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 남자' 이대성, 우승까지 내달릴까

김종수 입력 2021. 10. 17.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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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더 증명해야하는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열심히 하겠습니다.”

고양 오리온 주전 포인트가드 이대성(31·193cm)은 16일 고양체육관에서 있었던 대구 한국가스공사와의 경기를 승리로 이끈 후 수훈선수 인터뷰에서 격앙된 표정으로 말을 이어나갔다. 이날 이대성은 24점(3점슛 4개) 6리바운드 3어시스트 3스틸로 펄펄 날았다. 수비에서도 가스공사 앞선을 잘 틀어막았다. 승리의 일등공신이었다.

 

그럼에도 이대성의 얼굴은 밝지만은 않았다. 이전 경기 등에서 기대에 걸맞는 모습을 보이지 못해 팬들에게 적지 않은 비난을 받았기 때문이다. SNS 등을 통해 팬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이대성이 그러한 분위기를 모를리 없었다. “괜찮다”고 말은 했지만 표정이나 목소리 등에서 최근의 마음고생이 느껴졌다.

 

단순한 성적만을 봤을 때 이대성의 스타트는 상당히 좋은 편이다. 4경기를 치른 현재 전체 득점 11위(평균16.5점), 어시스트 6위(5.0개), 스틸 13위(1.5개)는 나무랄데 없는 성적이다. 하지만 중요한 순간 베테랑답지 않게 공수에서 실책이 많고 여전히 기복 심한 모습을 보이며 좋지 않은 방향으로 임팩트가 컸다.

 

거기에 신인 이정현(22·187㎝)이 안정감 있는 플레이를 보여주며 상대적인 비교의 목소리도 들려오고 있는지라 이대성 입장에서는 충분히 자존심이 상할 수도 있었다. 잊을만하면 언급되는 ‘이대성에게 1번 포지션은 맞는 옷인가?’라는 의견도 다시금 가열되는 분위기였다.

 

호불호 갈리는 스타일

이대성의 이런 모습은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선수 시절 내내 늘 그래왔다. 플레이 스타일은 물론 성격, 캐릭터까지 장단점이 분명해 팬들 사이에서 호불호가 갈렸다. 워낙 노력을 많이 하는 인물로 장점을 통해 단점을 가리는 행보를 보여왔다. ‘나보다 더 많이 노력하는 선수를 직접 본적은 없다’고 자신있게 말할 정도로 노력파다.

 

이대성은 기존 선수들과는 색깔 부터가 많이 다르다. 본인의 실력에 대한 자부심이 굉장히 크고, 거기에 걸맞게 늘 치열하게 투쟁한다. 자신이 봐서 잘못되었다고 느끼는 부분에 대해서도 대상을 가리지 않고 의견을 낸다. 본인만의 신념이 확고하다. 거기에 국가대표 팀 등에서도 보여왔다시피 후배들과도 자유롭게 소통하며 권위적이지 않은 모습을 보여왔다. 어찌보면 아메리칸 스타일 같은 느낌도 준다.

 

그런 부분으로 인해 적도 많이 생길 수 있는 유형이다. 자신의 의지를 관철시키는 과정에서 대쪽같은 성향이 있는지라 융통성이 부족하거나 배려심이 없다는 얘기를 종종 듣기도 한다. 평소에는 사람 좋다는 소리도 곧잘 나오지만 이거다 싶은 순간에는 오직 그것 하나만 보고 집중하기 때문이다. 어떤 시각으로 그를 보느냐에 따라 이미지가 천차만별 달라질 수 있다.

 

경기 스타일 또한 호불호가 갈린다. 상당수 선수들이 지나치게 팀플레이를 의식해 찬스가 와도 머뭇거리며 제대로 공격을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대성은 신인 때부터 ‘자신감’하나는 대단했다. 때로는 무모하게 보일 정도인데 ‘내가 에이스다’, ‘망쳐도 내가 망친다’는 마인드가 넘쳐 흐른다.

