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유식의 온차이나] 마윈이 받아든 또 한 장의 청구서
중 당국, 마윈 홍콩 간 시점에 '시장 자본 뉴스매체 투자 금지' 지침 발표
알리바바 창업주 마윈(馬雲)이 홍콩에서 목격됐다는 뉴스가 지난주 큰 화제였습니다. 작년 10월 상하이 금융 포럼에서 중국 금융감독 당국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가 ‘괘씸죄’에 걸린 마윈은 그동안 외부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채 근신해왔죠. 출국금지설이 돌 정도였습니다.
그런 그가 거의 1년 만에 대륙 밖의 홍콩을 찾아 비즈니스 파트너들을 만났으니 이제 마윈에 대한 통제가 풀린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죠. 하지만 최근 중국에서 나오는 소식들을 종합해보면 상황이 그리 낙관적인 것 같지 않습니다.
◇미디어 산업 국유화 지침
마윈의 홍콩행이 보도되기 직전인 지난 10월8일 국무원 국가발전개혁위(발개위)가 ‘2021년 판 시장 진입 금지 업종 리스트’를 입법 예고했습니다. 발개위는 우리의 과거 경제기획원과 비슷한 역할을 하는 정부기관이죠.
이 리스트에는 “비공유자본은 신문, 방송, 인터넷 언론, 소셜미디어 등 일체의 뉴스 매체를 운영할 수 없고, 뉴스 매체에 투자하는 것도 금지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습니다. 한마디로 공산당과 정부가 운영하는 관영 매체만 남기고 민영 매체는 정리하겠다는 뜻이죠.
그 뒤를 이어 알리바바의 핀테크 계열사인 앤트그룹이 보유 중이던 ‘차이신(財新)미디어’ 지분을 모두 처분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마윈은 알리바바를 통해 큰돈을 번 이후 신문, 방송, 인터넷 매체, 소셜미디어 등에 걸쳐 100여개 회사 지분을 사들였어요. 2015년에는 122년 역사를 자랑하는 홍콩 유력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를 인수하기도 했습니다.
이유는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 창업자가 2013년 미국 유력지 워싱턴포스트를 사들인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아요. 전자상거래 분야의 시장 지배력을 미디어 분야로 확대해 시너지 효과를 내겠다는 것입니다.
◇무너지는 ‘알리바바 미디어 제국’
만약 발개위의 금지 업종 리스트가 그대로 통과된다면 마윈의 미디어 제국은 설 자리가 없어집니다. 발개위는 미디어 업계의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했지만, 공산당과 정부의 조율을 거쳐 나온 이 리스트가 크게 바뀔 것 같지는 않아요.
당과 정부는 민영 매체를 금지하는 이유로 ‘시장 자본이 뉴스 미디어를 소유하고 운영하면 자기 이익을 위해 여론 형성을 오도할 수 있다’는 점을 들었습니다. 명목은 그렇지만 사실상 중국 공산당과 정부를 비판하는 목소리를 조금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독재적인 발상이죠.
이제 막 피어나기 시작한 중국 미디어 산업은 마오쩌둥 집권기의 계획 경제 시대로 돌아가 사실상 국유화의 길을 걷게 될 겁니다.
마윈의 홍콩행은 이런 흐름과 무관하지 않아 보여요.
중국 당국은 작년 11월 앤트그룹 상장을 무기 연기했고, 올해는 알리바바에 대한 고강도 반독점 조사를 거쳐 3조4000억원에 이르는 천문학적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했습니다. 심지어 마윈이 직접 설립한 대학까지 문을 닫게 했죠. 이제는 그가 만든 미디어 제국 해체 작업에 돌입한 것으로 보입니다.
◇시진핑 주석의 노림수
마윈에게는 이미 이런 방침이 통보된 것으로 보입니다. 알리바바는 차이신미디어 지분 처분에 앞서 지난 9월 홈쇼핑채널과 IPTV 등을 운영하는 ‘망고엑설런트미디어(芒果超媒)’ 지분 5%도 다른 투자자에게 넘겼죠.
마윈은 다시 비즈니스 일선에 복귀한 것이 아니라 당과 정부의 지시에 따라 보유 중인 미디어 기업 지분을 처분하러 홍콩에 갔을 것입니다. 서방에서는 100년 전통의 고급 정론지인 SCMP가 중국 관영 매체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어요.
알리바바가 차이신미디어 지분을 처분한 데 대해서는 정치적 해석도 있습니다. 차이신은 비판적 성향의 언론인으로 유명한 후수리(胡舒立)가 2009년 창업한 민영 미디어그룹이죠. 인터넷 신문 차이신망, 주간지 ‘차이신 주간’ 등을 갖고 있는데, 권력층 부패에 대한 거침없는 보도로 유명합니다. 후수리는 시진핑 주석 집권 초기 반부패 드라이브를 주도했던 왕치산 국가 부주석과도 가깝죠.
알리바바의 차이신미디어 지분 처분은 사실상 왕치산-후수리-마윈으로 이어지는 개혁파 세력에 대한 시진핑 주석의 경고라는 게 중화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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