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美 버지니아 주지사 선거의 의미
이웃집 앞마당엔 '지지 팻말' 등장
민주 우세했지만 최근 쫓기는 신세
승패 따라 바이든 정부 주도권 영향
특파원 관사가 있는 버지니아주 폴스처치의 조용한 마을도 버지니아주지사 선거전이 한창이다. 한국처럼 교차로에 현수막을 내걸거나 사람이 붐비는 길목에서 명함을 나눠주는 식의 요란한 선거전은 볼 수 없지만 분위기가 자못 심각하다.
먼저 코로나19 백신 접종 이슈가 선거전을 관통하고 있다. 민주당 매콜리프 후보는 의료관계 종사자, 교사 등에 대한 백신 접종 의무화를 주장한다. 반면 공화당 영킨 후보는 백신 접종은 개인의 선택이라며 의무화에 반대한다. 매콜리프는 공립학교의 마스크 착용 의무화 조치가 당연하다는 입장이지만, 영킨은 학생들의 마스크 착용은 학교가 아닌 학부모가 결정해야 한다고 맞선다. 매콜리프는 영킨이 주지사가 되면 버지니아가 플로리다처럼 최악의 코로나19 상황을 맞을 것이라고, 영킨은 매콜리프가 주지사가 되면 백신 미접종자들이 모두 직장에서 해고될 것이라고 상대방을 맹렬히 공격한다.
인종 문제도 뜨겁다. 고학력·고소득 계층이 모여 교육열이 높은 북버지니아 지역을 중심으로 ‘비판적 인종이론 교육’이 이번 선거의 핵심 이슈로 떠올랐다. 이 이론은 백인과 비백인 간의 인종차별 문제가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법과 제도를 통해 바로잡아야 하는 문제라고 본다. 공화당은 학교에서의 비판적 인종이론 교육이 백인을 잠재적 인종차별주의자로 몰고 있다고 반발한다. 특히 최근 미국 최고 명문으로 꼽히는 버지니아 토머스제퍼슨과학고가 입학전형을 바꾸고 흑인과 히스패닉 입학생 비중이 높아진 것에 대한 논란이 거세다.
세금 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 영킨은 지난해 버지니아주가 26억달러(약 3조원) 재정흑자를 기록한 것을 비판하며 18억달러(약 2조1000억원)에 달하는 세금 감면을 약속했다. 소득세 공제 확대, 식료품에 부과되는 판매세 폐지, 가스비 인상 1년간 동결 등도 공약으로 내걸었다. 매콜리프는 세금 감면이 공교육을 포함한 공공예산 삭감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한다. 그 밖에도 낙태, 총기규제 등 묵직한 이슈가 선거를 흔든다.
민주당은 쫓기는 신세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공화당 소속 주지사 당선은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높았지만 최근 영킨 지지율이 매콜리프 지지율을 오차범위 이내로 따라잡았다. 2012년 이후 버지니아에서 치러진 연방 상원의원 선거와 주지사 선거에서 처음으로 민주당이 패배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현지 언론들은 버지니아 유권자들이 사모펀드 최고경영자 출신의 ‘억만장자’ 영킨에게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본다고 보도한다. 이미 한 차례 버지니아주지사를 지내며 기업 유치와 일자리 창출 능력 등을 인정받은 매콜리프에 대해선 조 바이든 대통령 지지율 하락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는 중이라고 평가한다.
선거 결과는 버지니아에 국한되지 않는다. 당장 바이든 행정부의 국정 주도권은 물론이고 내년 중간선거까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이나 교육, 세금 등 현안과도 직결된다. 바이든 대통령의 부인 질 여사,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등이 잇달아 버지니아를 찾고 트럼프가 영킨 지지 메시지를 보내는 이유다. 버지니아주지사 선거가 보름여 앞으로 다가왔다. 이웃 앞마당 작은 팻말의 의미가 작지 않다.
박영준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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