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경 연장 11분 중거리포… 울산 “포항 나와라”
2-2로 맞선 연장 전반 11분, 울산 현대 이동경(24)이 페널티박스 오른쪽 모서리 부근에서 왼발로 강하게 때린 중거리 슈팅이 전북 골망을 갈랐다.
전주월드컵경기장 남쪽 관중석에 자리 잡은 울산 원정팬 600여 명은 모두 일어서며 환호했다. 반면 전북 팬 6200여 명은 탄식할 수밖에 없었다.
울산은 17일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8강에서 전북을 3대2로 꺾고 준결승에 올랐다. 울산은 20일 오후 7시 같은 장소에서 포항 스틸러스와 결승 진출을 다툰다. 4강에서 K리그 팀끼리 맞붙는 것은 2016년 전북-FC 서울의 대결 이후 5년 만이다.
작년 우승팀 울산은 2연패(連覇)에 도전할 수 있게 됐다. 울산은 K리그1(1부)에서 6경기를 남겨 놓은 상황에서 승점 64(18승10무4패)로 전북(승점63·18승9무5패)에 승점 1 차이로 1위를 달리고 있다. FA(축구협회)컵 4강에도 올라 있어 K리그 팀 사상 첫 ‘트레블(3관왕)’도 노릴 수 있게 됐다.
경기는 울산이 앞서 나가면 전북이 따라잡는 식으로 전개됐다. 울산은 전반 13분 바코(28·조지아)의 선제골로 1-0으로 앞서 나갔다. 바코는 골 지역에서 드리블로 순식간에 수비수 3명을 벗겨낸 후 왼발로 골문을 열었다. 전북은 전반 39분 역습 과정에서 한교원의 득점포로 1-1 동점을 만들었다. 울산은 전반 추가 시간 윤일록(29)의 추가골로 다시 2-1로 달아났다. 전북도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후반 3분 쿠니모토(24·일본)의 동점골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정규 시간에 승패를 가리지 못한 두 팀은 연장 승부를 펼쳤고, 울산이 이동경의 결승골로 승리했다.
홍명보 울산 감독은 “골을 넣은 후 이른 시간에 실점한 것은 아쉽지만 전체적으로 경기를 잘했다고 생각한다”며 “멀리서 응원 온 울산 팬들에게도 감사하다”고 말했다. 결승골을 넣은 이동경은 “차는 순간 잘 맞은 느낌이 들었다. 공이 휘며 날아가는 모습을 보고 들어갈 것 같았다”고 했다.
김상식 전북 감독은 “연장전에 구스타보의 헤딩슛이 골대를 맞고 나오는 등 운이 따르지 않았다. 빨리 회복해서 남은 리그 경기를 잘 치르겠다”고 했다.
포항은 앞서 열린 8강전에서 나고야 그램퍼스(일본)를 3대0으로 누르고 2009년 이 대회 우승 이후 12년 만에 준결승에 올랐다. 임상협(33)이 후반 8분 선제 결승골에 이어 후반 추간 시간 쐐기골까지 터뜨리며 멀티골 활약을 펼쳤다. 이승모(23)는 후반 25분 역습 과정에서 두 번째 골을 넣었다. 포항은 조별리그에서 나고야와 같은 조에 속해 1무1패로 밀렸는데, 이번에 대승을 거두면서 세 번 만에 웃었다. 김기동 포항 감독은 “조별리그 0대3 패배를 갚아주고 싶어 와신상담했는데 선수들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서아시아 지역에선 사우디아라비아 리그에 속한 알 힐랄과 알 나스르가 4강에 선착했다. 결승전은 다음 달 23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린다. 준결승-결승 역시 단판 승부로 치러진다. /전주=송원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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