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압수수색서 시장실 뺐다니, 검찰 차라리 수사 중단하라

조선일보 2021. 10. 18. 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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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성남시장 재직 시절인 2014~2016년까지 최소 10차례 대장동 개발 관련 공문서에 직접 서명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대장동 개발 계획 입안, 사업자 선정, 주민 의견 청취 등의 안건을 다룬 성남시청 공문서들이다. 최측근인 정진상 전 성남시 정책실장도 해외 출장과 같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이 후보와 함께 대장동 보고를 받고 서명했다.

대장동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뒤늦게야 성남시청을 압수 수색하면서 시장실과 비서실은 제외했다. 시장실·비서실은 대장동 개발의 사령탑인데 아예 영장 청구 때부터 압수 수색 대상에 넣지도 않았다고 한다. 검찰이 대장동 의혹의 ‘급소’를 일부러 피해 다니는 것 같다는 말이 나온다.

성남시장은 대장동 개발 인허가를 비롯, 사업 전반을 총괄하는 최종 결정권자다. 성남시는 대장동 개발을 위해 100% 출자로 성남도시개발공사를 세웠다. 공사 정관에는 사업 계획 작성과 변경, 분양가 결정, 중요 재산 취득과 처분 등을 성남시장에게 보고하게 돼 있다. 시장이 도장을 찍지 않으면 사업 진행이 불가능한 구조다. 당시 성남시장이 이재명 경기지사다. 이 지사는 본인 입으로 “(대장동) 설계는 내가 한 것”이라고 했다. 그가 2014~2016년 대장동 구역 지정, 개발 계획, 출자 승인, 실시 인가 등과 관련해 최소 10차례 서명한 공문서도 확인됐다. 대장동 개발을 위한 주요 단계마다 최종 결재한 것이다.

대장동 수사의 핵심은 왜 아무리 사업 수익이 커져도 성남시는 1822억원 이상 못 가져가도록 사업이 설계됐는지를 밝혀내는 것이다. 결정적 단서는 이미 나와 있다. 2015년 당시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초과 이익 환수’ 조항을 넣은 초안을 마련했지만 7시간 만에 그 조항이 삭제된 사실이 드러났다. 누가 이를 결정·지시했나. 수익이 큰 폭으로 왔다 갔다 하는 사안인데 성남시가 100% 출자한 산하기관이 시장에게 보고하지 않고 단독 결정했다고 믿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7시간의 비밀’을 풀어야 할 검찰이 그 열쇠를 찾을 수 있는 성남시장실을 압수 수색조차 하지 않았다는 것은 노골적인 ‘봐주기 수사’라고 할 수밖에 없다. 이럴 거면 차라리 수사를 중단하는 게 옳다.

지금까지 검찰은 마치 ‘실패한 수사’가 목적인 것처럼 움직여왔다. 검찰은 김만배씨의 배임·뇌물 혐의를 제대로 수사하지도 않고 부실 영장을 청구하는 바람에 기각당했다. 대장동 의혹의 ‘윗선’까지 규명하겠다는 수사 의지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수사팀에 파견된 부부장 검사가 갑자기 수사팀에서 빠져 소속 부서로 돌아가자 “검찰 상층부가 수사 검사들을 찍어 누르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이 사용했던 휴대전화를 압수하는 과정에서 검찰이 경찰이 신청한 영장을 뭉개거나 수사 정보를 가로챘다는 논란도 있다. 검찰이 증거 자료를 독점하면서 입맛에 맞는 것만 꺼내 쓰려는 것 아닌가.

김경수 전 경남지사의 대선 댓글 조작 사건도 검찰이 뭉갰지만 결국 특검이 진실을 밝혔다. 대장동 의혹도 아무리 숨기려 해도 결국 진실이 드러날 수밖에 없다. 만약 검찰이 부실 수사를 계속한다면 언젠간 반드시 엄중한 책임을 면하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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