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A 누비며 현장 학습 김규태 씨 "한국 가서 노하우 전수할 것"
세계 정상급 선수 훈련 보고 들으며 하나씩 배워
美 유명 퍼팅 전문가 스티븐 스위니 노하우 습득
CJ컵 현장에서 임성재, 서요섭, 김성현 등 도우미
프로골퍼 출신의 김규태(31) 씨는 세계 정상급 선수들이 뛰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의 현장을 누비며 6개월째 공부 중인 이방인이다. 세계적인 선수와 코치가 있는 현장에서 스윙과 훈련 과정, 경기 전략 등을 직접 보고 들으면서 홀로 지도자 수업 중이다.
17일(한국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의 더서밋 클럽에서 열린 PGA 투어 더CJ컵@서밋의 대회 현장. 김 씨는 임성재와 김성현 등 경기 중 간단하게 도움이 필요한 선수에게 그동안 자신이 배운 경험을 바탕으로 작게나마 힘을 보탰다. 그 덕분인지 김성현은 사흘 동안 13언더파를 적어내며 PGA 투어 강자들 틈에서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김 씨에게 퍼팅 도움을 받은 김성현은 “이번 주 퍼트 감각이 조금 더 좋아져서 많은 타수를 줄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PGA 투어를 누비고 있는 김 씨는 10여 년 전까지 투어 프로를 꿈꿨다. 한국에서 골프코치로 유명한 김종필(58) 씨의 둘째 아들인 그는 아버지의 뒤를 이어 투어 프로가 됐다. 하지만 정규 투어 무대를 밟지 못한 채 선수 생활을 그만뒀다. 일찍 꿈을 접은 그에겐 방황의 시간이 찾아왔다. 그러던 중 새로운 길을 찾기로 마음먹었다. 그는 선진 골프레슨 시스템을 배워 보기로 결심하고 무작정 미국으로 날아왔다. 아버지 역시 프로골퍼로 활동한 뒤 지도자의 길을 걸어온 만큼 과거와는 다른 선진화된 교육을 받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아들의 선택을 적극 지지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전 세계의 문이 닫혔지만, 그는 아무도 모르는 낯선 땅에서 맨몸으로 부딪히겠다는 의지 하나로 첫발을 내디뎠다. 그는 “지인의 소개를 받기는 했지만 무모한 시도였다. 그래도 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투어 현장을 누비며 그가 찾은 길은 퍼팅 전문가였다. 다양한 디지털 장비의 발달로 골프 레슨이 분석적으로 변하면서 스윙은 조금씩 변하고 있지만 국내에서 퍼팅만큼은 정보부족 때문에 여전히 과거의 감각적인 부문에 의존하고 있어서다. 그는 “여러 가지 교육을 받는 것보다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는 게 낫겠다는 판단에서 퍼팅을 택했다”고 새 길을 찾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퍼팅 전문가가 되기로 결심한 김 씨는 PGA 투어 선수를 지도하고 오디세이에서 퍼팅 인스트럭터로 활동하는 스티븐 스위니(stephen sweeney) 코치 밑에 들어갔다. 제대로 배워보고 싶었던 만큼 신뢰가 가장 높고 유명한 지도자 아래서 경험을 쌓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9개월 동안 지도자 수업을 받고 현장을 누빈 그는 조금씩 새로운 눈을 떴다. 김 씨는 “선수 시절을 돌아보면 퍼팅과 비교해 샷 훈련에만 너무 집중했던 것 같다. 하지만 여러 사람과 대화하면서 좋은 성적을 낼 때나 우승했을 때를 돌아보면 샷이 잘 됐을 때보다 퍼팅이 잘 됐을 때 더 좋은 결과를 내게 됐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며 “퍼팅은 감각이라고만 생각했는데, 막상 미국에 와서 배워보니 퍼팅 역시 샷과 마찬가지로 과학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퍼팅 훈련을 많이 한다고 해서 다 효과를 보는 게 아니었다. 퍼팅도 스윙처럼 매커니즘이 있고 다양한 데이터를 분석하고 그 결과를 통해 자신만의 퍼팅 기술을 만들어야 더 큰 효과를 낼 수 있었다. 한국에서 알지 못했던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골프아카데미나 골프스쿨을 다니며 교육을 받으면 더 빠를 수 있다. 하지만 그는 더 중요한 정보를 찾아내기 위해 현장학습이라는 또 다른 길을 택했다. 벌써 6개월째 PGA 투어의 현장을 다니며 세계 정상급 선수가 어떻게 스윙하고 어떤 방식으로 훈련하며 어떻게 경기를 풀어가는지 등을 직접 눈으로 보고 들으며 배우고 있다.
김 씨는 오는 10월 말이면 계획했던 9개월 동안의 연수를 마치고 귀국한다. 그는 “한국에 돌아가면 PGA 투어에서 경험하며 배운 기술과 노하우, 선진화된 레슨 시스템을 전수하고 싶다”고 앞으로의 활동 계획을 밝혔다.
주영로 (na1872@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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