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 열풍'을 기대하며

서효석 편강한의원 대표원장 2021. 10. 18.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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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효석의 건강 칼럼]

‘오징어 게임’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열풍이 거세다. 넷플릭스에 가입한 83국 순위 집계에서 1위를 기록했으니 얼마나 놀라운가? 말 그대로 천하를 평정한 것이다.

재미있는 현상은, 당연한 귀결이겠지만 ‘오징어 게임’의 열풍에 힘입어 그 속에 나오는 한국의 전통 게임이 주목받고 있다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필자가 주목하는 것은 달고나 열풍이다. 유튜브를 켜면 전 세계인이 달고나를 만들고서 각종 모양대로 떼어내느라 애쓰는 영상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런 오징어 게임의 열풍을 보노라면 돌아가신 명창 박동진 선생님이 광고에 나와서 외치던 ‘우리의 것은 좋은 것이여!’란 문구가 생각난다. 또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카피도 생각난다. 그래서 한글, 한식, 한복, KPOP, 한국 영화, 한국 드라마 등이 세계를 누비고 있다. 그러나 필자는 이런 한류의 열풍을 바라보면서 한 가지 안타까움이 있다.

그것은 바로 한의학의 우수성에 대한 우리의 이해 부족이다. 최근 들어 한의학의 우수성에 대한 인식은 우리보다 외국에서 강하게 일고 있다. 미국 국립지리학회가 발간하는 ‘내셔널 지오그래픽’은 탐험, 문화, 역사, 동물 등의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한다. 그런데 이 잡지의 2019년 신년 호 특집에서 동양의학에 대해 집중 조명했다. 이 기사에서는 미래 혁명을 선도할 세 가지 분야로 3D 프린팅 기술, 유전공학과 함께 동양의학을 꼽았다. 특히 동양의학 분야는 한의학에 대해 집중 조명하고 있다. 예를 들면 미국 국립 암 연구소에서 한 임상 시험 사례를 소개했는데, 예일대학교의 쳉 영치 교수 연구진이 항암 화학 치료의 부작용으로 고통받고 있던 암 환자들에게 한약 추출물(PHY906)을 투여한 것이다. 연구진이 주목한 것은 자연에서 추출한 황금, 작약, 감초, 대추로 이뤄진 처방이 설사, 복통 등을 치료한다는 ‘동의보감’의 기록이었다. 또 다른 사례로 말라리아 치료제를 개발해 2015년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은 중국 전통의학 연구원 투유유 교수가 있다. 그는 ‘동의보감’의 ‘학질(말라리아) 치료에 개똥쑥이 효과가 있다’는 기록에서 힌트를 얻어 치료제를 개발했다.

서양의학은 1590년대 현미경의 발명으로 인체와 세균에 대한 비약이 있었고 1930년대에 페니실린이 발견되면서 또 한번 발전했다. 이후 서양의학은 인간의 건강과 장수를 이뤄줄 메시아로 여겨졌다. 그러나 과학에 대한 지나친 자만과 기계적 치료법, 환경오염에 따른 자연의 반격 등으로 이런 기대는 무너지고 있다. 실제로 암 하나도 아직 풀지 못하고 있다. 서양의학은 외부에서 가해지는 세균이나 바이러스의 감염에 직접 대응하는 반면, 동양의학은 인체 내의 본래 조화와 균형에 초점을 맞춘다.

그러나 이러한 동양의학의 중심이 돼야 할 한국에서는 한의학이 오히려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는 한방의 과학화를 통해 한약을 치료 중심으로 발전시키지 못한 한의학계에도 책임이 있지만, 그보다는 급격한 서구화, 산업화 과정을 거치면서 우리의 한방을 경시하고 서양의학을 맹신하게 된 결과다.

필자는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한방의 우수성을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해서 한방은 비과학적이라느니, 주관적이라느니 하는 굴레를 끊어내야 한다. 그런 교육을 통해 우리의 후세가 한의학에 대한 진정한 자긍심을 지닐 때 한방은 또 다른 차세대 한류로 세계를 누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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