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에서] ‘성냥팔이 소녀’도 겨울 나려면

안준호 산업부 차장 2021. 10. 18.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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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중국·인도 등 전 세계가 에너지 대란으로 아우성이다. 올 겨울 한파가 몰아치면 더 큰 위기가 닥친단다.

전기료·연료비가 아무리 치솟아도 비용을 감당할 여유가 있는 사람들에겐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문제는 그런 여유가 없는 사람들이다.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에서조차 전기료를 자유화한다고 한다. 돈 있는 사람은 혹한을 견뎌내겠지만 가난한 사람은 버텨낼 재간이 없다. ‘성냥팔이 소녀’가 동화 속 얘기만은 아니다.

2017년 6월 19일 오전 부산 기장군 고리원자력본부에서 열린 고리원전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 참가한 문재인 대통령이 연설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전 세계가 탄소 중립을 외친 이유는 화석연료 사용으로 온난화가 진행돼 인류 생존이 위협에 처할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었다. 때문에 석탄·천연가스 등 화석연료 발전을 줄이고 풍력·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발전을 늘렸다. 화석에너지 탐사·개발은 죄악시 됐고, 원전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백안시됐다.

그런데 바람이 기대만큼 불지 않았다. 대체 수단은 가스 발전뿐이지만, 가스 가격과 전기요금은 감당 못할 수준까지 급등했다. 가스 대신 석유 발전을 늘리다 보니 국제 원유 가격도 7년래 최고치로 치솟았다. 그래서 영국·프랑스 등 주요 선진국들은 원전을 다시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영국은 자금난으로 백지화됐던 웨일스 와일파 원전 건설을 재검토 중이다. 영국 재무장관은 “원전이 더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하며 풍력과 태양광에만 의존할 순 없다”고 했다. 영국 일간지 더 타임스는 “영국이 에너지 수요와 탄소 감축 목표를 달성하려면 최소 6개의 신규 대형 원전과 20개의 소형 모듈 원전(SMR)이 필요하다”고 했다.

프랑스 등 유럽 10국 16명의 경제·에너지 장관들은 11일 “유럽은 원전이 필요하다”며 “기후 변화와 싸울 때 원전은 최상의 무기”라는 공동 기고문을 발표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일시적으로 원전의 위험을 감수할지, 더 많은 화석연료를 사용할지 선택해야 한다”면서 “지구 온난화를 2도 이하로 유지하려면, (11월 열리는) 26차 기후변화당사국총회(COP26) 참가자들은 최고의 에너지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가장 덜 나쁜 전력 구성을 선택해야 한다. 원전을 과도기 옵션으로 써야 한다”고 했다.

‘총, 균, 쇠’의 저자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그의 저서 ‘대변동’에서 “좋은 해결책과 나쁜 해결책을 두고 택하는 상황이 아니므로 ‘나쁜 대체에너지 중 어느 것이 가장 덜 나쁜가’ 물어야 한다”며 “원전 사고의 ‘가능성’에 대한 두려움을 화석연료의 공기 오염으로 매년 수백만명이 사망한다는 ‘확실성’과 비교해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한국은 어떤가. 세계 최고의 경제성과 안전성을 갖춘 원전은 버려두고 아직 개발도 되지 않은 암모니아 발전 등 ‘뜬 구름 잡는’ 얘기만 하고 있다. 원전에 대한 편견과 무지가 국가를 암흑의 구렁텅이로 몰아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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