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만세운동 사진, 기생 아니라 여학생이었다"

유석재 기자 2021. 10. 18.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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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환 교수 '만주독립전쟁'서 "독립운동 사진, 면밀히 연구해야"

3·1 운동 당시 서울의 전차 선로를 따라 단체로 행진하는 한복 입은 여성들의 사진이 있다. 이 사진은 그동안 ‘사진으로 보는 독립운동’(1987) 등 국내 서적과 사진첩, 전시회 등에서 ‘만세운동에 나선 기생들의 모습’이라고 소개돼 왔다. 그러나 최근 학계에서는 머리 모양 등을 분석하며 ‘기생이 아니라 한복 교복을 입은 여학생들의 만세운동 사진’으로 수정하는 분위기다. 최근에 와서야 이 사진의 원래 출처가 일본 아사히신문 1919년 3월 5일 자라는 게 확인됐는데 사진설명에 ‘여학생들의 만세운동 사진’으로 돼 있었다.

3·1운동 당시 만세운동에 참여한 여학생들. 과거 국내 서적·사진집·전시회 등에서‘기생들의 모습’이라고 잘못 소개됐었다. /박환 교수 제공

독립운동사 연구자인 박환 수원대 교수는 최근 출간한 연구서 ‘만주독립전쟁’(도서출판 선인) 중 논문 ‘사진역사분석학의 제창’에서 “교과서 등에 실린 독립운동 관련 자료 사진들이 명확한 출처나 근거를 제시하지 않거나 잘못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현 세종대로 사거리 기념비각 주변에 군중이 모여 있는 사진의 경우 여러 자료에서 ‘3·1 운동 행진 군중에 호응하는 시민들’로 소개됐으나, 당시 일본 신문에는 ‘고종의 국장 예행연습일에 모여든 군중’이라며 촬영자와 촬영 날짜까지 밝혔다는 것이다.

1920년 청산리 전투 승전을 기념해 촬영한 북로군정서 대원들의 모습으로 알려진 단체사진은 막 전투를 치른 독립군의 모습 같지가 않아 의문이 드는데, 박 교수는 “1944년 8월 29일 자 독립신문 중국어판에 실린 사진”이라며 이 사진이 사실은 1940년대 독립군을 촬영한 사진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했다. 청산리 전투 때 일본군의 진군과 패퇴 모습이라고 알려진 사진은 일본 측 자료에는 각각 러일전쟁과 중일전쟁 때 사진이라고 소개돼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지금까지 역사적인 사진 자료에 대한 체계적 정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교과서 담당 기관에서도 이를 주목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사진도 논문과 마찬가지로 정확한 출처를 제시하고 사료 비판을 하는 ‘사진역사분석학’이 자리를 잡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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