다. 대출을 못 받는 15억 초과 주택의 가격도 천장을 알 수 없다. 집값, 전셋값에 이어 월세까지 뛰는 건 전세제도나 전세대출 때문이 아니라 집이 없어서다. 그 원인에서 출발해야 해법을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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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택 금융부장 aceka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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