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아빠와 운전 연습

소현 2021 조선일보 신춘문예 미술평론 당선자 2021. 10. 18.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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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운전 연수를 받는다. 처음에는 운전 강사한테 배우다가 지금은 아버지한테 일주일에 두 번씩 가르침을 받고 있다. 도로는 예상치 못한 일의 연속이지만 나는 어찌 대응해야 할지 모를 때가 잦다. 그때마다 옆에 앉은 아버지가 이런저런 가이드라인을 준다. 도로에 비둘기가 있다고 갑자기 브레이크를 밟으면 사고가 날 수 있다든지, 옆 차로에 끼어들 때는 뒤차 상대방이 내 깜빡이를 보고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든지 하는 것 말이다.

일사일언 삽입 일러스트

가장 어려움을 겪는 건 주차다. 방향 감각이 떨어져서 주차를 한번 하려면 한 세월이 걸린다. 아버지는 내가 운전하면서 실수해도 웬만해서는 짜증을 내지 않는다. 하지만 주차할 때만큼은 의견 충돌이 잦다. 내가 모든 상황에서 강사한테 배운 주차 공식을 고집하기 때문이다. 이른바 ‘반한반’ 공식이 제일 문제. 강사는 차가 주차선 안에 비뚤게 들어갔을 경우 다음과 같이 대응하면 된다고 알려줬다. 첫째, 가야 할 방향으로 핸들을 ‘반’ 바퀴 돌려 직진한다. 둘째, 옆 차와 가까워지면 다시 반대로 ‘한’ 바퀴를 돌린다. 셋째, 차가 어느 정도 일직선에 가까워졌다 싶으면 핸들을 또다시 반대 방향으로 ‘반’ 바퀴 틀어 그대로 후진한다. 내가 자주 사용하는 꽤 유용한 공식이다. 반면 아버지는 공식 같은 건 신경 쓰지 말고 그때그때 상황에 맞춰 주차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주차는 감으로 하는 거라지만, 감이 없는 나로서는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이건 비단 주차 문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도로에서도 공식을 따라야 하는 순간이 있고, 감을 따라야 하는 순간이 있다. 공식만으로는 운전 중에 마주하는 모든 변수에 대응할 수 없다. 감을 발휘해야 하는 상황에 공식을 고집하면 사고가 날 수도 있다. 그렇다고 초보 운전자가 무작정 감으로만 주행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공식은 당황스러운 상황에서 침착하게 대응할 수 있는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이다. 어쩌면 초보자와 숙련자의 차이는 공식을 따라야 할 순간과 감을 따라야 할 순간을 아는 데 있는지도 모르겠다. 아버지와 나 사이의 접점을 찾을 때 비로소 주차 이치를 터득하게 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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