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와 세상]가을 아침
[경향신문]
“이른 아침 작은 새들 노랫소리 들려오면/ 언제나 그랬듯 아쉽게 잠을 깬다/ 창문 하나 햇살 가득 눈부시게 비쳐오고/ 서늘한 냉기에 재채기할까 말까/ 음…/ 눈 비비며 빼꼼히 창밖을 내다보니/ 삼삼오오 아이들은 재잘대며 학교 가고/ 산책 갔다 오시는 아버지의 양손에는 /효과를 알 수 없는 약수가 하나 가득/ 음…”
‘가을 아침’을 듣다 보면 양희은과 아이유가 동시에 떠오른다. 창법은 다르지만, 노래의 감칠맛은 우열을 가릴 수 없다. ‘아침 이슬’ 20주년 기념 음반 ‘양희은 1991’에 담긴 이 노래는 ‘이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양희은의 역작이었다. 서른에 자궁암, 서른여덟에 자궁근종을 겪고 뒤늦게 결혼한 양희은이 40세에 내놨다.
당시 뉴욕에 머무르던 양희은은 빈 국립음대에서 기타를 공부하던 이병우를 불렀다. 조동익과 함께 포크그룹 ‘어떤 날’의 멤버로 활동했던 이병우는 기타 한 대만 들고 뉴욕으로 날아왔다. 두 사람은 밤을 지새우며 곡을 쓰고 하루 만에 녹음했다. 이병우는 이 노래를 두고 “어떤 영감을 받아서 만든 곡이라기보다 시간에 쫓겨 만들어서 듣는 분들한테 죄송스럽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 앨범은 이병우의 기타와 양희은의 목소리가 어우러져 명반 대열에 올랐다.
아이유는 2017년 두 번째 리메이크 음반 ‘꽃갈피 둘’에서 이 노래를 불렀다. 영악하게도 원곡보다도 더 담백하게 부르면서 어쿠스틱한 분위기를 살렸다. 편곡을 맡은 기타리스트 정성하와 하림의 틴 휘슬 연주가 옅게 깔렸을 뿐이다. 김창완과 함께 부른 산울림의 ‘너의 의미’에서 그 가능성을 보였던 아이유는 작은 호흡까지 느껴지는 목소리로 동세대는 물론 양희은에 익숙한 전 세대들도 사로잡는다.
오광수 시인·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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