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협 공포 넘어 피살까지..영국 의원들이 위험하다

박용하 기자 입력 2021. 10. 17.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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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에이메스, 주민 면담 중 숨져
이슬람 극단주의자 소행인 듯
정치인 살해 ‘테러’ 규정하고
의원 안전 확보안 회담 추진도

지난 15일(현지시간) 영국 현직 의원을 살해한 용의자가 이슬람 극단주의에 영향을 받은 인물인 것으로 드러났다. 영국 내에서는 의원들에 대한 살해 협박이 난무하는 정치권의 현실을 재조명하고 있다.

16일 가디언과 로이터 등의 보도를 종합하면, 영국 경찰은 보수당 하원의원 데이비드 에이메스(69)를 전날 지역구 행사장에서 흉기로 살해한 25세 소말리아계 영국인 남성을 붙잡아 조사를 벌인 뒤 이번 사건을 ‘테러’로 규정했다.

앞서 에이메스 의원은 에섹스 지역의 한 감리교회에서 지역구 주민과의 면담 행사 도중 갑자기 다가온 이 남성에게 수차례 공격을 받고 현장에서 사망했다.

영국 경찰은 “수사 결과 (용의자의) 살해 동기가 이슬람 극단주의와 연결된 것으로 밝혀졌다”고 설명했다. 이 남성은 영국 정부의 테러 방지 프로그램에 등록된 것으로 추정되지만, 국내정보국(MI5)의 ‘관심 인물’ 명단에는 없던 것으로 전해졌다. 향후 사건의 수사는 대테러 사령부가 맡기로 했다.

영국 내에서는 이번 사건으로 정치인들에게 가해지는 무분별한 공격에 대한 지적이 나왔다. 영국에선 2010년에도 노동당의 스티븐 팀스 하원의원이 이슬람 극단주의에 영향을 받은 한 학생의 흉기에 찔리는 사건이 일어난 바 있고, 2016년에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에 반대하던 노동당 조 콕스 의원이 지역주민 행사에서 극우 인사의 총격에 살해됐다.

의회 한 고위 소식통은 가디언에 “의원을 위협하거나 괴롭힌 혐의로 수감되거나 재판을 기다리는 이들의 수가 최근 소름끼치게 많아진 상황”이라며 “전염병 수준”이라고 했다. 한 의원 보좌관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넘쳐나는 살해 위협을 신고하고 삭제 처리하는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정치권에선 의원들의 안전 확보 방안을 둔 여야 회담이 추진되기 시작했다. 일부 의원들은 정례적으로 이뤄지던 유권자와의 만남 행사에 대해서도 논쟁을 벌이고 있다. 행사의 시간과 장소를 불특정 다수에게 미리 공개하는 것은 안전상 그만둬야 한다는 것이다.

린지 호일 하원의장은 “정치인과의 갈등은 살인이나 협박으로가 아닌, 투표소에서 해결해야 한다”고 국민들에게 호소했다.

이번 사건으로 사망한 에이메스 의원은 1983년에 처음 하원의원에 당선됐고 1997년 현재의 지역구로 옮겼다. 입각한 적은 없다. 그는 넉넉하지 않은 가톨릭 집안에서 자랐다. 브렉시트 찬성론자였고 낙태 반대와 동물복지 현안에 적극적이었다. 그는 1983년 결혼해 슬하에 5명의 자녀를 둔 아버지이기도 하다. 보리스 존슨 총리는 그를 “영국 정계에서 가장 친절하고, 가장 온화한 사람 중 한 명”이었다고 추모했다. 테리사 메이, 데이비드 캐머런 등 영국 정치 주요 인사들도 그의 죽음에 따른 충격을 전하고 있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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