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장동 판박이 '백현동 개발'도 이상하다

조선일보 2021. 10. 18. 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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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대장동 개발 사업과 비슷한 시기에 진행된 성남시 백현동 아파트 건립 과정을 두고도 특혜 의혹이 확산되고 있다. 부동산 개발 시행 업체 A사가 아파트를 지을 수 없는 땅인 자연녹지를 매입하자 마자 성남시가 부지 용도를 ‘준주거지’로 4단계나 올려주는 이례적 조치를 취하면서 건설이 가능했다는 것이다. 이 업체가 아파트 분양으로 얻은 이익은 지금까지만 3000억원에 가깝다. 성남시에서 또 다른 ‘개발 로또’가 있었던 것이다.

한국식품연구원이 있던 이 땅은 주거지 개발이 불가능한 임야였기 때문에 매각이 8차례나 무산됐었다. 그런데 A사가 2015년 식품연구원에서 땅을 사들이고 7개월 만에 성남시가 토지 일부를 기부 채납하는 조건으로 용도 변경을 승인해 순식간에 금싸라기 땅으로 둔갑했다. 게다가 성남시는 당초 임대주택 건설을 조건으로 달았지만 2016년 말엔 일반 분양도 가능하도록 조건을 바꿔줬다고 한다. 특혜에 특혜가 거듭됐다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모두 이재명 경기지사가 성남시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벌어진 일이다.

백현동 개발은 임야였던 곳에 아파트를 짓다 보니 산을 거의 수직으로 깎으면서 건물 9층 정도 되는 50m 높이의 옹벽이 단지를 감싸는 위험천만한 구조가 돼버렸다. 산림청장이 국정감사에서 “이렇게 높은 옹벽은 처음 봤다”고 했을 정도다. 현행법에 따르면 아파트 옹벽 높이는 원칙적으로 15m가 최대치다.

미스터리에 가까운 백현동 개발에도 이 지사와 가까웠던 인물이 핵심으로 등장한다. A사가 토지 매입 직전 이 지사의 성남시장 선거를 여러 차례 도왔던 김모씨를 영입한 것이다. 김씨는 2006년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 후보 캠프 선대본부장을 지냈고 2010년 성남시장 선거 때도 이 지사를 도왔다. 2008년부터 2년여간은 민주당 성남 분당갑 위원장이던 이 지사 밑에서 부위원장으로 활동했다. 대장동 사건의 유동규씨를 연상시킨다. A사 대표는 언론 인터뷰에서 “김씨가 회사 지분 절반을 달라고 깡패를 동원해 협박해 지분 25%를 넘겨주는 계약을 했다”고 말했다. 사실이라면 김씨가 백현동 사업의 자기 역할에 대한 몫을 요구하는 차원일 가능성이 있다.

이 지사 주변 인사가 민간 개발업자들과 결탁한 상황에서 성남시의 특혜성 조치가 이뤄지고 소수의 사람들이 폭리를 취할 수 있는 구조가 설계돼 현실화됐다는 점에서 백현동 사업은 대장동 의혹과 ‘판박이’다. 왜 성남에서만 비상식적인 개발 특혜 의혹이 잇따르나. 백현동의 진상도 규명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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