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플크라운'에 43점.. 야스민, 시작부터 펄펄
한국 여자배구는 도쿄올림픽 ‘4강 드라마’를 계기로 위상을 더 높였다. 그 증거가 달라진 중계방송 대우다.
17일 오후 2시 30분 경기도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2021~2022 시즌 V리그 여자부 현대건설과 IBK기업은행의 첫 경기. 김희진·김수지·표승주(이상 IBK기업은행)와 양효진·정지윤(이상 현대건설) 등 도쿄올림픽 국가대표 5명이 출전하는 이 경기의 중계를 지상파(KBS 1TV) 카메라가 맡았다. 방송사 요구에 따라 남자부(현대캐피탈-OK금융그룹) 경기는 오후 5시로 밀렸다. 지금껏 주말 V리그는 남자부 오후 2시, 여자부 오후 4시 경기가 통례였다.
3시간여 접전 끝에 현대건설이 새 외국인 선수 야스민 베다르트(25·미국)의 맹활약에 힘입어 기업은행에 세트스코어 3대1(23-25 25-15 25-16 25-17) 역전승을 거뒀다. 지난 8월 KOVO컵에서 우승했던 기세를 이어갔다. 야스민은 서브 3개와 블로킹 4개, 후위 공격 12득점을 포함한 총 43득점을 꽂아 V리그 데뷔전에서 트리플 크라운(한 경기 서브·블로킹·후위 공격 각 3개 이상)을 달성했다. 야스민의 이날 성적은 과거 V리그 최강 외인들의 데뷔전 성적표를 훌쩍 뛰어넘는다. 지난해 안나 라자레바(IBK기업은행)는 38득점, 2년 전 발렌티나 디우프(KGC인삼공사)는 34득점을 올렸다. 둘 다트리플 크라운은 못했다.
야스민은 올 시즌 여자부 외국인 선수 중 최장신(키 196cm)으로 힘 하나는 최고로 인정받는다. 남다른 파워는 강렬한 서브를 만든다. 그는 2세트 7-8로 뒤진 상황에서 서브 득점을 2 연속 성공시켜 9-8로 뒤집었고, 이후에도 강서브를 퍼부어 12-8까지 점수 차를 벌렸다. 적장 서남원 기업은행 감독은 “우리의 초반 흐름이 좋았는데 2세트부터 야스민의 강서브에 흔들려 기세를 잃었다”고 아쉬워했다. 야스민이 펄펄 날자 양효진과 이다현이 각 9점씩 보태고, 고예림(8점)과 황민경(5점)이 거들어 경기를 끝냈다.
현대건설은 이겨도 침착했다. 야스민은 자신의 데뷔전을 “10점 만점에 8점”으로 평가했다. 그는 “한국 리그는 수비가 굉장히 좋다. 수비가 잘되는 상황에서도 어떻게 하면 점수를 낼지 계속 고민하겠다”고 했다. 이날이 V리그 사령탑 데뷔전이었던 강성형 현대건설 감독은 “이겨서 좋지만 다음 경기부터는 센터나 윙스파이커 등을 활용한 다양한 득점 루트를 만들겠다”고 했다.
16일 열린 2021-2022 V리그 개막전에선 남녀부 모두 디펜딩 챔피언이 웃었다. 지난 시즌 여자부 트레블(리그 3관왕) GS칼텍스는 장충 홈에서 흥국생명을 세트 스코어 3대0으로 완파했다. 레프트 이소영이 인삼공사로 이적한 공백을 유서연이 메웠고, 도쿄올림픽에 승선했던 세터 안혜진과 발목 재활 후 돌아온 에이스 강소휘 등이 승리를 합작했다. 남자부 대한항공도 인천 홈에서 우리카드를 세트스코어 3대1로 눌렀다.
한국의 프로배구 시즌이 개막한 16일 밤, 이재영-이다영(25) 쌍둥이 자매는 그리스로 떠났다. 이들은 이날 오후 9시 45분쯤 인천국제공항에 나타났다. 취재진 수십 명이 몰려들자 자매는 고개를 숙여 카메라 세례를 피하려 했고, 자매와 동행한 어머니 김경희(55)씨는 “야, 야! 하지 마, 고개 숙이지 말고 걸어. 끝까지 정신 차려!” 호통쳤다. 이다영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했고, 이재영은 “죄송합니다” 한마디를 남겼다. 어머니 김씨는 “지금까지 우리에게 (학교 폭력 논란에 관한) 진실을 아무도 안 물어봤다. 그래서 드릴 말씀이 없다”고 주장했다. 터키를 경유해 17일 오전 그리스 테살로니키에 도착한 쌍둥이 자매는 공항에서 PAOK 구단 관계자의 환대를 받았다. 구단 측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재영-이다영 자매가 드디어 그리스에 왔다. 매우 흥분되는 일”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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