 

그러한 자신감이 경기력과 어우러져 폭발할 때는 그야말로 ‘불꽃 남자’ 그 자체다. 슛감이 좋지 못할 때도 계속 던져가면서 슛감을 찾아갈 정도로 배포가 돋보이는 흔치 않은 선수다. 그러나 냉정하지도 시야가 넓거나 센스가 좋은 편도 아닌지라 뜻대로 경기라 풀리지 않을 때는 지켜보는 팬들의 뒷목을 잡게 하는 경우도 많다.

 

특히 승부처에서는 그러한 성향이 더욱 짙어진다. 좋게 보면 대범한 거고, 나쁘게 보면 흥분을 잘한다. 상대 수비가 밀집된 상황에서도 거침없이 치고 들어가는 경우가 많은데, 보통 냉정한 선수들 같으면 상대팀 수비 대형과 동료들 위치를 봐가면서 움직인다.

 

하지만 이대성은 그렇지 않을 때가 잦다. 일단 뚫고 들어갔다가 밀집 수비에 갇혀 터프샷도 불사하거나 공격이 힘들겠다 싶으면 그제야 동료들을 찾는다. 하지만 그때는 이미 늦다. 그러다 보니 이른바 죽은 볼을 양산하거나 실책을 남발하기 일쑤다. 팀플레이가 필요하거나 지공이 요구될 때도 흐름 같은 것은 무시한 채 냅다 외곽슛을 던지기도 한다.

 

그래도 오리온은 이대성이 필요하다

물론 이대성이 호불호가 갈림에도 지금껏 국내 무대에서 인정받고 있는 배경에는 그만한 실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실수도 잦지만 반대로 성공도 많이 했기에 여전히 이대성은 승부처에서 공을 많이 만질 수 있고 감독 역시 믿어주고 맡긴다. 무모할 정도의 자신감 역시 지금까지의 이대성을 지탱해준 에너지라고 할 수 있다.

 

이대성의 가장 큰 장점은 엄청난 훈련으로 만들어진 활발한 공수활동량이다. 단순히 공격만 거침없이 퍼부어대는 선수가 아닌 수비에서도 공헌도가 높다는 것이 이대성의 가치를 높혀주고 있다. 국가대표팀에서도 중용되는 이유다.

 

사실 이대성의 장점만 살리려면 과거 양경민, 강병현 등처럼 살림꾼 유형으로 플레이하는게 최상이다. 일단 수비는 기복이 없으니 디펜스에 기본을 두고 플레이하면서 공격은 볼 없는 움직임 위주로 하면 팀 입장에서 쓰임새를 효과적으로 가져갈 수 있다. 슛감이 좋은 날은 공격 비중을 높이면 된다.

 

하지만 이대성은 그걸 원하지않는다. 본인이 중심이 되어야 신바람이 나고 공을 많이 만지면서 전체 게임을 컨트롤하고 싶어한다. 이른바 에이스 마인드인 것이다. 어찌보면 바로 그러한 집념이 이대성을 노력파로 만들었고 지금까지 성장하게한 원동력일 수도 있다. 자칫 이 부분을 잘못 건드릴 경우 지금까지 잘해왔던 것까지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

 

올 시즌 오리온은 우승까지 노려볼 정도로 분위기가 좋다. 슈퍼 루키 이정현의 가세로 가드진이 더욱 강해졌고 이종현이 최근 몇 시즌 동안 가장 좋은 몸놀림을 보이며 이승현 혼자 고군분투하던 토종 빅맨진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미로슬라브 라둘리차(34·213㎝), 머피 할로웨이(31·196㎝)의 외국인 선수 라인도 경기가 거듭될수록 위력을 떨칠 것으로 기대된다.

 

오리온 입장에서는 늘 그랬듯이 이대성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할 필요가 있다. 팀 전술적으로 도와준 부분도 있지만 현대모비스 시절에도 이대성은 그러한 역할을 잘해내며 우승을 이끌었다. 기량뿐 아니라 분위기까지 끌어올릴 능력을 갖춘 선수가 바로 이대성이다. 과연 이대성은 돌격대장으로서 우승까지 내달릴 수 있을지, 오리온 ‘불꽃 남자’ 행보에 팬들의 시선이 집중되는 이유다.

 

김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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