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재창출 외치더니.. 與 "이재명 돼도 정권교체"

조의준 기자 2021. 10. 18.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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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선 끝나자 文대통령과 거리두기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17일 “정권 교체 욕구가 높은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당선돼도 새로운 정권”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경선에서 당 지도부와 이재명 후보는 줄곧 “김대중·노무현·문재인에 이은 민주정부 4기의 탄생”을 주장했지만, 경선이 끝나자마자 바로 문재인 정부와의 차별화를 시도한 것이다. 이는 정권교체 여론이 50%가 넘고, 부동산 정책 실패 등에 대한 불만이 커지자 선긋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가운데 청와대와 민주당은 매주 정례적으로 열리던 고위 당·정·청 회의도 내년 3월 대선 때까지 중단키로 했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오른쪽) 대표가 17일 오후 국회 본청에서 열린 ‘화천대유 토건비리 진상규명 태스크포스(TF)' 첫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은 김병욱 단장./국회사진기자단

송 대표는 이날 한 방송 인터뷰에서 차기 대선의 시대정신을 묻는 질문에 “대통령 선거는 과거에 대한 평가·심판의 성격도 있지만, 보다 큰 것은 미래에 대한 선택”이라며 “정권교체 욕구가 높은데, 여든 야든 정권은 교체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새로운 정권이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했다. 문재인 정부를 ‘과거’로, 이 후보를 ‘보다 큰 미래’로 차별화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그는 또 “(차기 대선에서) 저희가 사실 불리한 면이 있다”며 “과거를 그대로 다시 연장하기를 바라는 국민들은 아무래도 수가 적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의) 장점은 개선하되, 부족한 점들은 확고하게 변할 것”이라며 “‘이재명은 합니다'란 신뢰가 만들어졌고, (이 후보는) 실천력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 후보가 ‘실천력’으로 문재인 정부와 다른 모습을 보일 것이란 얘기다.

송 대표의 이 같은 발언은 민주당 대선 경선이 끝난 후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정권 교체론’이 ‘정권 재창출론’을 훨씬 웃도는 상황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 14일 공개된 SBS·넥스트리서치 여론조사(12~13일)에서 응답자의 55.7%가 ‘정권 교체’를 원했고, ‘정권 재창출’을 선택한 비율은 36.2%로 격차가 19.5%포인트에 달했다. 지난 7월 같은 조사에선 격차가 10.7%포인트였다. 같은 날 발표된 KBS·한국리서치 여론조사(11~13일)에서도 정권교체에 대한 응답이 16.3% 포인트 높았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이 후보의 지지율이 30%대에 갇혀 있는 상황에서 살 떨리는 여론조사 결과”라며 “정권 재창출에 심각한 위기 상황”이라고 했다.

여기에 민주당은 내부적으로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 등으로 이탈한 중도층과 자영업자들을 잡는 것이 내년 대선 승리의 핵심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송 대표도 이날 “남아있는 변수는 부동산을 어떻게 대안을 만들고 집값을 통제할 것이냐가 중요하다”며 “(다음으로) 집단 면역이 돼서 ‘위드 코로나’로 대선을 치르게 되면 자영업자들이 한결 좋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박근혜 전 대통령도 4대강·복지 등에서 이명박 정부와 차별화해 집권하지 않았나. 당시에 박근혜 쪽도 ‘사실상 정권교체’라고 말했다”며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30%대인 상황에서 어느 정도의 ‘정치적 거리 두기’는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청와대와 민주당은 매주 일요일 밤 총리 공관 등에서 열리던 정례 고위 당·정·청 회의를 내년 3월 대선 때까지 중단하기로 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날 “앞으로 대선 때까지 현행 해왔던 고위당정이 열리는 일은 없다”며 “문 대통령이 워낙 정치적 중립을 강조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야당에선 “그동안 열린 당·정·청이 편파적이었다는 것을 고백한 꼴”이라며 “오히려 청와대가 당과 거리를 두면서 이 후보를 도와주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 같은 민주당의 청와대와의 ‘거리 두기’가 실제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여론조사회사 갤럽의 장덕현 연구위원은 “여론조사만 봤을 때, 이 후보가 된다고 정권교체라고 느낄 사람의 수는 상당히 적을 것”이라고 했다. 오히려 이 같은 전략이 차기 대선에서 친문(親文) 등 여권 지지층의 이탈을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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