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의 준비..우리 힘으로 우주 간다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오는 21일 발사된다. 1조9572억원을 투입해 설계부터 제작, 시험, 인증 등 개발 전 과정을 국내 독자 기술로 한 첫 우주 발사체다. 발사에 성공하면 한국은 세계 10번째로 위성을 자력으로 우주로 보낼 수 있는 나라가 된다.
누리호는 1.5t급 위성을 지구에서 600~800㎞ 궤도에 올릴 수 있도록 만들어진 3단 발사체다. 1단은 75t급 액체 엔진 4기, 2단은 75t급 액체 엔진 1기, 3단은 7t급 액체 엔진 1기다. 2010년 3월 개발을 시작한 지 11년 반 만에 조립이 완료돼 현재 발사 전 최종 점검을 받고 있다.
◇발사 16분 후 목표 궤도 진입
누리호는 발사 전날인 20일 오전 7시 10분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 발사대로 이송돼 기립한다. 당일 기상 상황과 위성·우주 물체와의 충돌 위험 등을 고려해 발사 여부와 정확한 발사 시각을 정한다. 바람은 순간 최대 풍속이 초속 21m 이하여야 한다. 누리호에는 수많은 전자 장비·부품이 들어 있기 때문에 낙뢰 가능성도 없어야 한다. 현재는 오후 4시로 예정됐다.
누리호는 이번에 진짜 위성이 아닌 1.5t의 위성 모사체(더미)를 싣고 발사된다. 모든 요건이 충족되면 남쪽을 향해 발사된다. 발사 성공까지 누리호는 4개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우선 2분 7초 후 고도 59㎞에서 1단 엔진이 분리돼야 한다. 3분 53초 만인 고도 191㎞에선 위성(모사체)을 덮고 있는 페어링(위성 덮개)이 떨어져 나가야 한다. 발사 4분 34초 뒤 2단 엔진의 연소가 완료되고, 16분 7초 때 고도 700㎞에서 3단 엔진이 분리되며 위성 모사체를 초속 7.5km의 속도로 궤도에 투입해야 성공이다. 11년 반이 걸린 독자 개발의 성패가 16분 남짓한 시간에 판가름 나는 것이다.
우주 개발 역사를 보면 처음 개발한 우주 발사체의 첫 발사 성공률은 약 30%로 알려져 있다. 발사 전 기상 상황이 안 좋거나 37만개 부품 중 하나라도 이상이 발견되면 발사는 연기된다. 1차 발사를 못 할 경우 발사 예비일 22~28일 안에 재시도를 한다. 러시아와 공동 개발했던 나로호는 2009년 1차 발사 때는 페어링이 분리되지 않았고, 2010년 2차 때는 이륙 후 발사체가 폭발해 실패했다가 2013년 성공했다. 한상엽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발사체신뢰성안전품질부장은 “누리호가 궤적을 이탈하거나 로켓·페어링 분리가 비정상적으로 이뤄지면 발사체 내 폭파 장비를 작동시켜 발사를 중지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고난도 엔진 개발 기술 확보
2013년 발사한 나로호는 러시아가 개발을 주도해 ‘반쪽 성공’ 꼬리표를 떼지 못했다. 반면 누리호 개발과 발사에는 국내 300여 기업 약 500명 인력이 참여해 독자 개발 기술을 확보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엔진 조립,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두원중공업은 탱크와 동체 개발에 참여하는 등 국내 대기업과 중소기업들이 협력했다. 발사대는 현대중공업이 주축이 돼 독자적으로 구축했다. 오승협 항우연 발사체추진기관개발부장은 “총 사업비의 약 80%(약 1조5000억원)이 국내 산업계에 집행됐으며 국내 기업들이 우주 산업 분야에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특히 기술적 난도가 높은 엔진 클러스터링(묶음) 기술도 누리호에 적용됐다. 여러 개의 엔진을 묶어 하나의 엔진처럼 작동하는 방식이다. 누리호 1단은 75t급 4개를 묶어 300t급 추력을 낸다. 조기주 항우연 발사체추진기관체계팀장은 “엔진 4개를 묶어야 하는 어려움이 있지만 큰 추력의 엔진을 새로 개발하는 것보다 더 효율적”이라고 했다.
누리호는 이번 1차 발사에 이어 내년 5월 2차 발사가 예정됐다. 이후 2027년까지 4번 더 발사해 신뢰성을 확보할 계획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안전 통제와 코로나 방역을 위해 현장 방문 자제를 당부했다. 나로호 당시 개방됐던 우주 발사 전망대는 당일 오후 2시부터 폐쇄된다. 발사 장면은 네이버TV, 유튜브 채널, 방송사 등을 통해 생중계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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