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헌의 히스토리 인 팝스] [83] 페어플레이 그리고 승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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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uce Springsteen, ‘Land of hope and Dreams’(2003)
올림픽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패배가 있다면 그 영광은 1984년 LA올림픽 무제한급 유도 결승전에 진출한 이집트의 알리 라슈완에게 돌아가야 할 것이다.
그는 결승전에서 203연승이라는 불멸의 기록으로 이듬해 은퇴하게 되는 일본의 유도 영웅 야마시타 야스히로와 만난다. 그러나 매트에 오른 야마시타는 오른쪽 종아리를 크게 다쳐 걷기도 힘든 상황이었다. 하지만 라슈완은 오른 다리 공격을 일절 하지 않고 왼쪽 공격만을 노렸고 결국 패배한다. 그는 금메달은 잃었지만 유도의 근본 정신인 명예와 존중을 얻었다.
그리고 우리는 플로리다주 개표 부정 시비로 얼룩진 2000년 미국 대선에서의 민주당 앨 고어를 기억한다. 국민투표에서는 54만 표 차로 조지 부시를 앞섰지만 선거인단 표에서는 다섯 표 차로 뒤져 패배했다. 조지 부시의 동생이 주지사인 플로리다주의 선거는 기표와 개표 과정 모두가 상식적이지 않았기에 연방대법원 판결까지 가는 36일 동안 미국은 큰 혼란에 빠졌다.
“개인적으론 동의 못 하지만 판결을 수용합니다. 우리의 실망은 미국에 대한 사랑으로 극복되어야 합니다.” 고어 후보의 승복 연설은 그 당시 미국 언론의 말대로 미국의 승리였다.
미 대선에서 패자의 승복은 1896년 윌리엄 제닝스 브라이언이 당선인 윌리엄 매킨리에게 축하 전보를 보낸 게 시초라고 한다. 그리고 이 행위는 트럼프의 일탈을 예외로 한다면 위대한 전통이 되었다.
표현은 제각각이지만 승복 연설의 정신은 한결같다. 결과를 겸허히 수용하고 모두가 사랑하는 나라의 미래를 향해 함께 축복하고 나아가자는 것. 로커로서는 할아버지 나이인 쉰 살에 이른 브루스 스프링스틴이 노래한 ‘희망과 꿈의 나라’ 역시 이러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성자와 죄인, 승자와 패자, 창녀와 노름꾼 모두를 태운 이 기차 – 꿈들은 좌절하지 않을 것이며 신념은 보상받을 것’이라고 소리쳐 외친다. 이 노래는 2012년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의 테마송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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